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렌보임 아파서 토마스 구가이스 대타. (토마스 구가이스 Thomas Guggeis는 93년 생으로 바렌보임이 엄청 사랑하고 밀어주는 젊은 지휘자다. 최근에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음악 감독으로 선임되어 2023/24 시즌부터 이끌 예정이다.)
토마스 구가이스(왼쪽)와 다니엘 바렌보임
1-1. 올해 바렌보임의 건강상 문제가 끊이지 않음. 2월 초에는 척추 수술을 받았고, 4월에는 혈액 순환계 쪽 문제로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 오늘 뉴스에서 읽은 바로는 염증성 혈관 질환으로 콘서트 투어를 포기하고 토마스 구가이스가 바통을 이어받았다고 함.
2. 군기반장 바렌보임이 없어서 그런가 젊은 가수들은 2프로씩 태엽이 덜 감긴 느낌. 음정 박자... 그래도 워낙 실력 있는 가수들이긴 한데... 슈타츠오퍼 특유의 정밀함이 오늘은 아주 살짝 부족한 느낌
3. 뱅상 위게(Vincent Huguet)의 연출은 몇 가지 기발한 구석(레포렐로 카탈로그 아리아에서 모델들 사진 보여주는 거 / 1막 피날레에서 돈나 엘비라가 메르켈로 변장한 것 등등)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와.. 대박! / 헐...!!" 이런 구석은 없음. 슈타츠오퍼에서 얼마 전까지 공연됐던 클라우스 구트(Klaus Guth)의 박진감 넘치고 역동적인 <돈 죠반니> 연출이 계속 생각남. 만약 구트의 프로덕션을 안 봤더라면?? 그래도 같은 느낌이었을까?
4. 돈 죠반니 역의 미하엘 폴레. 노래 정말 잘함. 무지 어려운 데 티 별로 안나는 죠반니의 아리아들 부르고 박수 많이 받음.(역시 그 진가를 아는 슈타츠오퍼 관객들)이미 팬이 많은 듯. 데뷔 40주년 맞은 포토그래퍼 역할....
돈 죠반니 역을 노래한 미하엘 폴레
4-1. 폴레의 출중한 노래 실력과는 별개로 그의 나이와 외모가 돈 죠반니라는 역할에 어울리는 가는.... 흠... 돈나 안나, 돈나 엘비라, 체를리나를 홀리는 죠반니의 매력이 개인적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였음. 돈나 안나 아빠랑 나이 비슷해보이는데...그 사람에게 "늙은이"라고 부르는 아이러니는 무엇? 이 좋은 가수를 바그너나 다른 오페라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음. 폴레가 조지 클루니라면 또 모를까.... 어쩌면 이런 생각도 내가 편견에 잡혀있는 것일지도...
돈 죠반니와 돈나 엘비라 그리고 오른쪽에는 하인 레포렐로... 죠반니랑 레포렐로 중 누굴 선택하실래요?
5. 돈나 안나 역 소프라노 슬라브카 자메츠니코바(Slávka Zámečníková - 슬로바키아 이름이라서 정확한 발음 아닐 수도 있음) 좋음. 앞으로 5년 뒤가 기대됨.
돈나 안나의 아리아 »Or sai chi l'onore«를 부르는 슬라브카. 아리아도 어렵고, 그대 이름도 어렵네요.
6. 돈나 엘비라. 엘자 드레직(Elsa Dreisig). 그녀의 공연을 보는 게 이번이 세 번째. 파리에서 <청교도>, 베를린의 <라 보엠> (무젯타 노래함) 그리고 이번에 돈나 엘비라. 파리 공연에서 레가토 라인 아쉬운 걸 지휘자 탓이라고 엄청 욕했는데, 이제 보니 그녀 자체의 문제인 듯.... (지휘자님 미안해요...) 그녀의 잔 비브라토 발성, 끌어올리는 도약 음정, 아쉬운 레가토. 신기한 건 그녀에게 계속 눈이 간다는 것. 사주에 금이 많은가.... 그런 사람들 있다. 본 투 비 스타... 쏟아내는 걸 잘하는 스타일. 모차르트는.... 흠...
7. 체를리나. 세레나 사엔즈(Serena Sáenz). 기대했던 신인 가수. 엄청 이쁘다. 얼굴도 몸매도. 그녀의 아리아 "Batti batti"는 여자인 나도 녹는 줄 알았음. 너무 섹슈얼하게 소모되는 거 아닌가 싶은데 옛날 네트렙코도 그랬는걸... 1막에서는 음색이 살짝 아쉽다는 생각을 했지만, 2막에서는 아리아에 고음 카덴차(장식음)를 넣어서 화려한 빛깔을 보여줌. 체를리나가 캐릭터 적으로는 딱 어울리는데, 음색으로는 더 고음을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하면 좋을 듯함.
유명한 이중창 "La ci darem la mano"을 부를 때, 사진 찍으면서 체를리나를 유혹하는 돈 죠반니
8. 옥타비오 역을 노래한 테너 보그단 볼코프(Bogdan Volkov) 참 좋았다. 몇 년 뒤엔 더 노련해질 듯. 귀한 목소리니까 너무 빨리 무거운 거 맡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