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6 22:39:39에 퇴실하였습니다.
스터디카페에서 온 문자다. 고1 딸이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바로 스터디카페로 갔다. 아빠한테는 열 두시에 들어온다고 했는데 열 시 넘어서 퇴실 문자가 왔다. 일찍 들어올 모양인갑네.
스터디카페는 대도로변에 있다. 10차선 도로인 신호등만 건너면 집까지 오는데 십 분도 걸리지 않는다.
퇴실한 지 십 분이 지났는데 아이가 들어오지 않는다. 전화도 안 받는다. 뭐야? 뭐지? 배고파서 편의점 갔나? 호들갑 떨기 싫은데 이미 심장은 쿵쾅거린다.
오빠, 효은이 왜 안 들어오지? 남편은 이미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다시 전화를 해보지만 받지 않는다.
안 그래도 요새 스터디카페 때문에 마음이 쓰인다. 나도 남편도 다음 날 출근한다. 어제는 피곤해서 열 시 전에 곯아떨어졌다. 아이 들어오는 것도 못 보고 잤다. 좀 미안했다. 걱정은 되지만 매번 기다릴 수도 없고 집 앞 CCTV만을 믿어야 할지.
남편이 나가려던 찰나 카카오톡이 왔다. 뒤늦게 부재중 전화를 확인한 아이가 가족단체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안심은 됐지만 오랜만에 가슴 철렁했다. 이 느낌 다신 겪고 싶지 않다. 묻지 않아도 데리러 가야 하나. 데리러 간다 하니 안 나와도 된단다. (이 말은 고맙다)
방학 때 등록한 스터디카페. 수행평가에 시험공부에 새벽 2시에 오기도 한다. 잔여시간 27시간 30분. 이것만 끝나면 이제 없다. 지금 심정은 결제하나 봐라. 아니면 열두 시까지 집에 오는 조건으로 하던가. 대책이 필요하다. 밤마다 보초를 서야 하는지. 3년이면 끝나는 건가? 정답 없는 질문만 되풀이된다.
답답한 마음에 온라인카페를 검색했다. 멀쩡한 방 놔두고 왜 나가는지 모르겠다. 지 방은 고물상 만들어놓고 나간다. 아빠는 늦게 온다 화만내고 출근해야 되니 먼저 잔다. 새벽 다섯 시에 들어오는 아이. 스터디카페에서 바로 학교로 등원하는 경우도 있더라. 다양한 방법으로 의도치 않게 엄마들의 피를 말리고 있었다.
초보 고등엄마다.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적응 중이다. 밤에 들어오는 것도 익숙지 않다. 집에 있어야 할 시간에 사람이 없으니 긴장된다. 언제쯤 초연해질지.
고등학교 졸업한 지가 언젠데 내가 다시 고등학생이 된 기분이다. 그때도 야자는 싫었는데 늦게 귀가하는 게 더 힘들었다. 우리 엄마도 티는 안 냈지만 나 걱정 많이 했겠네. 나 많이 기다렸겠네. 3년 동안 야자한 만큼 성적이 안 나와서 속상했겠네. 나인가 엄마인가? 적다 보니 우리 딸도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지만 기대도 너무 하지 말고 실망도 크게 안 해야지.
이제 밤에도 잔소리는 음소거다.라고 쓰는데 다시 부글거린다. 자정 넘어 들어온 아이는 오자마자 거실 식탁에 엎드린다. 그저께는 거실바닥에 대자로 뻗어 잠들었다. 씻고 자라고 해도 꿈쩍도 안 하더라. 샤워하고 드라이까지 하면 한 시간은 걸릴 텐데. 아이는 엎드려 자고 나는 맞은편 책상에서 글을 쓴다. 애잔하면서 속도 같이 끓는다.
아이 들어올 때마다 글 쓰고 있으면 되나. 이제 시작인데. 3년 동안 묵언수행하며 목탁, 아니 키보드라도 두들겨야겠다.
고등 어머님들 같이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