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에 존재하는 20대를 회상하며 기록하는 30대
나에게 질풍노도의 시기는 조금 늦게 찾아왔다.
치열한 수능 시스템이 없는 미국에서의 중고등학교 시절은 여유로웠다. 중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미국에 도착한 후 1-2년 정도 적응기를 거치며 영어에 익숙해진 후엔 학교 수업과 과제들이 수월해졌다. 숙제만 꾸준히 열심히 하면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기에 다양한 방과 후 활동을 병행하며 모범생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그때부터 나의 뒤늦은 방황기가 시작된 듯하다.
나의 이십대 초반은 대학생활의 엄청난 압박, 부담감, 그리고 끊임없는 야작과 밤샘의 연속으로 기억된다. 입학과 동시에 갑자기 부푼 인간관계 안에서 사람들에 치이며 상처를 받기도 했고, 치열한 경쟁과 어려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 성적이 바닥을 치기도 했다. 그동안 소중히 보듬어져 왔던 내 자존감도 큰 타격을 입었다. 대학교 3학년이 끝날 때쯤이 돼서야 내 페이스를 찾고 그제야 즐거운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아마도 그해 여름에 나선 첫 유럽여행이 큰 전환점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고분고투의 이십대 초반의 기억은 지금의 내가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모두에게 친절하기보단 나를 더 아끼고, 남들과 비교했을 때 나의 위치를 평가하기보단 어제의 나보다 나아진 나를 만들려 노력한다. 힘들 땐 힘든 것을 인지하고, 그 이유의 원점을 찾아내 대안책을 마련하려 노력한다. 쉬어가기의 중요성을 알고, 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것을 깨달은 삼십대가 되었다. 여전히 이십대의 기억은 어렴풋이 남아있고 그 시절 겪었던 모든 경험들이 나에게 뼈가 되고 살이 되었다.
앞으로 그 기억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정리해보려 한다. 그리고 그 경험에서 얻은 값진 배움을 삼십대의 내가 기록하려 한다. 나의 기록이 누군가에게 도움 혹은 위로가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