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노래하는 연출가, 롤란도 비야손

2025/26 시즌 메트에서 '몽유병의 여인'으로 연출 데뷔

by Jina

"여전히 노래 경력을 유지하면서도 세계의 주요 오페라 극장에서 연출을 맡고 있는 롤란도 비야손"


테너 롤란도 비야손이 벨리니의 오페라 '몽유병의 여인'으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연출가 데뷔를 했다.



https://www.independent.co.uk/news/donizetti-richard-jones-new-york-france-metropolitan-opera-b2841190.html




테너 롤란도 비야손(Rolando Villazón) 은 2006년 프랑스 니스에서 마스네의 〈베르테르(Werther) 주역을 맡아 노래하던 중, 이 오페라를 자신이 연출한다면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이렇게 말했죠. ‘아, 이 마지막 막은 정말 어렵다. 베르테르는 극중에서 스스로에게 방아쇠를 당기고 나서도 40분 동안 계속 노래해야 한다니...’ 그래서 생각했어요. ‘내가 이걸 연출한다면 어떻게 할까?’”
비야손은 그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렇게 해서 재미 삼아 무대 연출을 상상하고, 만들어보기 시작했죠.”


그로부터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 비야손은 벨리니의 〈몽유병의 여인 (La Sonnambula)>으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연출 데뷔를 하게 되었다. 이번 공연은 네이딘 시에라(Nadine Sierra), 샤비에르 안두아가(Xabier Anduaga), 알렉산더 비노그라도프(Alexander Vinogradov) 등 화려한 출연진으로 월요일 밤 막을 올렸다.


(역주: 테너 샤비에르 안두아가(Xabier Anduaga)의 이름은 원래 스페인 식으로 읽으면 '하비에르'가 맞지만 그가 스페인의 바스크 지방 출신이기에 바스크어 발음인 샤비에르로 표기함)


시에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가수들에게 매우 섬세해요. 일부 연출가들은 자신이 가수 출신이 아니거나 한 번도 무대에서 노래해본 적이 없어서, 우리가 무대 위에서 겪는 심리적 싸움을 이해하기가 어렵죠. 우리는 캐릭터를 가능한 한 인간적으로, 진실되게 보여주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고음을 불러야 하기 때문에 그게 쉽지 않을 때도 있어요.”


테너로서의 그의 경력은 26년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비야손은 멕시코시티에서 성장했으며, 1999년 플라시도 도밍고의 오페라리아(Operalia)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같은 해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마스네의 〈마농(Manon)〉 으로 유럽 데뷔를 했다. 그는 2003년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Met) 에 데뷔했으며, 2005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안나 네트렙코(Anna Netrebko)가 비올레타를 맡은 빌리 데커(Willy Decker) 의 절제된 연출 속에서 알프레도로 출연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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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는 성대 문제로 인해 공연 일정을 모두 취소해야 했고, 2009년에는 성대 낭종 제거 수술을 받았다. 이후 2015년경부터 공연 불안증(performance anxiety) 을 겪었으며, 2018년에는 역류성 식도염(acid reflux) 을 완화하기 위한 두 번째 수술을 받았다.


“2009년에 1년 동안 노래를 쉬게 되었을 때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났어요. 하나는 제 첫 소설을 쓰기 시작썼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무대 연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둘 다 실제로는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제가 쉬고 있었으니까요.”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내가 그때 소설을 끝냈을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무대 연출만큼은 확실히 이루어졌을 겁니다.”


구상에서 무대까지의 긴 여정


비야손이 〈베르테르〉 연출 구상을 떠올렸을 때, 그는 당시 자신의 음반사인 버진 클래식스(Virgin Classics) 의 대표였던 알랭 랑스롱(Alain Lanceron) 에게 그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그와 함께 작업한 적이 있던 연출가 리처드 존스(Richard Jones) 가 극장을 찾는 데 도움을 주었고, 베를린에서 제안을 거절당한 뒤 마침내 리옹 오페라의 총감독이었던 세르주 도르니(Serge Dorny) 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도르니는 파리 오페라(Paris Opéra) 의 대표로 재직 중이다.


(역주: 세르쥬 도르니는 현재 뮌헨 바이에른 국립오페라 극장장이다. 파리 오페라의 총감독은 알렉상드르 네프(Alexander Neef)임. 영국 기자가 착각한 듯.)


비야손의 <베르테르> 는 2011년에 초연되었고, 이듬해인 2012년 독일 바덴바덴(Baden-Baden) 에서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을 연출하면서 직접 네모리노 역으로도 출연했다.


그는 이후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도니체티의 〈돈 파스콸레(Don Pasquale)〉, 슈트라우스의 〈박쥐(Die Fledermaus)〉, 라모의 〈플라테(Platée)〉, 벨리니의 〈청교도(I Puritani)〉,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Il Barbiere di Siviglia)〉 등을 연출했다. 또한 앞으로는 모차르트의 〈마술피리(Die Zauberflöte)〉 와 로시니의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L’Italiana in Algeri)〉 연출이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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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손 박쥐 도이체오퍼.jpg 비야손이 베를린 도이체 오퍼에서 연출한 오페레타 '박쥐'를 직접 관람했었다. 당시 그가 훌륭한 연출가인가에 대해서는 갸우뚱했지만 관객들은 환호했던 기억이...ㅎㅎ


그의 〈몽유병의 여인〉은 차가운 알프스의 마을을 배경으로, 하나의 세트와 영상 프로젝션을 활용해 전개된다. 이 프로덕션은 2021년 파리 샹젤리제 극장(Théâtre des Champs-Elysées) 에서 처음 선보였고, 2022년 니스(Nice) 와 2023년 독일 드레스덴(Dresden) 에서도 공연되었다. 원래는 2023–24 시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Met) 에서 공연될 예정이었지만, 예산 삭감으로 인해 연기되었다.


메트의 총지배인 피터 겔브(Peter Gelb) 는 이렇게 말했다. “연습 중 그는 항상 가수들과 함께 무대 위에 있었어요. 대부분의 연출가들은 리허설실에 있더라도 객석 뒤편에서 멀리서 지켜보는 경우가 많지만, 비야손은 그렇지 않았죠. 그는 다른 어떤 연출가들보다도 훨씬 더 가수들과 함께 ‘현장 속에’ 있었어요.”


비야손의 〈몽유병의 여인〉 — 독특한 반전의 연출


비야손은 도니체티와 대본가 펠리체 로마니(Felice Romani)가 만든 ‘행복한 결말’을 거부했다. 즉, 아미나가 몽유병 상태에서 깨어나 엘비노와 결혼한다는 사실에 황홀해하는 전통적인 결말 대신, 그녀가 반지를 돌려주고 독립적인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결말로 바꾸었다. 뉴욕 공연에서는 일부 연출이 수정되었다. 아미나가 환상 속에서 본 춤추는 영혼 세 명을 한 명으로 줄이고, 로돌포 백작이 선물로 주는 지구본, 망원경, 신문을 추가하여 아미나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자아의 확장을 갈망하는 모습을 강조했다.


비야손은 이렇게 설명했다.“이 작품의 본질적인 개념은 제가 처음에 구상했던 그대로입니다. 폐쇄적이고, 가부장적이며, 확실히 매우 종교적인 사회죠. 그곳에서 한 과부가 입양한 ‘이방의 여성’이 살아갑니다. 그녀는 공동체의 규율을 따르고 그에 맞춰야만 하지만, 여전히 자연의 부름, 자유의 부름을 느끼고 있습니다.”


시에라(Nadine Sierra)와 안두아가(Xabier Anduaga)는 2022년 12월 마드리드에서 초연된 바르바라 루치(Barbara Llutch)의 〈몽유병의 여인〉에서 동일한 역할을 맡았고, 2024년 4월 바르셀로나 공연을 거쳐 이번 뉴욕 무대에서 비야손과 함께 작업하게 되었다.


안두아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리의 상황을 정말 잘 이해해요. 몸으로 이상하거나 부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라고 하지 않아요. 모든 움직임이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노래라는 걸 그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


로날드 블룸 (영국 인디펜던트 지)




이 프로덕션은 메트가 2025/26 시즌에 영화관으로 확장하는 8개의 작품에 포함되어 있다. 이전처럼 메가박스가 메트 오페라를 계속 상영해준다면 한국의 관객들도 아마도 내년에 이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제발...!!!)


그리고 이번 메트 '몽유병의 여인'에 대해서 아주 상반된 리뷰가 두 개 있어서 아래와 같이 소개함.


리뷰 1.

https://operawire.com/metropolitan-opera-2025-26-review-la-sonnambula/#google_vignette


요약: "무대 자체도 밋밋하고, 조명도 거의 효과가 없었으며, 평면적인 무대는 답답함. 아미나 역의 네이딘 시에라는 훌륭한 가창 능력을 보여줬지만 랄렌탄도를 과용해 음악 추진력이 둔화됨. 로돌프 역의 비노그라도프는 기존 베르디 작품에서 보여준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는데, 이 벨칸토 오페라에서는 그만큼 다채롭지는 않았음. 테너 안두아가는 위대한 벨칸토 가수의 모든 자질을 갖고 있음을 증명함."


"전체적으로 보아, 이번 공연은 벨칸토의 대표작이 오랜만에 돌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저녁이었다."


리뷰 2.

https://newyorkclassicalreview.com/2025/10/sierra-and-villazon-shine-brightly-in-mets-new-sonnambula/


"탁월한 시에라와 빛나는 비야손은 환상적인 한 쌍을 이뤘다."


요약:

"시에라의 목소리는 젊음의 맑음과 점점 더 성숙하고 풍부한 감성을 지닌, 마치 호박색처럼 빛났음. 이러한 요소들이 이 역할의 진가를 발휘했음. 그리고 이 모든 것 위에는 그녀의 음악성이 있었음. 그녀의 역동성은 섬세했고, 스릴 넘치는 고음조차도 단순한 화려함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음.


안두아가는 훌륭한 동반자였음. 비노그라도프는 다시 한 번 휼륭한 연기를 선보이며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그려냄. 이 모든 것이 빌야손의 연출과 절묘하게 어우러짐. 진지함에 명확하고 생생한 묘사를 부여함으로서 희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냄. 프리차와 오케는 매끄롭고 균형 잡힌 연주를 선보임. 연주가 때로는 너무 조심스럽고, 느릿느릿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수들에게 너무 양보하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그게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었음."





판단은 관객의 몫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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