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
훌라 수업이 시작되기 10분 전이었다. 카페에서 슬슬 나갈 채비를 했다. 반쯤 남은, 달고 진한 밀크티를 꿀꺽꿀꺽 마셨다. 두툼한 파카속으로 목을 한 번 푹 웅크리며 목의 긴장을 풀고, 눈을 꾹 감았다 떴다.
태복빌딩 402호. 앞으로 한 달, 월요일마다 훌라를 배울 ‘훌라당’이 있는 곳이다. 1층, 2층, 3층, 아, 꼭 카운트다운하는 기분이야. 마침내 4층에 다다랐다. 잠시 멈춰 서서 ‘이제 무를 수도 없네.’라고 생각했다. 지하철에서 내리기 전에도 한 생각이었다. 누군가 등 떠밀어서 신청한 것도 아니었고, 내 의지로 시작하게 되었지만, 막상 수업일을 기다리기까지 꽤 겁을 먹었었다. 잔뜩 굳은 내 목과 어깨로 나를 가르칠 선생님인 하야티를 따라갈 수 있을까. 훌라를 추는 그녀의 몸은 마치 부드러운 파도처럼 굽이쳤는데. 화살 같은 걱정이 마음속에 하나, 둘 박혔지만, 이젠 정말 들어가야 했다.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섰다.
나와 함께 할 메이트들은 벌써 ‘파우’(훌라스커트)로 갈아입고 벗은 옷을 정리하고 있었다. 나도 집에서 가져온 스커트로 갈아입었다. 그나마 파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길이감, 폭을 가진 스커트로 가져왔는데도, 실제로 보니 파우와는 비교도 안 되게 폭이 좁아서 아차 싶었다. 바깥에선 무난하기 그지없는 검정스커트였는데 알락달락한 꽃과 잎사귀로 장식된 파우들 사이에선 내 옷이 유독 튀고 칙칙해 보였다. 그래도 선생님이 분명 그냥 편한 복장도 괜찮다고 했으니까. 착잡해진 마음을 달래며 잘 입었는지 거울로 살펴보기 위해 뒤를 돌아보는데, 거기에 하야티가 있었다. 뾰족한 ‘불꽃’이 빙 둘린 머리핀을 꽂은 하야티가 나를 보고 생긋 웃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그녀의 머리핀에서 시선을 돌리고 나도 인사했다. 인사를 마치자마자 그녀는 내게 “파우는 안 입으시나요?”라고 물었다.
“(저도 제가 왜 파우 대여를 미리 안 했는지 후회돼 죽겠어요) 저 괜찮으면 오늘 대여 신청하고 다음에 입어도 될까요?”
“아, 오늘 신청하고 오늘 입으시면 되겠네요!”
아. 아아아아네. 염소처럼 말꼬리를 늘이며 대답했다. 그렇게 해도 되는구나. 살짝 부끄러웠지만, 다행이다 싶었다. 빼곡히 걸린 형형색색의 파우들 중 흰 바탕에 초록색 잎이 흐르듯이 그려진 파우를 꺼냈다. 난생처음 입어보는 파우는 생각보다 훨씬 더 낙낙하게 퍼졌는데도, 허리와 다리를 착 감쌌다. 파우에는 마나(기운)이 깃들어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함께 배우는 이들도 동지이지만, 파우 역시 동지라 부른다고. 전신거울로 슬쩍 훑어보니 파우도, 거울에 비친 앉거나 선 동지들과도 아직 퍽 친하지 않아 어색했다. 그래도 부디 앞으로 훌라를 배우는 나날 동안 나를 잘 받아주길. 내가 당신들이 나의 동지가 되길 원하듯, 당신들도 시나브로 그러해주길.
동료들이 하나, 둘 잇따라 도착했다. 밝은 조명이 틀어진 연습실에 마침내 모두 파우로 갈아입은 동료들이 이곳저곳 퍼져 있었다. 그런 우리를 바라보던 하야티가 웃으면서 불러 모았다.
“다 같이 둥글게 한 번 앉아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