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여다보기
# page 3. touch my heart
쉬는 내내 글짓기 전체적인 흐름을 머리속에 그려보았을 때의 주제는 온통 '영혼의 맑음'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쉽게 다가가거나 공감하기 어렵게만 느껴지는 부분도 확실히 생겨났죠. 하지만 계속해서 곱씹으며 떠올리다보니 비이상적 혹은 비현실적인 세계의 먼 이야기같이 느껴졌던 것과는 명확한 선을 긋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영혼'이란 한 사람, 한 사람이 태어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는 특별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육체를 벗어난 단순한 혼'의 의미가 아니라 정신의 상태이자 감정 혹은 마음이라는 것이죠.
과학적 정황에서 벗어나 논리로 펼쳐낼 수 없어 늘 궁금한 무언가죠. 수시로 오르락 내리락 하기도 하고 있다가 없다가, 긴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은 그 중간 어디쯤 우리와 늘 함께 숨쉬고 살아 있는 것이요. 글이나 말로 표현하기란 참으로 어렵기도 하지만 굳이 설명을 길게 하지 않아도 스스로 혹은 각자 느끼는 것이 분명하고 정확하게 존재하기에 모두 공감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신기하기만 합니다.
도덕적인 측면의 양심이 되기도 하고 어느때는 그로 인해 가져지는 마음가짐이 되기도 합니다. 깊은 내면의 울림이라고 할까요. 가끔 생각 그 너머 아래로 내려가다보면 실제로 더욱 살아있는 느낌을 가지게도 합니다.
요즘은 모든 것들이 꽁꽁 얼어붙은 것만 같은 빙하기 시대에 살고 있는 기분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70년대를 <순수 감성 시대> 였다 라고 감히 말하고 싶어요. 간혹 그 시대를 동경하고 닮고 싶어하기도 해요. 웬지모르게 마음의 오고감이 펄떡 펄떡 살아 움직이는 것 마냥 동적이라 따뜻하고 푸근한 마음마저 듭니다. 보기만 해도 데일것 같은 끓어오르는 뜨거움도 있어요. 그 시대가 반영하고 있는 알수 없는 분위기와 정신이 깃들여 있는 것만 같거든요.
마음은 여전히 존재하나
따로 분리 시켜놓은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편리에 따라 분리된 마음인게죠.
써놓고도 참으로 가슴이 저려옵니다.
알고는 있으나 행하지 못하고,
다스리고 싶으나 쉽게 다스려지지 않는.
진심을 표현하는 것도
참으로 많은 이유와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만 하는
상당히 불편하고 귀찮은 것으로 간주되어
때로는 그냥 지나치죠.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없고
보여지는 것이 제일이 되었지요.
느끼고는 있으나
나도 모르게 저절로 무뎌지는 그것.
그것이 지금 우리의 영혼 상태가 아닐런지 감히 질문을 던져봅니다. 오직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이것을 맑고 옳바르게 가꾸는 일에 대해 너무 관심이 없어요.
[영혼]: 육체에 깃들어 마음의 작용을 맡고 생명을 부여한다고 여겨지는 비물질적 실체.
이번 주제에 따른 목차와 내용을 구체화 시키면서 어렴풋이 느껴지는 이것이 저 또한 혼란스러워 영혼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어요. 비물질적 실체이기에 지나치는 걸까요.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하나로 이루어지는 모든 자연의 섭리조차도 필요에 따라 따로 분리하기를 즐겨하는 것만 같아 글쓰기에 앞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게 됩니다. 그렇게 최초의 질문은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어 만들어내며 궁금증을 자아내고 머리 속에서 끊임없이 회오리 쳐댔습니다.
혼자쓰기에 만족하다가 문득 글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읽혀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혼자만 쓰고 버려두는 것은 좋은 글이라 할 수 없지요. 잘 쓰여진 멋진 글, 베스트셀러의 글과는 조금 다른 듯 싶습니다. 단순히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글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야말로 참으로 가슴 설레고 즐거운 일입니다.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며 일대일 관계를 만들어가다보면 글을 통한 삶 속에서 내면의 성장을 느끼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살아있는 것을 확인하는거죠.
그런 점에서 글 속 묻어나는 '진심'은 소통의 가장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합니다. 묻혀져 가는 순수함과 숨박꼭질 놀이도 하지요. 그렇게 크고 작은 순수함을 찾아 더해진 진심은 말할 것도 없겠죠. 꼭 천채성을 띠지 않아도 잘 훈련되어진 필력과 만났을 때 멋진 조합이 됩니다. 단 한번의 노력으로는 이뤄 낼 수 없다고 봅니다. 꾸준한 훈련과 마음가짐이 동반되어야만 가능하죠.
실제로 머리와 생각만으로 글쓰기를 할때는 많은 양의 글을 써낼 수 있었지만 특별한 감동은 없었던 것 같아요. 단순히 헝클어진 머리 속의 말 풍선을 기계적으로 육체 노동하듯 펜을 굴리거나 키보드를 잡아서는 결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는 더이상 글을 쓸 수가 없었던 게 솔직한 제 심정이었어요. 머리를 짜내보려 노력을 해도 나조차 갖을 수 없는 감동을 상대에게 전달할 자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좋은 글을 쓰고 싶었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재정비가 필요했어요. 하지만 방법을 모르겠더라구요-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었는데, 그 와중에 많은 것들이 오고 갔습니다.
그리고 '비워내기'를 실천해보기로 마음 먹은 동시에 마음 속 떠오르는 생각은 영혼의 정화였어요. 실은 비워내기에 열중했던 것보다는 쌓아두지 않기-의 연습이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뜬구름을 잡는 심정이었지만 시작해보니 저절로 내 안에 존재하는 영혼을 들여다보게 되더군요.
내 안에 어쩔 수 없이 품고 있는 선과 악을 다루는 것은 막연하지만 결코 못해낼 일도 아닙니다. 헷갈리기도 하지만 옳고 그름을 선택하는 것과는 달라요. 그것은 인정해야만 하는 것이고 선함과 악함은 구별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늘 갈등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것을 선택해야할까 나의 이익을 위해 어쩔 도리 없이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 나도 모르는 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감정은 다스릴 틈도 없이 치고 나오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하지만 스스로가 갈등하고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변화되고 있다는 증거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나와 너를 대하고 삶을 대하는 거죠.
그러한 연습을 끊임없이 하다보면 언젠가는 무턱대고 현재 감정만을 가지고 행동에 옮기는 일들이 줄어든다는 것을 금방 느끼게 됩니다. 본질을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할 수는 있으니 비로소 더 가치있는 삶을 꿈꿀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결코 가볍지 않은, 물질로도 채울 수 없는 진중함과 하루종일 깨어있는 듯한 순수함이요.
글을 쓸 때에도 늘 이런 마음가짐을 가져보기로 스스로 약속해봅니다.
끊임없이 내 안에 속삭이고 있는 부풀려진 과장이나 거짓, 위선들과 끊임없이 갈등하며 일종의 영적 전쟁 속 살아남기를 반복하는 것. 그러다보면 그 과정 역시 오롯이 나만의 글로 표현되리라 믿습니다.
영혼의 다독임과 다스림은 필요할 때만 써먹는 악세사리가 아닌 삶 속 필수 조건입니다.
그것이 점점 무뎌지고 잊혀지고 있기에 목마름에 물도 없이 빵을 먹는 것처럼 퍽퍽한 것이죠. 그렇게 먹다가는 체해요.
인생도 삶도, 그리고 그것을 노래하는 글도 유순하게 흘러가야만 순조롭습니다.
저에게는 멋진 필력으로 써내려간 폭발적인 인기글도 화려한 숫자의 조회수도 없습니다만 늘 진심으로 소통해주시고 격려와 위로를 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그저 고개 숙여 감사드릴 뿐입니다. 그분들의 진심이 없었다면 오래 전에 글 짓기에 지치고 조급함에 밀려 이 공간에서 사라졌을 겁니다.
글쓰기는 오래 달리기의 경주처럼 무조건 오랫동안 쓰기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어요. 그 안에 느껴지는 나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고 진실로 대하는 것. 또한 그 너머를 바라보는 시선을 갖추어야만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여깁니다. 저의 들여다보기가 언제나 끝을 낼런지 알 수는 없지만, 글을 쓸 수 있는 한 아마 죽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들여다보기에 집중해야 할것 같아요. 삶을 대하는 일상적인 태도가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