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by 햇님이반짝


점심시간. 소화도 시킬 겸 직장 뒤편 공원으로 나왔다. 한눈에 보이는 공원은 한 바퀴를 다 돌아도 2분도 걸리지 않는다. 이곳에서 사계절을 느낀다. 벚꽃이 만발하여 걸을 때마다 마음도 뽀송해진다.



걷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벚꽃나무가 서 있다. 벚꽃나무는 매 년 그 자리를 지키다가 봄이 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꽃을 피운다. 지금까지 내게 벚꽃시즌만 마흔다섯 번. 사진도 찍고 추억도 남기지만 매년 다 기억나지 않는다.




벚꽃이 만발한 것처럼 내 인생에도 화려한 꽃을 피우던 순간이 있었을 텐데. 스물두 살 남편을 처음 만난 날부터 이십 년 넘게 사랑이 뭔지 미움이 뭔지 알아가고 있다. 가족이라고 해서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아이만큼 중요한 나. 나만큼 중요한 가족. 나에게 벚꽃은 아이들이 어린이 집에 다녔을 때 가장 만발했던 거 같다.



벚꽃이 만발하면 가던 길도 멈추게 된다. 이 순간은 영원하지 않으니까. 지나가니까. 며칠만 지나도 벚꽃 잎은 다 떨어지고 어느새 일상으로 돌아간다. 굳이 올려다보지 않아도 되는 길이 된다. 그 길이 진짜 내 길이다. 묵묵히 걸어가야 할 길이다. 머물고 싶은 순간도, 아름다운 순간도 다 지나간다.

26.4.1. 수 PM 1:41

벚꽃도 때가 되면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는데 나는 일 년에 한 번이라도 나만의 꽃을 피우려고 노력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살다가 가끔 뒤를 돌아보았을 때 나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아이 엄마이기 전에 나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정도면 잘 살았네'라는 생각도 들지만 못나 보일 때가 더 많기도 하다.




벚꽃 잎이 거의 다 떨어져 바닥에 흐트러졌다. 이거 누가 다 치우나. 예쁜 것만 누리고 이내 지저분해진 모습에 내 마음도 돌아선다. 최선을 다한 벚꽃 잎은 찰나의 아름다움을 선물해 주었다. 또 받기만 했다.


내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나만의 벚꽃 잎을 피워야겠다. 걷다가 잠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일상에서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독서와 글쓰기로 마음의 꽃을 피운다. 후회만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