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을 때의 페이지로 돌아가 봤다. 덩그러니 올려진 사진 한 장과 투박한 몇 줄의 글. 큰 용기였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몰랐다. 무슨 말이든 남겼다. 쓰는 자체만으로도 뿌듯했으니까. 내가 쓴 글이 눈에 보이고 쌓인다. 나라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남기고 싶은 문장을 기록했다. 내 생각도 몇 줄 끄적였다. 재미있었다. 다음엔 어떤 책을 읽고 올릴까 고민하고 되는대로 생각을 올리고 댓글로 소통했다. 부담이 없었다. 그냥 올리고 운동 기록도 차곡히 쌓아 올렸다. 읽고 걷고 쓰면서 나에 대해 나를 위한 기록이었다. 자신감도 붙고 내가 나를 믿어가는 게 보였다. 하기 싫을 때도 있었겠지. 띄엄띄엄하더라도 쉬면 또 이어갔다.
지금 한 문장 이어가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내가 나를 등 떠밀어도 꿈쩍도 안다. 몸도 마음도 무겁다. 손이 천근만근이다. 손이 문제인지 마음이 문제인지 글 쓰려고 노트북에만 앉았다 하면 서너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계획만 세우다 날이 저문다. 잘 보이고 싶은 문장 하나 건져올리려다 지쳐 창을 닫는다. 브런치 속 작가의 서랍은 이미 포화상태다. 마무리되지 않은 글들이 줄지어져 있다. 하도 답답해서 제미니를 붙잡고 하소연했다.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뭐부터 써야 할지 모르겠다."
상담 중 마주한 문장이 나를 깨웠다.
기록은 대단한 통찰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황하는 나를 붙잡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역시 상담 많이 해본 티가 난다. 엄청난 글을 쓰려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올라온다. 그런 부담은 시작만 미루게 한다. 글을 쓰고 발행하면 독자가 읽는다. 하나라도 도움이 되는 문장 쓰고 싶다. 그전에 가장 많이 읽는 사람은 바로 나다. 글쓰기의 시작은 나를 위해서다. 나와 친해지고 사랑해야 남도 도울 수 있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던 때의 기록이 지금까지 쓰게 한 원동력이다. 시작한 내가 다시 나를 밀어준다. 나를 밀어주는 힘은 내가 기록한 글이다. 예전의 기록이 나를 밀어주듯 지금을 쓰면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힘이 되어 준다. 언제든 흔들릴 때마다 나를 붙잡아준다.
운동은 나가기 전이 제일 망설여진다. 막상 운동화만 신으면 5분이든 10분이든 걷거나 뛸 수 있다. 글쓰기도 일단 창을 띄놓는다. 첫 문장을 쓴다. 지금 가장 힘든 점, 생각나는 대로 써나간다. 발행 전의 망설임이 가장 큰 관문이다. 생각만 하고 내어놓지 않으면 이내 사라진다. 지금의 생각을 잡아두면 내 것이 된다. 글쓰기는 나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한 대화다. 처음 블로그 기록했을 때의 설렘을 기억한다. 작은 떨림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나는 글을 쓰지 않을 때 방황했고, 글을 쓰며 비로소 나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