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추위가 상상에 좋은 재료가 된다.
때로는 추위가 상상에 좋은 재료가 된다.
오늘 주말, 늦은 아침을 먹었다. 호밀빵 두 개에 누텔라와 꿀을 발라 먹은 뒤 입을 우물거리는데, 참 졸렸다. 주말이 되면 어딜 나가거나, 애써 책을 읽거나 하지 말아야지. 잠이 오면 오는 대로 자야지, 벼르고 벼르던 터라 잠이 반가웠다. 바로 누우면 속이 불편하겠지. 소화가 얼추 될 때까지 남은 우유를 마저 마시며 영화를 보았다. 침대 대신 소파로 향했다. 처음엔 가죽 소파라 단단하고 차가웠는데, 이젠 연식이 되어 가죽 속이 죽은 모양인지 몸에 알맞게 눌리며 푹신하다. 새털같이 고운 담요를 덮었다. 전기난로를 켜니 몸이 따끈따끈해진다. 눈을 감은 채 눈알을 도록 굴리며 잠을 기다리는데. 아침을 먹을 때부터 슬며시 아팠던 뒤 목이 더욱더 뻐근해졌다. 아, 안 되는데. 가볍게 지나갈 통증이 아닌 듯한데. 다시 일어나서 어깨와 목을 꾹꾹 누르는데, 문득 베란다 창문이 닫혀 있는 게 보였다. 아까 가스레인지를 켜고 환기를 시키지 않았구나. 서둘러 열고 다시 소파로 돌아와 머리맡을 가볍게 정리했다. 높은 쿠션은 오금 쪽에 놓자. 낮은 베개를 가져오자. 두통이 가라앉는데 잠이 미묘하게 달아났다.
담요를 한껏 끌어당기며 아무도 없는 집 안의 고요함과 집 안에 흘러 들어온 추위를 만끽하다가, 이를 재료 삼아 상상하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아득히 먼 숲 속에 있어. 엄한 속에서 떨며 걷다가 마침내 도착한 곳에 장작을 태우며 몸을 데우는 중이야. 잠시 휴식하기에 안성맞춤인 지푸라기 위에 누워 몸을 따끈하게 데우지. 인제 바람 소리와 추위는 이 여행이 적적하지 않게 돕는 조미료 같아.
수면제 같은 상상이었다. 간만에 달게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