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시키고 있어요

그것도 주 5일이요

by 햇님이반짝


초5, 중1 두 딸의 엄마



드디어 나에게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사교육 문제에 본격적으로 직면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 초등 5학년이 된 둘째가 드디어 주 5일 운동만 하게 생겼다. 월수금 태권도, 화 목 수영을 다니게 되었다. 이때 아니면 언제 운동하나 싶다. 어릴 적 워낙에 약했던 아이라 나무 꼬챙이처럼 똑하면 부러질 만큼의 가냘펐던 두 다리가 지금은 꾸준히 운동한 덕에 허벅지가 바늘하나도 안 들어갈 만큼 탄탄한 꿀 말벅지가 되었다. 아직도 노는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5학년. 마침 휴무날이었던 목요일. 수업을 마치고 전화가 온다. 대뜸 " 나도 수영갈래!!"

에잉? 갑자기? 친구가 오늘 수영장엘 간단다.



원래 작년에 생존수영을 학교에서 진행하고 난 후 수영이 재밌다며 배우고 싶어 했는데 혼자 가기엔 싫다며 흐지부지 되었던 터라 잘 됐다 싶었다. 그리하여 마침 수영센터에 전화를 해보니 오늘이 3번째 수업시간이고 등록은 가능하다고 한다. 대신 앞에 두 번의 수업비용에 대한 차감은 없다고 한다. 그래도 한 달 주 2회 25000원이면 감지덕지한 가격이라 여겨 별 고민 없이 준비물을 챙기고 두 시간 뒤 바로 보내기로 했다.



친구어머니께서는 운동을 너무 싫어해서 수영장이라도 보내려 했었단다. 가기 싫어라고 호소했던 친구는 우리 아이가 함께 여서 좋고 우리는 친구 덕분에 수영등록을 하게 되어 좋았다.

첫 수업을 마친 아이가 집으로 오는 얼굴엔 감출 수 없는 미소가 새어져 나온다. 너무 재밌단다. 다행이다. 조금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의미 없는 후회는 단 몇 초 만에 접었다. 지금이라도 했으니 말이다. 기초수업을 했지만 또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하다 보니 피곤하겠지. 저녁 먹고 책을 보던 아이는 이미 머리가 바닥을 찍는다. 웬일로 10시 전인데 먼저 잔다고 들어간다. 이런 나이스!! 평소 그렇게 일찍 자야 된다고 해도 꿈쩍도 안 하더니 이것도 적응이 되고 나면 다시 원상 복귀되겠지만 하루 만에 대만족을 바라기엔 이르다.





함께 수영 다니는 친구는 목요일 학교 수업이 마치면 영어와 수학학원을 끝내고 수영을 간다고 한다. 피곤하겠다 생각이 절로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움찔했다.

우리 아이만 너무 노나? 초등 5학년이면 엄연한 고학년이 확실한데.

어쩌다 보니 이번에 그나마 작년에 시작한 한자도 끊어서(집에서 사자소학 읽기로 약속) 이제 공부 관련 교육으론 주 3회 방과 후 영어와 4년째 이어온 화상영어만이 남았다. 언니와 연계된 학습용 패드를 사용하지 않을 때 열심히 만화역사영상을 본다.



아직 공부 쪽으로 학원을 보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여유 시간을 확보해 충분히 읽고 싶은 책의 바다에 풍덩 빠지게 하고 싶은 나만 아는 큰 전략(?)이랄까, 그렇다 여태 진짜 나만 알아서 아이는 정말 실컷 놀았다. 그래서 오늘 이야기해 주었다. 왜 학원에 안 보내는 줄 알아? 너무 큰 전략이라서 눈치를 챌 수도 있겠다. 어느 정도의 의미는 알고 있더라. 그 시간에 조금이라도 독서에 집중하라는 큰 뜻을 아이는 헤아려줄까. 그나마 언니보다는 책 펴는 횟수가 더 많서 이걸로 위안을 삼아야 할까.




나라고 왜 영어 수학학원 논술 사고력 다 안 보내고 싶을까. 어떡해서든 그 끈은 놓지 않으려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이어가 보려 하는데. 사지선다 답 나오듯 몇 번이라고 콕 집어 정답을 알려달라 하고 싶다. 답은 내 아이에게 있다는 10점짜리 큰 주관식문제를 내어주고 풀라고 한다. 그래서 그 문제 풀다 내 아이 잡을까 봐 또 조심스럽다. 답지를 내어주지 않아 더 답답한 사교육 문제. (오늘 수영등록해서 기분 좋았는데 왜 급흥분하는 거 같지)



그저 지금 상황에 맞게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다. (아직 학원 보내 달라는 말이 없다. 당연히 없겠지, 나는 돈 굳어서 좋고 너는 안 가서 좋고) 나는 분명 이야기했다. 정말 가고 싶은 마음이 들면 이야기하라며. 내가 안 보내주는 거 아니라며 발뺌했다.(나중에 원망 말아다오)



나도 그렇지만 억지로 시키면 오히려 하고 싶은 마음이 반감된다. 그래서 길게 얘기하자니 잔소리가 되고 안 하자니 무관심과 방임하는 엄마 될까 봐 공부이야기는 굵고 짧게 고 빠지는 쨉을 동반한다.

진정 원해야 생각이 나고 마음이 동해야 움직인다. 아직 까지 초등이니 약간의 여유부림이 가능한 건지도 모르겠다.

큰아이는 중1이 되면서 본인이 원해 처음 수학학원을 등록했다. 나름대로 교육관이 확고하다 생각했는데 그러면서직도 심 흔들리는 마음은(쓰다 보니 나 많이 불안했니) <어머니, 사교육을 줄이셔야 합니다>를 읽으며 사교육에 대한 마음 한구석을 살살 달래보려 이제야 첫 장을 펼쳐본다. 우리 아이 허벅지 근육만큼이나 내 마음 근육도 단단히 심어주기 위해서.






사진 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