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입시 VS 미국입시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아들이 우리에게 물었다.
"하버드가 어려워요?, 서울대가 어려워요?"
남편과 나는 동시에 대답했다.
"서울대!!!"
"네? 하버드가 아니고 서울대요?"
"당연히 서울대지. 서울대에 비하면 하버드는 기회가 많은 대학이라고 볼 수 있지"
이런 대화를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한국 사람들이 많을 텐데 미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 특히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지금도 한국 입시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와 같은 대답을 하리라 생각된다.
막내가 12학년, 한국으로 치면 고3이다. 미국이 한국보다 반 학기가 빠르니 고3 2학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한참 대학에 원서를 쓰고 있는데 11학년에 수능(SAT)은 끝내 놓았고 12학년에 올라오자마자부터 준비한 학점과 활동내용을 어얼리로 대학을 지원했다. 불행히도 디퍼(DEFER), 즉 합격은 아니지만, 대기자 명단에는 들었으니 며칠 내로 서류를 보안해서 제출을 하면 학교 측에서는 정시생들과 경합을 붙이겠다는 심산으로 불합격 처리하기에는 조금 미련을 남겨두는 차원이라고 보면 된다.
서운하지만 그럴 겨를이 없다. 보충자료를 더 첨부하면서 이젠 아들이 원하는 모든 학교에 원서를 넣어야 한다. 즉 정시모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충 10개 정도 학교를 추려서 보내는데 학교마다 제출하는 기간이 다르고 질문이 다르기 때문에 학교를 많이 쓴다고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역량만큼 자기의 수준에 맞추어 최선을 다해 원서를 쓰고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제도가 있다.
기부뿐만 아니라 래거시라는 제도가 있는데 특례입학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모든 학교의 방침이 그러하지 않다는 전제를 두고 웬만한 학교에서는 기부금이 1순위 래거시가 2순위 그리고 학교 관계자의 자녀가 3순위 그다음 일반 아이들이 들어간다. 처음에는 물론 대학에 가는 자녀가 없었기에 관심이 없었지만 막상 내 자녀가 대학을 가야 하는 시점부터는 이러한 것들이 과연 사실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통령의 자녀나 돈이 많은 자녀의 대학이 예사롭지 않다. 대표적으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예일 대학을 졸업했고 레거시 혜택으로 아들이 예일에 합격했다.
한국 수시는 미국의 조기전형 즉, 어얼리 (Early apply)라 부르고 어얼리에서도 디시전(Decision)과 액션(Action)으로 구분되는데 어얼리로 뽑는 비율이 보통 전체인원의 반정도를 뽑고 학과의 정원 인원수가 정확히 나와 있지 않고 학교의 재량껏 뽑는다고 한다. 과 성격에 맞는 학생이 많으면 많이 뽑고 없으면 없는 대로 더 이상 무리하게 뽑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무튼 어얼리를 뽑는 우선순위를 공공연히 알게끔 학교마다 내세우고 있고 그 순위가 바로 기부금이나 레거시라는 점이 한국과는 판이하게 다른 점이다.
만약 한국에서 대통령이 서울대를 나왔다고 대통령 자녀가 서울대에 특례로 입학이 된다면 나라가 뒤 짚어질 정도로 대서특필이 될 터이지만, 미국에서는 그 누구도 그에 대한 일에 불평하지 않는다. 즉 전통을 내세워 가문을 존중해주겠다는 의도로 왕족의 가문을 잇겠다는 명분과 그들만의 리그를 어느 정도 인정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영국이나 일본 왕족의 계급이 지금 21세기까지 대중들에게 인정받고 있고 사랑받으며 떠받들어져 살아가고 있는 맥락과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다고 본다. 한국은 왕 세습제가 아닌 대통령제 임을 고려할 때 이들 나라와는 절대 불가능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 레거시와 비슷한 개념으로 기부금은 학교의 명예와 존속에 관한 일로 많이 내면 내는 순서대로 합격여부가 달라진다. 이 또한 한국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만약 삼성이나 현대의 자녀가 학교에 어마어마하게 기부하고 좋은 대학에 간다면 이 또한 특혜 논란으로 학생은 제대로 그 학교에 발도 붙이지 못할 일이 될 것이다. 미국은 그러한 학생의 입학을 당연시한다. 물론 입학은 쉽지만, 졸업이 어려운 나라이므로 학교 측에서는 받아만 주고 나머지는 그 학생의 일이니 알아서 할 일이리라 생각하면 그뿐일 테니 참 편리한 제도이긴 하다.
그래서 일반 학생이 어얼리로 합격하기는 그 문이 상당히 좁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가고 싶은 학교를 선택해 어얼리로 원서를 12월 1일에 넣고 2주 정도 기다리면 대부분 합격자 발표를 한다. 문이 좁은 만큼 합격의 기쁨을 누리는 학생이 적겠지만 누군가는 합격을 할 것이고 누군가는 쓴 고배를 마실 것이다. 그리고 불합격을 주기에 아까운 학생에게는 디퍼(Defer)라는 제도를 운영한다. 디퍼자에게 어느 정도 시간을 주고 포기를 할 것인지 그 안에 조금 더 보여줄 수 있는지를 물어본다. 예를 들어 기다리고 있는 상을 탄다든지 새로운 봉사 기관을 찾게 되었다든지 어떤 사람에게 좋은 편지를 받게 되었다든지 중요한 이슈가 있다면 정해준 기간 안에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노력한 학생의 순위가 올라가면서 1월에 넣는 정시생들과 경쟁을 하게 되고 정시생보다는 조금 우위에서 경쟁하게 되는 찬스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다음 정시(Regular Decision)는 1월 초에서 1월 중순 정도까지 원서를 넣는다. 전 세계가 알고 있는 수능 날에는 비행기도 뜨지 않는다는 일 년에 단 한 차례만 볼 수 있다는 한국의 수능시험이, 미국에서는 고등학생 모두에게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나 기회를 많이 준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닌 일 년에 7-8번 볼 수 있는 자율이 있듯이 학교 원서도 하루가 아니라 학교마다 그 기간이 다르고 양식도 모두 다르다. 여기에는 장단점이 있는데 시험 기회가 많은 미국은 대학교마다 원하는 것도 모두 달라 만약 10개 학교에 원서를 넣는다면 모두 다른 양식으로 다른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물론 COMMON 양식이 있지만 몇 학교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른 질문과 답을 해야 한다.
이렇게 어렵게 들어가는 대학이지만 정작 대학을 들어가는 비율이 한국과 미국은 큰 차이가 있다. 일등에서 꼴등까지 오로지 공부에만 매진하는 한국은 고교생 거의 100%가 대학이라는 한 곳을 향해 달리고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하나 잘하지 않느냐만을 염두에 두고 질주한다. 그래서 서울대가 하버드보다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다. 미국은 절대 그렇지 않다. 대학에 가는 비율이 지금은 많이 높아져서 60%를 상회하지만, 그나마도 사립학교가 아닌 사는 지역 주변의 주립학교를 선호한다. 비싼 등록금이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도 학위를 요구하지 않는 청년층의 일자리가 한국에 비해 많다는 이유도 대학 진학률을 저해하는 요소일수 있다.
우리네는 이민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누가 가장 멀리 날아가야 하느냐에 목숨을 걸고 그 지점이 곧 이민사회의 끝 지점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더욱이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미국 토박이들이 만들어놓은 래거시라는 프레임 안에 들지 못하는 이민자들은 우리들끼리 더욱 치열하게 100미터 달리기를 전력 질주해야만 한다. 이같은 끝지점이 곧 이민자 2, 3세를 위한 높은 성공의 시작점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한국을 떠난 지 20년이 흘렀지만 양육하는 아이가 있어서인지 한국의 입시에도 상당히 관심이 간다. 많은 이들이 한국 대학입시에 대해 논한다. 입시는 고등학생의 전유물이 아닌 초등학생으로 그 범위가 내려가더니 이제는 태어나자마자 입시를 준비한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가장 중대한 출산율까지 저하시키고 있다. 좁은 땅에서 어느 나라보다 뜨거운 교육열과 80% 이상 고학력으로 모두가 똑똑한 나라의 최고 학부 서울대는 하버드 이상으로 어려운 관문임에 틀림이 없다. 아메리칸 드림으로 출발한 이민 생활이 서울대보다는 하버드가 쉽다는 우스갯소리로 위안을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들아 하버드 가즈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