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매년 겨울이 되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여기저기 물씬 풍긴다. 어디서나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놓는다. 요즘 자주 가는 병원에도 스테이션에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트리와 눈사람모형을 해놨다. 식당도 유리에 크리스마스 스티커와 반짝이는 불로 장식 해놨다. 거리를 거닐면 어디서나 쉽게 크리스마스 장식을 볼 수 있다. 쇼핑몰의 크리스마스트리 규모는 어마무시하다.
엄마들끼리 모인 단톡방에도 크리스마스트리 인증이 올라왔다. 한 집이 올라오니 다른 집들도 트리 장식을 꾸미고 인증이 시작되었다. 다들 손재주가 어찌나 좋은지. 집집마다 트리도 다 달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참 재미있게 보다 보니. 문득 우리 아이들이 짠해진다. 우리 집은 크리스마스 장식을 안 해놨는데. 그렇지만 막상 하긴 귀찮고. 언젠가부터 드는 생각이 있다.
' 굳이 크리스마스 장식 꼭 해야 돼? '
12월 25일을 위해서 장식하고 지나고 나면 의미가 없어지니. 겨울 내내 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치워야 하고. 잠깐 분위기를 내기 위해 꾸미는 게 매우 귀찮게 여겨졌다. 장식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데 아이들의 '와아-' 한마디 듣자고 한다 생각하니 그러기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짜가 지날수록 이제 그날이 코앞인데 굳이 해야 하나 싶어 애써 미루고 있었다. 아니 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어딜 가나 장식을 볼 수 있다는 핑계로. 컨디션이라도 좋으면 그런 생각까진 들지 않았을 텐데. 요즘 이래저래 컨디션이 말이 아니니 더더욱 하기 싫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란 게 참 그렇다. 애초부터 한 달 일찍 꾸미면 모를까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굳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달 전에는 벌써?라는 생각이 들었겠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지 않는 아이들이 있을까? 12월 25일이 되기 한 달 전 아니 몇 달 전부터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리는데.
다른 집 부지런한 엄마들의 예쁘게 꾸며놓은 트리장식을 보니 엄마의 '사랑'이 느껴진다. 단순히 꾸미는 걸 좋아해서 취미로 한 게 아니라 아이들의 설레는 마음을 존중하고 더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장식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했겠지. 누구보다 아이들 사랑하는 마음이 한가득인 엄마로서 안 되겠다 싶었다. 거창하게는 못하더라도 우리 집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지 싶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 나는 소품 하나를 꺼냈다. 버튼을 누르면 캐럴도 나오고 반짝이도 휘날리는 소품. 그거 하나 꺼낸 건데 반응이 폭발적이다. 애들은 연신 '우와우와-' 하며 너무 좋아한다. 역시 꺼내주길 잘했다. 컨디션이 안 좋아 몸 사리는 중이라 이 정도로 만족하자 싶었다.
애들 어릴 적에는 반짝이는 거 좋아하며 행복하게 웃는 얼굴 보고 싶어 열심히 꾸몄는데. 하루종일 캐럴도 틀어놓고. 크리스마스날 선물꾸러미를 놓기 위해라도 트리는 꼭 꾸몄다.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믿게 하고 싶어 산타할아버지의 영상 편지를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에 애들 사진을 넣어서 만들기도 하고 했는데. 그때 그 열정은 어디로 가고. 애들이 8살, 11살이 되니 동심파괴자가 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엄마아빠가 산타할아버지야.' 라며 갖고 싶은 거 같이 사러 가면 서로 편하지 않을까 싶었다.
모처럼 일요일 낮에 도서관을 갔다. 도서관에 들어가기 전 문 앞에 커다란 트리가 꾸며져 있다. 애들이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귀찮았던 마음이 문득 미안해진다. 아무것도 안 해야지. 하는 것도 치우는 것도 일이니 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이 무색하게.
집에 오자마자 창고에 몇 년간 묵혀놨던 크리스마스 장식을 꺼냈다. 트리는 창고 어디 틀어박혀 있는 건지 버린 건지 보이지 않아 나머지 장식들로만 꾸며보았다.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장신구만 봐도 '우와우와-'다.(녀석들 감수성 풍부하기는) 몇 년 간 크리스마스 장식을 안 했던 거 같은데. 그래서 먼지가 뽀얀데도 예쁘다고 난리인 두 아들을 보니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장식했다.
별건 아니지만 이게 뭐라고. 아이들에게 해주지 않으려고 했을까. 여세를 몰아 반짝이 불빛 장식도 벽에 붙여 본다. 손재주가 별로니 붙이는 모양이 예쁘지 않지만 그래도 일단 반짝이니까. 그렇게 완성.
하는 김에 반짝이 불도 2개나 붙이고 가랜드도 리본 끈 달아 붙이고. 최선을 다했다. 모양은 엉성하지만 더 예쁘게 할 자신은 없기에 여기서 만족. 아이들은 별 모양에 건담도 걸고 하면서 아주 신나 했다.
그날 밤. 남편이 집에 오더니 장식 보자마자 인상을 잔뜩 찌푸린다. 집이 이게 뭐냐고(감성 파괴자 같으니라고. 아 맞다. 나도 굳이 해야 되나 싶었지) 속으로 생각한다. 그래. 우리 아들들도 몇 년 뒤면 남편처럼 크리스마스 장식에 무심해지겠지. 아이들이 감수성 풍부하고 엄마의 사랑을 더 많이 느끼며 자라났으면 좋겠으니 내년에도 꼭 꾸며놓자고 생각한다. 그때는 12월 되기 전에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