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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Mar 23. 2024

거절은 아닌데 승낙도 아니야

우연히 너를 만났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았어...!"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너무 당황스러웠던 나는 이런 어이없는 대사를 내뱉어 버렸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기는 호주로 가서 살 생각까지 해놓고선 어딜 넝쿨째 굴러온 호박을 발로 차

아니 이건 호박을 발로 찬 정도가 아니라 깨버린 거 아니냐고!


내가 내뱉은 말을 나의 귀로 다시 들으며 나는 내가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이후로 그 뒤로 분위기가 냉각되거나 데이트가 마무리될까 무서웠다.


그냥 덥석 '나는 할 수 있어!'라고 했어야 했던 게 아닐까


그래도! 우리 아직 두 번 만났고 너는 곧 떠나고 나는 여기에 있는데!

갑자기? 그래도 나는 나름 지조 있고 신중한 코리안 유교걸이라고 (?)


는 개뿔


사실 조금 무서웠다.

쉽게 나를 떠났던 다른 남자들과 네가 크게 다르지 않을까 봐.

그래서 명확하게 정립된 관계보다 이렇게 애매모호한 관계로 있는 것이 너를 더 볼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행히 우리의 데이트는 여기서 마무리되지 않았다.

그가 어떤 생각으로 질문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뒤로 우리는 장거리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거리 연애를 해본 적이 있는지,

누구와 만났었는지,

얼마나 만났는지,

장거리 연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장거리 연애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그는 해봤지만 쉽지 않았다고 했다. 오래 만나지도 못했고.


그는 나와 사귀고 싶어서 이 말을 했던 것일까

아니면 나를 정리하려고 이런 말을 했던 것일까


이 남자는 우리의 관계를 어떤 무게로,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와 대화를 하면서도 계속해서 궁금증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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