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같이 가요'

by 햇님이반짝


지난겨울, 몸과 마음이 자주 얼어붙었다. 편이 저녁 먹고 공원 걷자는 말에 나갈까 하다가도 다고 꼼짝하지 않았다. 거의 매일 나가던 운동을 일주일에 한두 번 움직였다. 몸이 주춤하니 마음도 느려졌다. 추위는 세상과 나를 데면데면하게 만들었다.

저녁을 먹고도 빵과 커피를 흡입했다. 허한 마음을 식으로 채웠다. 마음은 채워지지 않고 살만 쪘다. 늘어난 몸무게는 내려올 생각을 안 한다.




3월,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 경칩이 지났다. 싹이 나오고 개구리도 일어나 꿈틀거린다.

주말 오전, 오랜만에 남편과 두류공원을 걸었다. 동네 마실 수준이라 딱히 운동을 했다는 느낌은 없었다.

오후에 집 앞 운동장으로 다시 나왔다.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몸이 조금씩 벼워졌다. 그때 60대로 추정되는 아저씨가 나를 추월했다. 격차를 벌리고 싶지 않았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바짝 쫓았다. 네 바퀴정도 아저씨를 뛰따르는데 점점 거리가 벌어졌다. 뭔가 가슴이 뜨거워졌다.

'아저씨 같이 가요.'
내가 따라가고 싶었던 건 아저씨가 아니었다. 지난날 목표를 향해 나아가던 나의 모습이었다. 열정 가득 꿈을 좇던 나를 찾고 싶었던 거다. 아저씨가 멀어지자 나도 멀어지는 것 같았다.



매일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운동 인증으로 나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다. 동인가, 인증인가. 겨울 동안 움츠린 내가 못마땅했다. 근근이 이어나가는 끈만은 놓지 않으려고 했다.

지금 현재 하고자 는 일 매일이라는 단어가 찰싹 붙어 있었다. 실행은 안 하면서 생각만 하니 보이지 않는 사슬에 묶인 것만 같다. 매일은 감옥 아니면 루틴이다. 감옥이라고 생각하면 감옥이고 루틴이라고 하면 실행하는 사람이다. 생각은 한 끗 차이. 내 마음에서 온다. 아무도 머라고 하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 이래라 저래라다. 관심 혹은 참견. 나 자신에게 하는 말도 여러 개다.

매일은 하고 싶은 마음과 잘 살고 싶은 긍정이 붙어있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은 하지 말기를. 계절도 바뀌는데 내 마음 변하는 건 당연한 거지. 돌고 돌아 봄이 오듯 내 마음도 다시 돌아온다. 그 마음이 하루 안에 사계절이 돌기도 한다. 결국은 돌아온다. 그 시점 놓치지 않는다.




남편과의 산책도 혼자 나온 운동장도 겨울 동안 멀게만 느껴졌다. 괜히 겨울 탓이다. 다시 다가올 겨울을 위해 지금의 감정을 적어놓는다. 움직이지 않아 기분이 가라앉았던 거다. 입맛은 여전하다. 마음의 허기는 음식이 아닌 움직임으로 채워진다. 내 기분은 내가 지켜야 한다. 가라앉지 않도록 단 5분, 10분이라도 내 마음과 몸에 운동장이라는 공간을 내어준다. 올 겨울 기온은 영하가 될지라도 마음은 얼어붙지 않도록 지금의 기록으로 대비해야겠다.



아저씨 생각난다. 앞서가던 아저씨는 어떤 꿈을 가지고 달렸을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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