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대 앞에서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앞머리는 왜 이렇게 빨리 기는지 잘라야 하나 길러야 하나 고민을 하게 만든다. 당장 눈앞이 거슬려 고데기로 말아야 했다. 가끔 사용하는 고데기라 익숙지가 않았다. 만족스러운 웨이브는 아니지만 눈에 찔리지 않을 만큼 봉긋하게 말렸다. 조금 지나면 숨이 죽어 자연스러워질 거라 생각했다. 출근 전까지 시간이 남아 거실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등교하기 전 초6 둘째가 나를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어머니 앞머리 고데기했네. 보석 같아"
응? 보석?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고데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앞머리 힘 좀 줬는데 예뻤나? 나댈뻔한 입고리를 단속시켰다. 아침부터 예고 없이 훅치고 들어오는 칭찬에 감동이나 주고 역시 엄마 챙기는 건 둘째 딸내미밖에 없다. 좋은 건 한번 더 듣고 싶었다.
"어머니 보석 같아?"
"응. 버섯 같아~"
"..........."
왓?!! 버섯??!!!
이번이 잘못 들은 걸로 하고 싶었다.
"버섯같이 귀여워"
그리고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 그렇구나. 버섯이었구나...
내 귀가 잘못했네. 자기주장 강한 귀가 듣고 싶은 대로만 들었다. 그래도 귀여운 버섯이여 다행이다. 한 순간에 보석에서 버섯이 된 어미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괜히 확인했다. 물어보지 않았다면 오늘 하루 감동의 물결 그대로 마음이 일렁였을 텐데. 그래도 등교 전 뽀뽀는 잊지 않아 고맙다. 현관 앞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너에게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무렴 어떨까. 어미의 작은 변화조차 놓치지 않는 너의 시선이 따사롭다. 관심이 없다면 버섯이든 보석이든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버섯이 보석이 되는 그날까지 딸에게 확인받고 싶다. 대신 당분간 고데기는 꺼내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