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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Dec 17. 2022

그렇게 집을 나왔다

워킹맘이 되는 순간


"친구들이랑 잘 놀고 있어, 이따가 금방 데리러 올게"


둘째가 살 무렵  여기가 내 집인 양  어린이집에  적응을 참 잘했다.  돌아서면 건물 밖으로 쩌렁쩌렁 목청껏 울어댔던 언니의 첫  등원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아주 훌륭하다. 3년 동안 밤잠 설치며 고생했으니  편하게 쉬라는 메시지 같았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그것도 잠시,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한시라도 어린이집에 빨리 보내려 사투를 벌였던 흔적들과  빨래, 청소, 청소, 청소

내가 이렇게 부지런한 사람이었던가 자꾸 할 일이 눈에 보인다. 그렇게  6개월 동안  자유 아닌 자유를 느끼는 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집안일은 내 적성에 안 맞다는 걸 몸소 느꼈다.  반짝반짝 집안을 광을 내어 청소하는 그런 뿌듯함을 느끼지 못했다.  누군들 집안일이 맞아서 하나 싶겠지만 된장찌개를 3번 먹고  끓이고 끓여 우러나온 마지막 남은 국물이 제일 맛있다는 남편, 이때만 해도 힘이 남아돌아 이 가구 저구 책장 옮겨가며 나름 셀프 인테리어라 해도 머가 바꿨냐며 몰라주는 남편,  깔깔깔 웃겨 죽겠다며  배 잡고 넘어가도 그때뿐인 예능 재방 보기,  해도 해도 티 안나는 집안일에  갈수록 지쳐만 갔다.



결코 생활고에 등 떠밀려 나온 건 아니다. 이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아이만 잘 키워달라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몸이 근질거려  자발적으로 나왔다.  그땐 몰랐지 나올 땐  발로 걸어 나왔지만 들어올 땐 내 맘대로 그만둘 수 없다는 걸.  힘들면 그만둬도 된다는 남편의 말은 결코 들려오지 않았. 그건 나도 인정다. 생계형으로 바뀌게  될 줄 몰랐으니까.

 





2016년 9월 19일  그렇게 해도 해도 늘지 않는  살림과  이별하고 싶었던 와 첫 출근을 했다.  그 해 첫째 어린이집 졸업식 참석을 못했다.   어린이집인데 어때  외할머니 가셨으니 괜찮겠지  아이는 웃고 있지만 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도 초등 입학은 함께 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둘째도 어린이집 졸업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사진은 늘 밝다.  2년 뒤 둘째도 입학다.  벌써 내년이면  첫째는 어엿한 중학생이 된다. 


첫째 어린이집 졸업식날/  현 예비중학생






아이들 초등생활과 30대 후반다사다난했던 일들,  젊은 아줌마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긴 직장과 아직까지 함께하고 있다.


7시에 퇴근하는 나보다  한 시간 일찍 퇴근하는 남편이 저녁을 준비한다.  밥상의 부담을 이렇게라도 해소하고 싶었던 건가   물론 남편이 늦을 때는  맛을 장담하지 못하는 저녁을 준비한다.   그렇게 비록 늦게 퇴근할지언정  이제 끝까지 우러난 된장찌개가 아닌 요리를 더 잘하는 사람이 맡기로 했다. 청소할게 더 많아진 건 어쩔 수 없지만


남편이 끓인 김치찌게  주말요리  스파게티 /  뒷정리는 내가 할게


♡늘 감사한 점심시간♡


집밥에 대한 부담이 누구보다 컸었다.  집밥보다 더 집밥 같은 직장에서 너무나도 감사한 점심을 먹게 된다. 주부가 되어보니 내손으로 한 음식 외에  누군가 차려주는 한 끼의 소중함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그래서 직장도 못 그만두는가 보다. 


아이는 아이대로 나는 나대로 남편도 회사에서 열일 중.

우리 가족은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행하고 있는 중이다.


밥은 밥이고 일은 일이지만 한 곳에서 오래 머물렀던 만큼 약간의 다른 공허을 느끼는 순간  또 다른 숨구멍을 발견한다.  그래도 하던 일은 해야지.


7년째 접어드는 이곳에서 한결같이 는 말,



"침 뺄게요"







출처 :(제목만)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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