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 1. 기구나 기계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기능상의 장애.
: 2. 사람의 몸에 생긴 탈을 속되게 이르는 말.
: 3. 민사 소송에서, 결석 판결 또는 집행 명령을 받은 소송의 당사자가 그 재판을 한 법원에 대하여 불복하는 신청을 내는 일.
카드 명세서를 받으면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 수 있다.
생각보다 많았던 저번 달 지출에
2021년 마지막 달 12월에는 절약을 실천해보고자
다짐하며,
파이팅하는 의미로 피자를 시켜먹었다.
이건 '파이팅'하는 거니까 써도 되는 돈이다.
좋은 타이밍에 적절한 자기 합리화 아닌가.
컴퓨터가 이상해지고 있다고 느낀 건 몇 달 전이었다.
부팅이 되고 있긴 하나,
점점 끊기거나 속도가 느려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는 부팅도 조금씩 더뎌지기 시작했고
한 번에 부팅되는 날은 운이 좋은 날이라 부를 만큼의
상태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름의 요령도 생기고 있었다.
전원 버튼을 꾹- 누르고
뒤돌아서 다른 일을 하고 돌아오면
언제 고장 났냐는 듯 수줍게 정상작동이 되었다.
'아-
내가 보고 있으면 안 켜지는 거구나.'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내 컴퓨터도 '수줍음'이란 게 생긴 건가 보다.
내 지능이 순수해져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어렵게 어렵게 부팅에 성공했던 컴퓨터가
이제는 뒤돌아서도 켜지질 않았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과 유튜브에서 증상들을 검색해보고
해결책을 보며, 나름의 지식을 쌓아가며
고쳐보려 노력했다.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세상만 좋았다.
내 컴퓨터는 좋아지질 않았다.
오래 썼지 뭐-
원래 올해 안에 팔고 바꿔야지 생각했는데.
팔지도 못하고 바꾸게 되었지만.
쿨-하게 미련 없이 바꾸기로 했다.
이 시기에 고장 난 것도 참 웃기면서
아이러니하긴 하나,
어차피 처분하고 싶었던 것 중 마지막 하나이었기에
후련하게 버리면 그만.
정상 부팅되지 않고
소리만 들려오는 본체를 바라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더 즐겁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연관?
나도 고장 나기 전에 인생을 더 건강하고 재밌게 살고 싶다?
나름의 연관성을 찾아보자면 그 정도.
새로운 본체를 사기 위해 어느 정도의 지출은 불가피하겠지만,
그걸 아까워하거나 속상해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것은 감정 예고.
예정대로 난 12월도 즐겁게 살 것이다.
12월 '파이팅'하는 의미에서 피자 한판...
아... 이건 참아야지.
즐거운 2021년 마지막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