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심
: 마음이 변함
음식을 먹을 때 빨리 먹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가.
입술이나 입 안을 잘 깨문다.
여기까진 그러려니 할 수 있다.
내가 화가 나는 건,
왜 깨문 곳을 또 깨무냐는 것이다.
나는 나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럴 때면,
난 내가 너무 싫다.
오늘 나는 내가 너무너무(x100) 싫었다.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언제나 첫발을 내딛기가 힘들었다.
마당에 있는 큰 개가 반갑다고 맹렬하게 인사하는 게
어린 나에겐 꾀나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살랑살랑 거리는 꼬리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내 발걸음은 더 빨라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반갑게 인사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보통의 큰 개보다 훌쩍 커버린 지금의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개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반면에
고양이는 언제나 나에게 아무런 존재도 아니었다.
개처럼 두려움의 존재도 아니었고,
강아지처럼 귀여운 존재도 아니었다.
오히려 고양이는 두려워하지도, 귀여워하지도 않았고
음...
뭐랄까? 그냥 싫었다.
(그 무섭다는 '그냥 싫음'...)
눈빛, 울음소리, 행동 하나하나가 싫었다.
분명 나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최근,
가끔 일하러 가는 공장에 있는 고양이에게 마음을 뺏겼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사람 마음 이렇게 변한다고?
내가 프사를 고양이로 해놓는다고??
고양이한테 내가 먼저 다가간다고???
고양이 보면서 내가 이렇게 해맑게 웃는다고????
오래 살고 볼일이다.
사실 뭐 그렇게 오래 산 것도 아니긴 하다만,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다.
일을 끝내고 정수기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더랬지.
뒤에서 누가 자꾸 째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분명 나는 들은 것 같다.
"너 뭔데 물 마시냐?"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 모습에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댔다.
찍는 내내 꼼짝하지 않고 눈빛으로 말을 하더라.
"그만 찍어라."
"뭐냐고 물었다."
"피곤하니까 얼른 나가라."
나 고양이 좋아했네.
나 고양이 좋아졌나 봐.
나 변했나 봐.
시간이 지나니 변하는 게 참 많다.
싫어했던 것들도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좋아했던 것들이 싫어지는 경우도 있고.
가만히 생각해 봤다.
내가 싫어했던 것들.
1. 고양이
2. 케첩
3. 여름
4. 변심
케첩 빼고는 많이 관대해졌다.
여름도 그러려니.
변심도 그럴 수 있지.
하물며 고양이는 좋아졌으니.
이거 뭐 케첩만 먹으면,
난 세상 모든 만물과 세상 이치와 사상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 아닌가.
어찌 보면
'싫어하다'라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혹은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라고
바꿔 말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일까.
조금 더 노력하며 살아가는 요즘이 좋다.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고,
조금 더 좋은 세상이라 생각하는 것 같아서.
좋다.
고양이가 준 웃음에 날개 달아
입꼬리 가득 올려
눈꼬리까지 닿아 보자.
그렇게 웃으며 내뱉는 말들로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음이,
좋다.
깨문 곳 또 깨무는 나도 좋아지길.
헐어버린 입안도 좋아지길.
야옹야옹야야오오옹-
야옹옹옹야오오옹오오옹-
(해석)
잘 지내고 있지?
보고 싶다 고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