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2 때 연극영화과를 가야겠다 생각했다.
대학을 가면 학창 시절 못했던 1등을 해봐야겠다 생각했다.
마지막 졸업학년에는 반드시 취업계를 쓰고 정식 무대에 오르겠다 생각했다.
홍대부터 대학로까지 쉬지 않고 연극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틈틈이 독립영화를 찍으며 무대와 카메라 앞에서 자유로운 배우가 되고자 노력해야겠다 생각했다.
30살이 넘으면 인정받는 성공한 배우가 되어서
결혼을 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야지 라고 생각했다.
저 중 하나 빼고,
모든 걸 다 생각대로 이루며 살았다.
30살이 살짝- 넘은 지금.
무명배우에
결혼은 저 멀리 담장 밖으로 날려버리고,
프리랜서로 포장한 여유로운 척하는
꿈 많은 개미.
고리타분하다고 느낄 만큼
배우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확고한 마인드로 생활을 해왔다.
끊임없는 훈련과 흐트러짐 없는 자세.
그리고 추후 성공에 방해가 되지 않을 올바른 언행들까지.
주위에선
독하다고 했고
잘 될 수밖에 없다고.
잘 될 거라고 말해왔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더 혹독하게 나 자신을
'배우'라는 틀에 구겨 넣고 있었다.
물론!
지금의 나이에 유명한 배우가 되지 않았다고
실패는 아니다.
아직!
진행형이기에.
단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딜 뿐.
애초에 30살에 성공과 결혼을 모두 이룰 것이라는 생각이
거만했던 것일까.
평소, 너무 겸손해서 문제라고 할 정도였던 나인데.
30살의 계획은 거만했나 보다.
담장 밖으로 던졌던 '결혼' 은 잘 지내고 있는 걸까.
30대 중간을 걷는 요즘.
담장 밖을 빼꼼- 봤더니
저 멀리 두 팔 벌려 손 흔들고 있더라.
어쨌든 잘 지내고 있다는 손인사라 생각하련다.
(조금만 기다려줘... 언젠가는 갈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져버린 요즘의 나는
진행형의 생각들 속에
새로운 꿈들이 생겨나고 있다.
내가 무명이기에 할 수 있는 것들.
아직 내가 무명인 까닭은
지금 내가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라고...
생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