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날짜가 당겨졌다
언젠가 한번 내 몸이 불쌍하다 느낀 적이 있었다. 적당한 보상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하나둘씩 생겨나는 문제들에 해결에 앞서 몸을 탓하고 정신력이란 채찍질로 넘어가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특별하는 생각. 난 어릴 때부터 특별한 몸을 지니고 태어났을 거란 생각을 했다.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스스로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남들보다 회복도 빠르고 암이란 건 내 몸에 존재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사실 암 수술을 앞둔 지금도 난 내가 특별하다는 생각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고민이 된다.
이걸 버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찌 보면 최종결과 라고 할 수 있는 수술 전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
평소보다 긴장되었다.
보통 갑상선의 모양을 나비로 비유한다. 마치 그 모양이 날개를 활짝 핀 나비 모양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날개의 오른쪽에만 암 확진을 받은 상태에서 반절재이냐 전절재이냐 사이에서 마지막 남은 희망은 그나마 반쪽만은 남겨주길...
내가 바라는 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반대쪽(왼쪽)에도 암이 있었고 결국은 전절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깊은 한숨을 쉬고 받아들이려 하는데 쉽지가 않았다. 이제 나 갑상선 없이 평생 약 먹고살아야 하는구나.
그동안 고생했을 갑상선에게 안녕을 고할 시간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모르는 동안 암과 싸웠을 갑상선에게 괜스레 미안해진다. 훠이훠이- 미련 없이 보내줘야 하는 날.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지금은 그저 미안하단 말밖에.
검진 결과를 들으러 가기 전 예정 수술 날짜보다 빨리 당겨질 수 있었다. 누군가가 수술을 취소했거나 자리가 하나 비었거나. 이유는 모르겠지만 6월이었던 수술이 4월로 당겨졌다. 어차피 6월부터 공연연습이 들어가니 4월 수술은 그나마도 나에게 가장 기쁜 소식이었다. 암을 알게 된 이후 내 뜻대로 된 유일한 결말이었다.
긍정에너지와 부정에너지 그 어디선가에서 외줄 타기 마냥 위태롭게 서있다 보면 정가운데에서 주저앉아 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럼에도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외줄에서 편하게 쉬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배우면 되는 것. 배우는 늘 배우는 직업이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될 일이긴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니 나름 슬기롭게 헤쳐나가보려 한다.
한 달 정도 남은 나비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해 봐야겠다. 그리고 작별인사말은 지금 미리 해두려 한다. 보통 이별날에는 횡설수설하기 마련이니까. 보통날처럼 보통의 인사로.
잘 가 나비야-
슬프면 슬프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기쁘면 기쁘다고 말하기는 참 쉽다.
원래 그런 사람이었던 건지.
그렇게 되어버린 사람이 된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