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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랜Jina Oct 06. 2023

미국에서 제일 좋은 게 뭐냐구요? 마구 버리는 거요

샾에서 쓰는 쇼핑백을 찾다가 'I am a reusable bag'이라는 비닐백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쾌재를 불렀다.


봉투 아래에는 '이 가방은 40%의 소비자 사용 후 재활용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라는 말과 함께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소재이고 다 사용 후에도 재활용될 수 있다'라고 쓰여있다. 즉 100% 썩을 수 있는 물질은 아니지만, 재사용이 가능하고 어느 정도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물질이라는 말이렸다!


옳거니, 얼마  그러니까 족히 1 전에 정부의 카우니 오피서가 샾에 찾아왔다. 앞으로 비닐봉지를 무료로 배포   없고 꼭 필요하다면 돈을 받아야 한다는 서약에 사인했다. 한국에서는 익숙한 것이지만 아직까지 미국에서는 보기드문 일이었다.  후로 돈을 기에는 손이 부끄러울 정도로 허접한 얇디얇은 봉투지만 100년이 넘어도 썩지 않은 비닐이 아니고 자연적으로 퇴비가 되는 봉투라 마지못해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다  봉투를 발견했는데 일단 일반 비닐처럼 얇지 않고 Standing bag이라고 해서 물건을 놓기 전에 세울  있고 두꺼운 겨울옷을 감안한다 해도 넉넉히 들어갈  있는  사이즈라 좋았다. 색감도 연브라운 컬러에 초록색 손잡이 이미지와도  떨어지고  무게감도 가볍지 않고 더군다나 '나는 재활용할  있는 봉투입니다'라고 알아서 광고를 해주니 일석이조 아니 일타삼피 정도의 값어치를 지니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쾌재를 부르게 한 재활용 백


이왕 말이 나올 김에 미국의 재활용에 대해서 이야기해야겠다.


이제 한국은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나라중의 하나가 되었고 최고의 여행지로 손꼽을 정도로 경제와 문화의 1번지로 자리매김되었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된 IT 천국이라 누구의 도움 없이도 쉽게 여행할 수 있고 유럽이나 그 어떤 나라에 비해 치안이 안전한 나라인데다 다양한 먹거리는 또 어떤가 저렴하면서도 고품질의 맛을 즐길 수 있고 땅은 작지만 곳곳에 남겨진 역사적 배경과 함께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세계 최고라 자부할 수 있는 나라다.


이렇게 단기간 여행지로는 최고라 여길수 있는 꺼리들이 많지만 장기간 여행객이나 외국인에게는 불편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음식물 처리에서부터 철저하게 분리해야하는 재활용품은 이들에게 어려운 숙제로 생각된다. 한국은 오랫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정부의 동참을 호소하는 많은 정책과 정부로부터 받은 적극적인 지원을 활용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이제는 모두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한국을 처음으로 간 여행객들이나 한국을 자주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분리수거란 귀찮고 번거롭고 까다롭기 그지없는 꽤 어려운 관문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특히 미국 같은 경우 분리수거를 하는 비율을 보면 한국의 10%나 따라가려나 싶게 아주 형편없는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한국처럼 정부 차원에서 지원과 홍보에 최선을 다하며 정확한 매뉴얼을 주면 그나마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시도조차 아주 미흡하다. 분리 수거함을 아파트나 콘도는 제외된 타운 하우스나 싱글 하우스에는 배분되었지만, 강제 조항이 아니다 보니 이게 과연 제대로 분리수거가 되는 것일까 라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


코로나가 창궐했을 때,


전염성이 강한 것이라 지구 전체를 한순간에 봉쇄한다 해도 단 하나의 구멍으로도 도루아미타불이 되는 것처럼 환경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실천으로 생활속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를 분리하는 작업 또한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국처럼 집단 전체가 하나로 움직일 수 있는 일사불란한 국민성이라면 모를까 집단보다는 개인적인 자유를 존중하는 문화에서 강제성이 없는 개인의 취향에 맡기는 분리수거야말로 쓸데없는 자원 낭비이고 시간 낭비임에 틀림이 없다고 본다.


개개인의 집도 문제지만 공공장소는 아예 분리수거라는 접근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특히 일회용 배출이 심한 푸드코트에서 벌어지는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패스트 음식을 포장한 각종 플라스틱 용기와 종이, 포크, 컵, 각종 소스 같은 것들을 포장한 비닐...  음식을 먹고 난 후의 그 쓰레기의 양은 쟁반 가득 차고도 넘친다. 그 모든 일회용 쓰레기가 그야말로 무지막지하게 아무런 분리 없이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누구 하나 제재하는 사람도 없고 아무도 일말의 의심이나 죄책감 없이 몽땅 한 곳에 가져다 부어 버린다.


처음에 한국에서 온 여행객들은 한국으로 여행을 가는 여행객과는 반대로 어떻게 버려야 할지 대략 난감해할 따름이다. '저 많은걸 한꺼번에 그냥 휴지통에 쏟아 붓는다고?' 하지만 쉬운 길은 어찌 그리 빠르게 받아들이는지 한국에 가면 귀찮고 까다로운 일상이 미국의 생활은 금방 적응되어 누구나 아주 마구 버리는 습성으로 바뀐다. 그래서 정부의 정책이 너무도 중요한 것이고 깨어있는 의식 있는 사람들이 많아야 나라가 올바르게 갈 수 있는 이유다. 누구도 쉽게 할수 없는 기부를 중시하는 나라인데 그래서 돈많은 재벌을 적대시하지 못하는 나라인데 정작 지구를 살리는 아주 작은 실천인 분리수거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여기에는 깊은 함정이 숨어있다.


일단 모든 국민에게 쓰레기를 분리해야 한다는 홍보를 한다는 게 쉽지 않다. 교육의 수준을 고려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과 인종 그리고 생활 수준을 차별 없이 균등하고 일정하게 홍보해야만 하는데 인력과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데 무게를 둬야 한다. 한국은 평균적인 교육 수준이 오랫동안 깊이 있게 갖추어져 있다. 아기부터 할머니까지 모두가 똑똑하고 정부의 말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나라가 또 있겠나 싶게 시민의식은 가히 세계적이고, 그러기에 지금의 부강한 나라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교육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우스개 소리로 우리가 그렇게도 열망하는 영어를 홈리스도 하는데 왜 교육 수준이 낮을까 싶지만, 한국처럼 자기의 언어를 읽고 쓰는 수준을 미국 국민 모두가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서로 말만 하는 것이지 문맹률은 20%를 상회하고 미국 성인 50%는 중학교 2학년 수준이라는 통계가 있다. 한마디로 미국인 상위 1%가 미국을 이끌고 중산층은 그 길을 잘 따라가지만, 나머지 미국인들은 그저 나라에서 주는 돈으로 한평생을 사는 무개념의 사람들도 많다고들 한다. 


이렇게 경제나 학력의 차이로 인해 정부가 통일적으로 미국 전역을 상대로 홍보하고 전체가 동참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을 듯하다. 예를 들어 음식쓰레기를 갈아서 흘려보내는 음식 분쇄기를 집을 지을 때 법적으로 되어있다면 몰라도 개인이 살면서 해야 하는 일을 강제적으로 규정해 놓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지 싶다. 그나마 내가 사는 메릴랜드에서는 마트에서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되었고 한 장에 20원 정도를 내야 해서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 다행한 일이다.


우리 집 같은 경우는 그래도 분리수거를 잘하고 있는 편이다.


한국처럼 철저하게 분리를 하지는 못한다. 바퀴가 달린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 플라스틱이나 종이, 종이박스, 빈 병 같은 재활용이 가능한 모든 것을 한꺼번에 넣는다. 이불이나 의류 신발 가방 같은 생활용품은 안된다. 일주일에 한 번 집 앞에 내놓으면 재활용 차가 와서 일괄적으로 수거해 간다. 하지만 여기에서 항상 의심이 간다. 저렇게 한꺼번에 몽땅 같은 차에 같이 버리면 누가 분리를 하는 걸까?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일까?


카운티에서 하우스마다 나누어준 Recycles Bin


문제는 직장이다. 분리는커녕 먹다 만 음식도 그대로 휴지통으로 들어가고 물이 줄줄 흐르는 플라스틱 통도 통째로 커다란 휴지통으로 들어간다. 그걸 한꺼번에 묶어 덤프트럭에 던져 버린다. 덤프트럭에 고철이며 이불, 각종 생활 가구며 음식에서 생활용품까지 마구잡이 섞여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지구가 어찌 될 것인지 심히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오피스에서 나오는 각종 생활쓰레기를 버리는 덤프트럭


경제 선진국 1위인 미국의 재활용에 대한 시민의식 수준은 후진국 중에서도 한참 떨어져 있을 것이다. 지구의 온난화로 매 계절 온도가 상승해 지난여름 평균 온도는 지구를 후꾼 달아오르게 했고 각종 전염병으로 3, 4년의 혹독한 경험을 했음에도 우리의 정신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으니 이제는 누가 나서서 이 나라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목에 찬 외침을 하지 싶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 놀러 가는 미국 사람들의 가장 큰 고충이 바로 분리수거다. 지금처럼 마구잡이 버리던 습성이 있는 사람들이 일단 음식을 집으로 가지고 가면 큰일이 난다. 음식 분쇄기가 없으니 음식쓰레기봉투에 따로 버려야 하고 모든 생활용품의 쓰레기를 철저하게 분류해서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 일단 어딘가에 있을 재활용 장소를 찾아야 하고 온갖 종류의 것들을 일일이 확인하며 분리하고 각자의 이름에 맞게 넣어야 성공한다. 설마 그런 음지에까지 감시 카메라 있다는 걸 아는 이도 많지는 않을 듯하다.


길거리 음식을 먹다가도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없어서 당황한 적이 많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 어디 시골 어디를 가도 길이 정말 깨끗한 이유 또한 쓰레기통이 없다는 것이다. 쓰레기통이 없으면 오히려 더 지저분해질 일인데 결코, 그렇지 않다. 워낙 시민의식이 높은 한국 사람들은 쓰레기를 각자가 해결해야 함을 알고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리는 행위를 결코, 하지 않는다.


미국은 그렇지 않다.


뉴욕이나 엘에이 같은 대도시일수록 쓰레기는 차고 넘쳐 길거리 곳곳에 버려져 있다. 공공건물 특히 지하철 내의 그 지저분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한국처럼 깔끔하고 청결한 그런 공간을 생각한다면 완전 오산이다. 오물 냄새와 쓰레기가 쌓여있는 뉴욕의 뒷골목은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장소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렇게 마구 버리는 쓰레기가 이제는 몇 마리 남지도 않았다는 고래의 배 안에 가득 들어있고, 못 사는 나라에는 방대한 양의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만 가는데 그 미래를 누가 책임지겠는가?


미국이 좋은 이유로 무엇이든 마구 버릴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순간적으로는 간단하고 쉬울지 모르나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조그마한 단체에서 환경을 위한 메시지로 미국 전체의 의식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정부에서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환경을 구하는 일에 앞장서야 하고 그 첫 삽이 바로 한국처럼 철저한 분리수거를 생활화하게 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어야 한다. 귀찮고 힘든 숙제를 일상으로 이끌어 낸 한국이 대단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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