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배우 원식

힘내래요

by 진작

"학생이에요?"

"아니요"

"회사원?"

"그냥... 프리랜서... "


마스크를 낀 탓에

학생회사원 그 애매한 중간지점처럼 보였나 보다.

하마터면,

'무명배우'라고 말할뻔했다.




며칠간의 일을 끝내고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

가끔 사 먹는 작은 분식집 떡볶이가 먹고 싶었다.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로 충분했다.

떡볶이순대.


자주 사 먹는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갈 때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떡볶이를 많이 챙겨주셨다.


제법 기분 좋은 이유들이었다.

"잘생겨서"

"목소리가 좋아서"

"인사 잘해서"

코로나가 사라져도 마스크는 꼭 쓰고 가야 할 것만 같다.


떡볶이를 봉지에 철퍽철퍽- 담아주시며,

오가는 대화에서 직업 조사가 시작되었고,

프리랜서라는 말에 떡볶이가 몇 국자 더 들어가는 게 보였다.

무명배우라고 했으면 가게를 넘겨주셨을까.


그리고 순대를 썰어주시는 동안에 대화에서는

용기와 희망을 주셨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더 힘들겠어요.

더 많이 줄테니까 다 먹을 수 있죠?"


"네. 당연하죠."


용기와 희망도 좋지만

떡볶이순대를 더 많이 주신 감동 그 자체였다.

따뜻한 검은 봉지와 빳빳한 지폐가 오가고

상냥한 인사로 등을 돌리려는 찰나.


"힘내요!"


"네...? 아... 네... 감사합니다!"


나는 힘들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평소에도 힘들다는 말을 남에게 잘하지 않는 편이다.


힘들어 보였나.

프리랜서라고 해서 그런 건가.

그냥 하신 말씀이신가.


마음을 읽는 초능력자인 것 같았다.


집으로 들어와서 떡볶이순대를 그릇에 옮겨 담고 나서

떡볶이를 한입 먹었는데 불현듯 한 번 더 스쳐 지나가는

'힘내요'라는 말이 묘한 감정을 불렀다.


'울컥-'


올봄 수차례 들었던 '힘내'라는 말에 '괜찮다'는 말을 거울처럼 반사시키고 나서,

이제 정말 괜찮아졌나 싶었던 요즘.


아주머니의 위로가 이렇게 힘이 될 줄이야.


훌륭한 배우가 되면,

감사인사를 드리러 가야겠다.


어쩌다 들리는 위로가 힘이 되는 경우가 있다.

오늘처럼.


떡볶이순대무명배우에게

최고의 저녁밥이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배우'라고 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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