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첫 스타트를 잘 끊고 서울로 올라가는 KTX 안이에요.
두 번의 토크콘서트를 마쳤는데, 출판사에서 준비해 준 60권이 현장에서 모두 팔렸습니다.
함께 웃고, 함께 울어주신 부산 관객분들께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오늘은 제가 선택한 10명의 여인들을 소개하고, 왜 이 여인들을 골랐는지, 또 어떤 사연들을 가지고 있는지도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1. 줄리엣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랑의 낭만적인 면을 극대화한 커플이 아닌가 싶어요.
여러분들은 이 두 젊은 연인에 대해 어떤 시각적인 이미지를 갖고 계시나요?
저에게 로미오 하면 딱! 레너드 디카프리오이고, 줄리엣은 올리비아 핫세입니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시대의 영화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공통점이 있죠.
바로 셰익스피어의 원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 스토리의 원작은 따로 있다는 거 알고 계시나요?
이 이야기의 배경이 괜히 이탈리아 베로나가 아니라는 사실도요?
이탈리아 판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버전과는 상당히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페라에서는 그 점이 부각되지요.
강단 있고 침착한 이탈리아 시뇨리나 쥴리에타, 궁금하지 않으세요?
P. 레로이, '로미오와 줄리엣'
2. 메리 스튜어트
3. 엘리자베스 여왕
이 두 여인은 반드시 같이 설명해야 합니다.
실제 역사에서는 삶의 궤적동안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죠.
그렇지만 항상 서로가 서로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였습니다.
두 여인은 친척이었고, 동시에 이웃한 두 나라의 여왕이기도 했습니다.
왕이라는 자리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죠.
하지만 이 두 여인의 삶을 보면 권좌에 오른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유지한다는 것은 너무나 스펙터클 해서 저 같은 쫄보는 행여라도 그런 판에 껴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한 여인은 왕관을 머리카락처럼 쓰고 나왔고, 다른 여인은 간계로 그것을 차지했다"라고 말했지만, 후자의 경우도 죽지 않으려면 그것을 차지해야 했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간계라도 써야 했죠.
왕관이 목적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왕관을 써야 했습니다.
그리고 또한 국운의 어떤 시기에 왕이 되느냐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많은 작품 속에서 두 여왕의 로맨스를 포함한 개인적인 갈등을 그리고, 권력 다툼에서 패배한 쪽이 참수되는 걸로 그려지는데요.
어쩌면 두 여왕은 국운이 뻗어나가고 있는 잉글랜드와 또, 이웃나라가 강성해지면 즉각적인 피해를 보는 약소국 스코틀랜드의 운명을 대변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지만 오페라를 통해 이 두 여왕의 인간적인 면모를 바라보는 것은 역사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즐거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잘 만든 사극은 정말 재미있잖아요. 결과까지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요.
아벨 드 퓌졸, '메리 스튜어트의 처형'
작자 미상, 스페인 무적함대를 무찌른 엘리자베스 여왕
4. 잔 다르크
이 여인은 뭐랄까... 저도 기존에 역사 속 인물로만 알았을 때는 그저 비현실적이고 비인간적인 그런 존재였어요.
"어느 날 계시를 받은 평범한 양치기 소녀가 갑자기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마녀로 모함을 당해 화형을 당했다."
이게 그녀의 스토리죠.
그런데, 베르디, 리스트, 차이코프스키, 로시니의 작품등을 알게 되니, 마치 실제로 알고 있는 실존인물처럼 그녀가 선명하게 다가왔어요.
(언젠가는 위의 작곡가의 작품만으로 하나의 프로그램을 꾸려서 토크 콘서트를 하는 게 꿈이기도 합니다.)
"주님, 사람들은 저에게 다가올 그 형벌이 엄청나게 괴로울 거라 말합니다.
형장으로 향할 때, 제가 비틀거리지 않고 똑바로 걸어갈 수 있을까요"
리스트의 "화형대 앞의 잔 다르크"라는 가곡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대의를 품고 본인을 희생하신 자랑스러운 선조들을 이미 많이 가지고 있죠.
저 같은 범인은 감히 그분들의 대의를 흉내 내지도 못할 겁니다.
하지만 잔 다르크에 대해 글을 쓰는 과정은, 지극히 숭고해서 차마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위대한 그분들의 심정이 이랬겠구나..라고 짐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죠.
신념을 향해 자신을 봉헌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
광신이 사회의 위협이라고 여겨지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잔 다르크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요?
외젠 티리옹, '미카엘 천사의 환영을 접하는 오를레앙의 잔 다르크'
5. 마농
마농은 마치 창세기에서 선악과를 먹기 전 이브와 같아요.
신이 모든 것을 주셨지만, 선악에 대한 구분을 할 줄 모르는 그런 여인이죠.
그녀에게는 그저 본능에 따르고, 욕구를 충족시키는 게 가장 중요할 뿐이에요.
하필 신이 그녀에게 아름다운 미모까지 주시는 바람에 삶은 파란만장해졌죠.
그녀를 탐하는 이들이 많았으니까요.
그렇게 뇌가 투명한 마농은요, 그녀를 둘러싼 이들의 욕망도 투영합니다.
사람들은 그녀를 팜 파탈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게 진실일까요?
그녀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려고 한 이들의 결핍이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간 것 아닐까요?
이 흥미로운 여인과 그녀 주변의 이야기들은 마스네와 푸치니의 오페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음악과 결합하여 더욱 매혹적이 된 마농의 이야기,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페르디난트 투세, '여인' (제 책에 도판으로 싣고 싶었지만 탈락한 그림입니다. 제가 생각한 마농의 이미지가 딱 이 여인이었어요.)
"오페라의 여인들"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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