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트 에코의 인터뷰

인터넷의 역설

질문:

인터넷 덕분에 정보는 평등하게 분배되고, 접근이 쉬워졌다는 반박도 많습니다.


움베르트 에코: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아요. 가령 부자와 빈자가 있다고 칩시다. 돈이 아니라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지적인 부자, 그렇지 못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으로 불러보자고. 이 경우 베를루스코니(이탈리아 전 총리)는 가난하지. 나는 부자고(웃음).

내가 보기에 TV는 지적 빈자를 돕고, 반대로 인터넷은 지적 부자를 도왔어. TV는 오지에 사는 이들에겐 문화적 혜택을 주지만 지적인 부자들에게는 바보상자에 불과해. 음악회에 갈 수도 있고, 도서관을 갈 수도 있는데 직접적 문화적 경험 대신 TV만 보면서 바보가 되어가잖소.

반면 인터넷은 지적인 부자들을 도와요. 나만 해도 정보의 검색이나 여러 차원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지. 하지만 정보의 진위나 가치를 분별할 자산을 갖지 못한 지적인 빈자들에게는 오히려 해로운 영향을 미쳐요. 이럴 때 인터넷은 위험이야.

특히 블로그에 글 쓰는 거나 e북으로 개인이 책을 내는 자가 출판(Self Publishing)은 더욱 문제요. 종이책과 달리 여과장치가 없어요.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것은 선별과 여과의 긴 과정이오. 특히 쓰레기 정보를 판단할 능력이 부족한 지적 빈자들에게는 이 폐해가 더 크지. 인터넷의 역설이오.


학교에서 정보를 여과하고 필터링하는 법, 분별력을 가르쳐야 해요. 인터넷 정보를 이용하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반드시 '비교'를 해봐야 하오.

하나의 정보 소스만으로는 절대 믿지 말 것. 같은 사안에 대해, 가령 열 개의 정보를 찾아본 뒤 꼭, 꼭, 꼭 비교할 것. 이것이야말로 교사들이 먼저 실천하고 가르쳐야 해요.


출처: [움베르토 에코 인터뷰] 인터넷의 역설

2012.07.06. 09:22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06/20120706002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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