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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Apr 22. 2024

쓰다 보니 현타가 왔다


신나게 썼다. 생각나는 대로 썼다. 는 이유도 무색할 만큼 무아지경으로 써 내려갔다.  시간이 유일한 낙일만큼 빠져들었다. 있는 그대로 써내는 게 쉬우면서 어려웠다. 생각만큼 표현되지 않아 답답했다. 몇 문장 쓰지도 않았는데 삼십 분은 그냥 흘러간다. 브런치스토리에 일기장 삼아 쓰려니 쫄깃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찰나를 매번 넘어서는 게 나와의 싸움이다. 어쩌다 조회수가 올라가면 이렇게 쓰는 게 맞아요라고 허락받는 것 다. 




백지는 언제나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쓸 때는 분명 재밌었는데 곧이곧대로 쓰다 보니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 왜 이렇게까지 적나 어디까지 솔직하게 적어야 되나 싶었다. 생각에 빠져드는 순간 손가락이 멈춘다. 생각하는 대로 의미가 잘 전달되었는지 의심부터 했다. 문장력의 한계를 느꼈다.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키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 그러면서도 이 관문을 넘기지 못하면 다음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대단한 일도 아닌데 적었다. 기억력이 나쁘다. 돌아서면 어제 당장 무얼 한지조차 가물하다. 써내면 나에겐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게 다.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흐른다. 나이만큼 속도가 난다는데 내 시간만 배속으로 가는 것 같다.


화요일에 써둔 글이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사일동안 붙들었다. 토요일 하루종일 글 하나 가지고 씨름을 했다. 매달린 보람이 있었을까 일요일 아침 조회수 1000을 넘은 알람이 울렸다. 카톡 내용을 올릴까 말까 시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쓸까 말까 몇 번을 고민했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닌 내가 다시 보고 싶은 글을 쓰고 싶었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써낸다. 대단한 일들이 있기를 바라지 않는다. 보통의 일상을 파고든다. 그저 그런 일상을 건져 올리니 세상 소중한 하루로 남았다. 매일 두드리는 키보드 소리가 심장을 단단하게 만든다. 현타보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내일이면 사라질 오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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