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들기름 두부부침

by 진작
*기억
: 1.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
: 2. 사물이나 사상에 대한 정보를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정신 기능.
: 3. 계산에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시간만큼 수용하여 두는 기능.


우리가 '친구' 된 지 몇 년이 되었을까.


머릿속으로 가장 오래된 친구들과의 시간을 되돌려 본다.

개인마다 미세한 차이는 있겠지만

어림잡아 보통 25년? 정도 된 것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나를 포함해서 모두 5명인 나의 친구들은

이제 모두 유부남이 되었다.

아니, '곧' 모두 유부남이 된다.

마지막 한 명이 다가오는 일요일에 결혼식을 끝낸다면.

이로써 나는 무리 중 유일한 자유인(?)인 것이다.


결혼이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농담 삼아 던질 수 있는 스스로의 위안이라 생각된다.


언제나 결혼은 나에게 있어서 아주 먼 이야기라고 느껴졌는데,

모두가 다 가니.........................

왜 가니.............................

어딜 가니....................

난......................

언제 해야 하는 거니..............

니들 때문에 나도 결혼하고 싶어졌........



정신 차리자!



올여름.

스토리 공모전 입상으로 받은 리조트 숙박권이 소멸되기 직전이었다.

혼자 가기에는 방도 너무 많고 아까워서

친구들 단톡방에 무심하게 던져봤다.



"리조트 숙박권 있는데... 갈래?"



4명 중 1명은 해외출장 중이었고,

또 한 명은 다가올 결혼 준비로 바빴고,

또 다른 한 명은 울산에

또 또 다른 한 명은 대전에.


그래도,

그나마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울산과 대전.


혹시나 하고 던진 계획에

덥석 물려준 친구 둘.


마침 각자 월차를 쓸 수 있는 날이 맞아떨어졌고,

우린 오랜만에 남자 셋이서

각자 방 하나씩 차지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 리조트에서

추억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근데 니네...놀고 집 가면 무릎 꿇고 그래야 하는 거가...?"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웃으면서 물어봤지만,

내심 미안했다.


유부남들에게 외박이란,

단순히 내가 하는 외박과는 다른 개념일 테니.


물론 나의 친구들은 쿨-하게

자신들의 아내 자랑을 하며,



"허락해주더라."


라고 말했다.



"허락... 그래."



분명 그냥 '응 그래. 다녀와.'라고 가볍게 말했을 수도 있다.

친구들은 그걸 '허락'이라고 느꼈나 보다.


다들 좋은 분들과 결혼했다.




'나도 꼭...' (아.. 아니다)





'마셔라 부어라.' 하며 술을 먹는 친구들이 아니기에

자기 스스로 주량껏 마시며

오랜만에 기나긴 수다를 풀었다.

다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은 영상통화로 대신하며.


1박 2일의 짧은 여행은 예상대로 순식간에 흘러갔고,

서울로, 대전으로, 울산으로.

각자 흩어지기 아쉬워 점심까지 먹고 떠나기로 했다.


우리 중 계획을 가장 잘 짜는 친구의 안내로

두부찌개 맛집을 가게 되었다.


거기서 먹었던 '들기름 두부부침'

이었다.


사실,

이 말을 하기 위에 저 많은 전사들을 깔고 있었다.

주제보다 전사가 길었기에 한번 더 외쳐야겠다.


거기서 먹었던 '들기름 두부부침'

!!!

이었다.



이 정도는 해줘야 주제가 부각될 것 같다.



그 이후 서울로 돌아온 뒤,

두부를 자주 사게 되었다.

들기름에 두부를 부쳐 먹는 게 습관이 될 만큼.


한 음식이 긍정적인 기억으로 머릿속에 자리 잡으면

언제 먹어도 처음 먹었던 그 느낌을 다시 불러오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중독처럼 만들어 먹는 '들기름 두부부침'

친구들과 떠났던 1박 2일의 여행을 생각나게 한다.



그런 음식들이 있지 않은가.

원재료들이 주는보다 더 강한,

그 음식이 풍기는 추억의 향.


그때 가게에서 먹었던 맛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는 없지만,

비슷하게나마 흉내를 내면,

희미하게나마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스쳐 지나간다.


향을 사라지겠지만,

기억에는 영원히 남길 바란다.


훗날 기억이 사라지더라도,

'들기름 두부부침'을 보면 언제나 다시 떠올릴 수 있는

기억 버튼이 된 것 같다.

분이

수로 좋아지는 나의 소중한 버튼에는


영원히

잠금장치가 없었으면 좋겠다.






나에게도 '결혼'이란 것에
좋은 향이 풍기는 기억이 생겼으면.


(*가게에서 먹었던 실제 들기름 두부부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