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배우 원식

진짜 이름

by 진작
김원식
진작
끼얄끼얄


주민등록상 이름과,

브런치에서의 이름.

그리고 웹소설에서 이름까지.


몇 개의 이름으로 살고 있는 걸까?





저번 달 결혼한 친구가

신혼여행으로 제주도를 갔다가 선물로 수첩을 보내줬다.

함께 보내준 오메기떡 맛 찰떡파이와 쌀과자

와그작와그작- 먹으면서 수첩을 가만히 바라봤다.


이름도 참 많다.

놀라운 건

저 이름 모두 '무명'이다.

'무명배우' 아니랄까 봐.

참나-



올해 목표 중 하나이었던 개명.


정작 10월의 중간을 뛰어넘은 오늘까지도

고민만 하고 있다.


이러다 2021년 목표 중 하나를 달성하지 못하고 끝낼 것만 같다.


어릴 때부터 마음에 안 드는 게 2가지가 있었다.

주변에서는 티도 안 난다고 하는 앞니와

이상하지 않다는 이름.



하지만 그런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작년.

앞니 부분 교정으로 나만 만족스러운 치아교정을 했다.



'도대체 뭐가 달라진 거냐.'

'왜 했냐.'

'돈 아깝다.'



무수히 많은 말들이 쏟아졌지만,

이조차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난 만족스러웠다. (그럼 된 거다.)



이제 '이름' 차례다.

지금까지 무명인 이유 중 하나가

이름이라는 핑계를 대고 싶진 않았다.

그저 배우로 활동하기에 조금 더 괜찮은 이름과

살짝 꼬여진 가정사에 엮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개명 간절함이 가득했을 뿐.



이름을 바꾸면 찾아오는 번거로움 들을 알아봤다.

통신사부터 은행, 주민등록증, 등등.

서류상, 법률상, 편의상,

모든 이름을 수정해야 하더라.

하....................................... 눈앞이 캄캄했다.

그래도 '무명배우'인 나는 캄캄한 앞을 잘 보는 편이다.


어쩌다 낸 부터 웹소설에 이어 브런치까지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이름들이 생겨났다.

개명을 이룬 건 아니지만,

개명보다 더 한 꿈을 이루고 있는 것만 같았다.

다명(多名=이름이 많다?)이라고 해야 하나?


고작 30대 반밖에 안 살았으면서

몸에 이름표를 몇 개나 붙이고 살고 있는 것인지.


김원식이라고 부르던 친구가

수첩에 수많은 이름을 적어 내려가면서

뭐라고 생각했을까.


이쯤 되면,

주변 친구들은 응원보다 걱정을 한다.

걱정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포기에 가까운 쪽도 생겨난다.


응원걱정포기도,

뭐든 좋다.

무명이 길어질수록 수명도 길어지는 것이 아닐까.


유명해질 때까지 할 거니까.



수많은 이름을 적어 내려 가던 친구가

마지막으로 쓴 말이 문득 마음을 찔렀다.


'즐겁게 살자!'


학창 시절부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충분히 즐겁게 살고 있는 줄 알았다.

가끔 찾아오는 무명의 시간이 옆구리를 찌를 때면

끝도 없는 어둠이 밀려온다.

한숨 한 번으로 어둠을 밀어 내보지만,

그렇게 가끔 찾아온 시간은 나도 모르게 며칠의 시간을 잡아먹는다.


즐겁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무명'이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안 괜찮았나 보다.


맞아.

안 괜찮아.

어쩌라고.


괜찮은 척하고 즐겁게 사는 것보다

안 괜찮으면 안 괜찮은데로

즐겁게 살아보려 한다.


무심코 적은 친구의 메시지가

언제나 '무명배우'로 시작했던 하루에서

즐겁게 사는 사람으로 시작하게 만들었다.


나는야- 즐거운 무명배...

아니.

즐거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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