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 1. 위험이나 곤란 따위가 미치지 아니하도록 잘 보살펴 돌봄.
: 2. 잘 지켜 원래대로 보존되게 함.
옥탑방 생활이 길어서이었을까.
겨울이 되면 텐트를 치는 게 당연해졌다.
옥탑이 아닌 지금 집에 이사 올 때,
텐트는 버려도 되겠다는 생각에 버릴까 하다가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성격 탓에 보관하고 있었던 건데,
여전히 매년 겨울이면 텐트를 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사담이지만,
수년을 함께 한 저 텐트 이름은 'Happy day' 다.
며칠 전.
일 때문에 서울식물원에 갔었다.
같이 일하기로 한 형님을 기다리는 중에
추위를 피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 앉아 있었다.
의자 앞에는 유리창으로 되어있는 온실이 있었고,
온실 안에는 추위를 잊은 초록초록한 식물들이 가득했다.
아무 생각 없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식물들을 바라바고 있자니,
나조차도 미세하게 움직이게 되더라.
무대를 보고 있는 관객이 된 듯했다.
그 순간-
눈앞에 보이는 포토존으로
어떤 노부부가 손을 꼭-잡고 큰 나무 앞에 섰다.
대화 소리가 들리진 않았지만
한참 나무를 바라보고 서로가 서로에게 대화를 건네는 모습이
너무나도 보기 좋았다.
어떤 말씀을 하신 걸까.
소년소녀처럼 웃으시는 두 분의 눈가 주름에는
그간 행복한 날들이 스며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포토존에 있는 의자까지 할머니의 손을 놓지 않고
에스코트를 해주시며 앉혀주셨다.
누가 신사의 나라가 영국이라고 했던가.
바로 여기 서울식물원에 '한국신사'가 있거늘.
마스크 안으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한 발짝 물러나시더니,
느긋하게 핸드폰을 꺼내 들고는 사진을 찍어주셨다.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서 두 분을 함께 찍어드리고 싶었다.
'찰칵-'
사진을 다 찍어주시고는 다시 의자로 다가가
할머니의 손을 잡고 유유히 그 자리를 벗어나셨다.
저 멀리 시야에서 사라지는 두 분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여러 가지 만감이 교차했다.
할아버지께서 할머니를 보호하고 있구나 라기 보단,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편의 짧은 공연을 본 것 같았다.
나도 꼭-
저렇게 해야지.
서로 만난 그 마음 잘 지켜 원래대로 보존하고자 하는
보호처럼.
변해버린 것들은 이제 내려놓고,
오래오래 변하지 않고 함께 있을 것들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가까운 미래에
혹은
저 먼 미래에 두 손 꼭 잡고 서울식물원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
자연스레 늘어나는
눈가 주름의 깊이만큼이나 담을 수 있는 행복의 추억이 담기길.
할아버님,
다음 한국신사는 제가 넘겨받겠습니다.
두 분 오래오래 웃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