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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Oct 15. 2024

남편은 걷고 나는 뛰었다

일요일 여덟 시 전에 눈이 떠졌다. 언제부턴가 주말 아침이면 남편과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공원에 가자고 한다. 가끔 사춘기인 두 딸도 데리고 가지만 오늘만큼은 기분 좋게(?) 다녀오고 싶었다. 아침에만 느낄 수 있는 맑은 공기에 상쾌함은 물론 발걸음도 가볍다. 사실 다른 뜻이 있었으니 이렇게 좋은 날 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요즘 달리기에 재미를 붙였다. 하고자 하는 일에 단단한 마음을 먹기 위해서다.


처음에 남편은 내가 달리기를 하면 같이 나오지 않는다 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편이 걷는 사이 나는 공원 네 바퀴를 고 걸었다. 덕분에 한 시간 동안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운동을 마친 후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으로 간 줄 알았는데 아직 공원에 있다고 하였다. 한 시간 만에 만났는데도 괜히 반가웠다. 남편은 오랜만에 밖에서 커피나 한잔 하자고 했다. 보통은 바로 집으로 가기 바빴는데 오늘은 유난히 여유로웠다.  



나의 사람함께 좋아하는 길을 걷는다. 이것만큼 평온한 일이 또 있을까.

나는 가끔(?) 이기적이다. 내가 책을 내고자 마음을 먹은 후부터 슬그머니 집안일을 미루는 일이 잦았다. 남편이 식사를 준비하면 설거지라도 제때 해야 하는데 자꾸 미뤘다. 결국은 내가 하지한 번씩 설거지도 해주는 날엔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출간일이 정해졌으니 이제 모든 게 끝이 난 줄 아는가 보다. 거실테이블에 앉아 또 글을 끄적이는 나를 보며 말하기를.

"책 쓰기 끝났잖아?"

"책 쓰기는 끝나도 글쓰기는 안 끝났거든" 

그래놓고 첫 번째 책이 나오기도 전에 두 번째 책은 어떤 내용을 쓸 거냐고 은근슬쩍 압박을 주기도 한다.


나도 내 책이 나오는 게 신기한데 남편은 오죽하랴. 한동안 다른 건 다 미뤄도 새벽 두 시가 되어도 거실테이블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으니 이상하다 싶었겠다. 남편은 늘 아내 없는 밤을 보내야만 했다.


남편은 걷고 나는 뛰었다. 글을 쓰는 동안 기다려주었다.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할 일을 하고 다시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


글쓰기도 남편도 영원한 동반자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주말에 함께 있었던 일들이 다시금 떠오른다. 남편과 같은 장소에서 두 번의 데이트를 하는  같다. 글쓰기만큼 소중한 사람도 지켜내야 한다.



오빠! 이번주도 콜~~?!


같이 앉아서 이야기 나눈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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