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
글은 늘 나에게 어려웠다.
누군가 나에게 글을 잘 쓰냐고 묻는다면 나는 정말 '글을 못쓰는 사람'이다.
나는 무겁게 생각하거나 어렵게 생각하기 싫어한다. 다소 가볍게 보일지라도 그저 웃어넘기는 정도의 문제라면 고민을 깊게 하기 싫어한다. 하지만 '글'은 이런 가벼움을 완전히 차단시킨다. 나의 생각을 글로 남긴다는 행동은 내가 가진 생각을 좀더 멋드러지게, 가치 있게 남기려는 시도를 반복하게 한다. 이는 결국 나에게 어려움이란 문제를 제공한다. 이러한 어려움은 인생을 가볍게 살려는 내 모습과 달랐을지 모른다.
글을 싫어 하지는 않는다. 나는 어릴 때 책을 좋아했다.
책 잘 읽는 모범생이 되기를 원하셨던 엄마에게 좋은 아들이기를 원했을지, 아니면 그저 책을 좋아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쉬는 시간만 되면 10분의 시간 동안 언제나 책을 읽던 아이였다. 잠을 자기 전에는 침대에 누워 책을 읽었다. 침대의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고개를 숙인채 한장 씩 책장을 넘기다 잠이드는게 일상이였다. 세계 유명 동화부터 시작해서 저명한 소설가의 소설까지 안 읽은 책이 없다. 사춘기부터는 판타지 소설에 빠져 살았다. 공부에 방해된다고 읽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으니 몰래 숨겨 읽는게 습관이 됬다. 소설속인물들의 판타지적 모습에 나를 투영시키고 싶었을지 모른다. 나를 특별하다 생각하는 사춘기 소년은 언제나 내가 특별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다. 그게 소설이였다.
당시의 소설은 오늘날 웹툰/웹소설이라는 다른 방향성으로 표출되었다. 자기 전에 침대 위에 핸드폰을 뒤적거리는 모습은 어릴적 책을 읽던 모습과 크게 다를바 없다. 어쩌면 아직까지도 평범한 내 모습속에 특별할 수 있는 장소를 찾고 있는 방법으로 선택한게 글과 만화가 아니였을까 싶다. 가장 복잡하지 않는 방법으로 제일 특별할 수 있는 소통구였다.
그런 내가 글을 쓰기로 생각한일은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유이며 현실적인 말 한마디였다.
30이 되고 회사에 취업한 후 다른 회사의 경력면접을 본 상황이였다.
면접의 다양한 질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 중 하나는 '나를 개발시키기 위해 한 행동'이였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쉬운 질문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면접질문중 가장 어려웠던 질문 중 하나였다. 개발?! 한참 취업준비를 하던 26의 나라면 가장 자신감 있었을지 모르는 이 질문은 30의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질문이 중 하나였다. 자기개발은 커녕 일이 끝나면 집에와 잠에들기 바빴다.면접관에게 '피곤한데 집에와서 씻고 자는거도 힘들잖아요'라고 대답할 수 없었으니 대충 어버버하다 끝난 질문이 되었다.
당시의 면접은 결국 탈락이라는 대답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 탈락이란 대답이 돌고돌아 '글을 써보자'란 다른 모습으로 변한건 결국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나에게 있다. 복잡한걸 원체 싫어 하던 나는 이 복잡한걸 풀어낼 장소를 찾았고, 그 장소가 글이라는 소통구가 됬을 뿐이다. 이 글이 언젠가 내가 무언가를 결정할 때 도움이 됬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램이다.
그저 글을 쓰기 마음먹은 날 적는 이 의미없는 글이 30살의 1로서 변하고자 하는 작은 생각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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