<혹성탈출 4:새로운 시대>
긴 시간들을 흘려보내야 다음 내용을 알 수 있는 영화들이 있다. 영화가 제작되고 개봉하는데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영화들 말이다.
어릴 적 친구들이랑 입소문에 기대 가득 품고 쪼르르- 앉아 봤던 <반지의 제왕>은 며칠을 영화 이야기로 밤새 수다를 나눌 수 있을 만큼의 재미였었다. 그렇게 다음 편이 나오면 또다시 쪼르르- 몰려가 영화를 보고 즐거워했었다. 벌써 1년이 지났다는 씁쓸함은 모르던 순수하고 행복했던 시절. 적어도 시간이 지난 과거에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 그날의 하루가 즐거웠던 그 순간만큼 진심이었고 강렬했던 때. 영화가 한 편 한 편 이야기를 이어가는 사이에 나는 내 인생을 이어 어쩌다 지금이 된 것인지. 보고 싶다 못해 사무치게 그리운 어린 시절.
<반지의 제왕><아바타><어벤져스> 그리고
<혹성탈출>
시간의 터널을 지나 잊을만하니 개봉하는 영화. 분명 재미있게 봐왔던 영화인건 맞는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성이 헷갈리는 정도의 가물가물함. 이름은 알기에 부르기에는 문제없고 적당히 맺어진 친밀감 덕에 인사 후 몇 마디 더 근황을 물어볼 수 있는 정도의 사이?
그렇게 7년 만에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잘 지냈니? 혹성탈출! 근데 너 성이 뭐더라...?
4 (포...)
<혹성탈출 4:새로운 시대>로 개봉한 이번 영화는 OTT(디즈니+)를 통해 전작을 복습하며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아참- 영화의 내용이나 결말이 있는 스포성 글은 아니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저 혼자 느낀 점만 적을 뿐. (갑자기 반존대?)
보고 나서 알았다. 생각보다 별로였던 사람들의 리뷰들을. 허나 그 리뷰들이 나의 감상점수에 크게 영향이 끼치진 않았다. 보는 내내 나는 너무 흥미롭고 재밌었기에.
이마 맞대고 영화랑 생각을 교감하고 있는 듯한 느낌. 그리고 영화 안에서 주는 다양한 메시지들이나 장면들은 빗속을 뚫고 영화관을 찾아간 발걸음이 뿌듯할 정도였으니. 그럼 말 다 한 거 아닐까?
인간이란 무엇일까?부터 우리가 존재하는 지구의 미래 모습까지 그려보는 상상을 하다 보면 한 편의 영화가 주는 다양한 느낀 점들이 잠들고 꿈에서 눈뜨기 전까지 그 여운들로 가득한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또다시 다음을 기약하기까지 종종 회자되겠지. 말로도, 생각으로도.
그럼에도 적어서 기록하려는 건, 글쓰기를 좋아하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단순한 까닭. 영화의 줄거리나 결말이 없으니 편하게 쓰고 읽어 내려가는 나의 손가락과 눈에는 저번 주말 더할 나위 없이 재밌는 영화 한 편으로 기억 남았다. 날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영화의 평점이 무색할 만큼 고정되어 있는 나의 평점에는 혹여 누군가 물어본다면 당차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재밌던데?
그리고 상대가 혹시나 공감한다면 시작되겠지. 주절주절 영화 이야기와 함께 확장되어 가는 종합비타민 같은 서로의 삶 이야기를. 아무리 재밌다 한들 우리의 인생보다야 재밌겠냐만은 오늘 우리의 공감의 시작은 혹성탈출이었으니 가열차고 재미있게 떠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나.
<혹성탈출 5>가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그 사이 몇 차례는 또 보겠지.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어도 문득 채널을 돌리다 영화채널에 나오면 볼 테고, 또 몇 년이 지났는지 뒤돌아보겠지.
하염없이 기다린다기보단, 잊을만하면 알아서 찾아올 테니 그저 우리의 삶을 살아가는 수밖에. 그리고 찾아오면 또 물어보겠지.
"성이 뭐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