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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Feb 13. 2017

실전! 우붓에서 집 구하기

디지털 노마드고 자시고 잘 곳을 구해야 한다.

나와 여행 메이트 로니는 회사를 관두고 한동안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하기 위해 발리로 왔다. 우리는 계획 없는 게 계획이란 컨셉으로 정말이지 비행기표만 끊어놓고 아무 준비를 하지 않고 출발했다. 퇴직 후 바로 떠나게 되어 긴 디지털 노마드 생활 전 마지막 휴식이라는 명목으로 방콕에서 편안하게 일주일을 보냈고, 발리에 오기 이틀 전에 다른 사람들의 조언처럼 아주 저렴한 호텔을 2박 예약했다.



DAY 1


여행할 때마다 호텔스닷컴을 이용하다 보니 다른 호텔 예약사이트보다 가격이 저렴하게 나온다. 우리가 머물 예정인 첫 번째 호텔은 꽤 저렴하고 깔끔해 보이는 곳이었다. Airy라는 저가 호텔 브랜드인데, 아마 노후된 호텔을 모던하고 깨끗하게 꾸며서 프랜차이즈로 운영하는 호텔 같았다. 위치도 일부러 Hubud과 많이 멀지 않은 곳으로 잡았고, 우붓 중심가와 가까운 곳으로 선택했다.


호텔스닷컴 나와있는 사진, 사진으로는 냄새가 나는지, 습기가 차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리뷰도 없었거든.


역시 싼게 비지떡인가요. 사진과는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우기의 우붓이라 그런지 곰팡이 냄새가 나를 맞아주었고, 이불을 걷어 베드를 만지니 눅눅한 기운이 가득했다. 화장실은 곰팡이 천국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시름시름 앓는 것만 같았다. 주여...(전 불교입니다만) 새벽같이 방콕에서 일어나 오느라 눅눅한 가운데서도 잠은 잘잤다.




DAY 2


당장 내일이 체크아웃인데, 한 달 살 곳을 하루 만에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에어비앤비에서 찾지 말고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찾을 것이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길가에 집 내놓는다고 쓰여있는 곳들은 다 비싼 호텔들이었고, 부동산 같아 보이는 곳에 방문하니 한 달에 150만 원 이하 집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의 예산은 한 달 60만 원 정도의 주방이 있는 집이었다.


호텔스닷컴과 에어비앤비에서 발견한 집을 두 군데 방문하기로 했다. 그중 한 군데는 우붓 북쪽에 있는 곳이었는데, 해가 진 상태로 오토바이를 타고 20분 넘게 달렸는데도 도착하지 않았다. 깜깜한 시골길을 오토바이 라이트에 의지하여 가다가 거의 도착했다 싶었는데, 비 포장도로를 지나야 하는 상황이 오니 아 =_= 이 정도면 아무리 맘에 들어도 못살겠다 싶어 집도 보지 않고 돌아왔다ㅋㅋㅋ 진짜 시골이라 동네 남자들이 근처 또랑에서 아무것도 안 입고 깜깜한 곳에서 물장구치는 장면도 목격했다.(다 큰 남자들이라 고개를 돌렸다 *-_-*)


여기저기 찾아 보다가 페이스북 우붓 렌탈 그룹을 알게 되었고, 바로 글을 올렸다. 그룹에 괜찮은 매물도 꽤 올라왔다. 진작 여기서 볼껄! ㅠㅠ

원하는 조건과 기한을 포스팅하면 메시지도 많이 오고 댓글도 꽤 달린다.


그 와중에 난 좀 고민이 되었다. 우붓에 계속 있는 게 맞는가? Hubud이 좋긴 하지만 우붓은 너무 동네가 복잡하고 낙후되어 있다. Canggu라는 동네에도 Dojobali라고 코워킹 스페이스가 있고, 거기 가면 서핑도 할 수 있다는데? 아님 치앙마이도 괜찮다던데?? 이런저런 고민이 들어, 일단 급한 대로 에어비앤비에서 봤던 집에서 3일을 묵고 다시 고민해보자고 하고 일단락했다. 계획 없는 게 컨셉이긴 한데 고생이긴 하다 ㅋㅋ




DAY 3


Shreya Guest House 의 호스트인 Andre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 집을 보고 결정해도 되겠냐고 물어봤고 순순히 좋다고 해서 체크아웃 전에 아침 일찍 오토바이를 타고 집을 보러 갔다. 집이 별로면 그냥 원래 묵던 호텔에 더 묵을 생각이었다. 웰컴 조각상이 반겨주는 아름다운 대문과 집 안에 사원도 있던 복층 집은 깔끔했다. 침실과 주방이 나누어져 있는데, 2층 침실로 올라가는 계단이 야외에 노출되어 있어 아름다운 전경을 볼 수 있었다. 하루에 30만 루피로(한국 돈으로는 3만 원이 되지 않는다.) 이번 주 4일을 더 묵기로 했다. 깎아달라는 애교를 열심히 부려 전체 금액에서 5000원 정도를 깎았다. 휴



아름다운 집에 친절한 호스트까지 모두 완벽한 줄 알았는데, 이튿날 샤워하다가 갑자기 물이 안 나왔다. 최근에 우붓 시내에 물 부족이라 물이 잘 안 나온다는 것이었다. (이틀 내내 비가 엄청 왔는데?...) 워낙 동네가 후지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생수로 샤워를 마저 하고 나와 머리를 말리는데 전기도 나갔다... 물이 안 나와 보일러가 뭔가 계속 작동하는 상태에서 전기를 많이 쓰니 그런 것 같았다. 그렇게 체크 아웃하기 전까지 한번 더 물이 끊겼고, 전쟁 중인 것처럼 샤워할 때도 조금조금 이 닦을 때도 조심조심하며 물을 썼다. 흑흑




DAY 4


5시 정도까지는 Hubud에서 작업을 하고 5시 이후에 집을 두 군데 봤다. 한 군데는 우붓 서쪽에 있는 시골 마을에 있는 독채 빌라였고, 한 군데는 남쪽에 있는 가정집이었다. 가정집 2층에는 2개의 방을 세를 주고 1층에는 아이를 키우는 아주머니가 사는 집이었다. 두 군데다 집이 깔끔해 보였고 가격은 한 달에 650만 루피.(60만원 정도) 로니는 다른 사람과 집을 쓰는 것보다 독채 빌라를 쓰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고, 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사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조금 남아있으니 더 고민하기로 했다.




DAY 5


우리는 Canggu에 가보기로 했다. 관광지로 알려지지 않는 바닷가라서 우붓보다 훨씬 한적하고 바람이 많이 불어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Dojobali도 Hubud보다 훨씬 쾌적했다. 동네가 유럽인들이 많이 와서 그런지 서양인들이 꽤 많이 와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동네 집세는 우붓보다 꽤 비쌌다. 우리는 식비를 아끼기 위해 주방이 있는 집을 찾는데 그런 집이 흔치 않았다. 최소 예산을 100만 원을 잡아도 괜찮은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기에는 서핑하기 어렵다는 글을 보았다. 바닷가가 조금 더럽다고 생각했는데, 우기 때는 바람이 육지 쪽으로 불어 해변도 보기도 좋지 않고 서핑도 배우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사실 서핑 때문에 오고 싶던 마음이 컸기 때문에 짱구로 오기로 한 생각을 접었다.


발리엔 유명한 코워킹플레이스가 2개 있다. 우붓의 Hubud, 짱구의 Dojobali. 여러가지 이벤트들을 참여할 수 있어서 네트워킹 하는데 좋다.



DAY 6


낮에는 작업을 하고 오후 늦게 집을 보러 갔다. 오늘은 세 군데를 보게 되었다. 우붓의 서쪽 마을이 살짝 시골이지만 저렴하고 괜찮은 숙소가 몰려있는 것 같다. 한 군데는 갔더니 23일 이후에 된다는 것이었다. 내가 월요일부터 구한다고 글을 썼는데, 집주인이 급한 마음에 나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헛걸음을 하고 다음 집을 가는데 우기인지라 갑작스럽게 폭우가 왔다. 우리는 생쥐 꼴로 집주인을 만나 논두렁을 오토바이를 타고 한참 들어갔다. 논 한가운데 덩그러니 있는 집이어서 이 곳은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다른 집도 보여주겠다고 해서 가보니 이틀 전에 갔던 독채 빌라였다.


우리는 비자 때문에 3주만 머물 수 있다고 했더니 그럼 550만이라고 해서, 500만으로 안 되겠냐고 또 열심히 애교를 부렸지만 먹히지 않았고, 결국 550만(약 50만원)에 이곳에서 3주를 묵기로 결정했다. (드디어...! 일주일 만에! 집을 구했다 ㅠㅠ)


비가 오는 와중에 집 주인을 따라 논두렁을 따라 10분 가까이 들어갔다.



DAY 7 - 그래서 해피엔딩?


발리에 와서 내내 고생을 해서 제발 집이 좋기를 시바신에게 기도했다.(이 동네는 힌두교니까) 하지만 역시 싸고 좋은 집은 없던 걸까. 아침 일찍 체크인을 하고 들어갔는데, 로니는 꽤 만족스러워했지만 나는 글쎄... 벽은 을씨년스럽게 누수의 흔적이 있었고, 우기이기 때문인지 습한 기운이 없지 않아 있었다. 강원도 산골에 있는 별장 같은 느낌으로 벌레가 없을 수 없는데, 개미집에 내가 있는 건지, 내가 개미집에 있는 건지 모르게 개미 왕국이 이곳저곳에 있었다. 하루에 2만 3천 원 정도면 우붓에서 평균보다 살짝 저렴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완벽하긴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꽤 멋진 수영장이 있고 방도 넓어서 어느 정도 만족한다. 인스타그램용으로는 좋은 집인 것 같다ㅋㅋㅋㅋ 3주를 살아야 하니 정을 붙여 살아봐야겠다.




우붓에 좋은 숙소가 많기 때문에 어느정도 비용을 치를 수 있으면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ㅎㅎ  20대 초중반에 가난한 여행을 많이 했고, 워낙 까다로운 성격이 아니어서 아무데서나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나이를 먹고 좋은 것을 많이 경험했나 싶다. 세계여행을 했던 친구가 내게 비용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는데, 1년 여행 다니는 비용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차 값과 비슷하다고 했다. 3천만원짜리 차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면 대략 3천만원이 들고, 버스 타고 다니는 대학생이면 그에 맞게 절약하여 천만원 중반대로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난 여행 초반이다 보니 (한국에서의 나와 다르게) 열심히 아끼려고 하는 중이다.



Nomadlist에 우붓은 점점 순위가 떨어져 10위권 밖으로 자주 떨어진다. 인터넷도 느리고 관광지이기 때문에 사람도 많고 차도 매일 밀린다. 그럼에도 IT 업계 관계자라면, Hubud이 우붓에 있을 가장 큰 이유이다. 세계의 많은 IT 업계 관계자들이 Hubud에 대해 듣고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하러 Ubud으로 오기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구하는 데 꽤 좋은 것 같다. 다양한 네트워킹 이벤트와 자연을 보며 일하는 것이 Hubud의 가장 큰 매력이다. 회사와 떨어져 혼자 일하는 것이 생각보다 일이 잘되어 스스로 놀랐다ㅋㅋㅋ


치앙마이에도 Hubud이 있기 때문에, 다음 여행지는 치앙마이로 갈까 고민중이다. 이번 달에 다양한 네트워킹 이벤트들을 참여해보고 후기도 남기겠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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