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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쑝 Feb 26. 2019

마법의 약

용서할 수 있을까 part 3

목사님의 말씀처럼 억지로 내 힘으로 한다고 해결 되는 것은 단 1도 없음을 깨닫게 되면서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조금은 되찾을 수 있었지만, 동시에 관계에 대한 불신으로 위축감과 상실감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바쁜 일상으로 애써 외면하는 길만이 유일하게 잊을 수 있는 방법이었고 그러다 보니 금방 한 해가 끝나가고 있었다.

12월에는 용서와 화해의 주제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웬지 모르게 나를 향해 일직선으로 꽂히는 찔림 때문에 가시방석처럼 느끼지기만 했고, 그 찔림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만 커져갔다. 숨는다고 해결되지 않고, 나선다고 상처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어찌되었든, 그 길목에서 나는 선택이 필요했기에 이번 해가 지나기 전에 무슨 일이 생겨도 옳은 일을 위한 실천을 하기로 결정하고 선포해야 했다. 특별한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었고, 꽤 많은 에너지가 다른 고민에 사용되기도 했다. 다시 악몽같은 순간들을 마주할까 계산부터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부정적 측면을 합리화 시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의 이런 행동에 이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행동할 거라 단정 지으며 쓸데없는 상상력을 풀가동했고 그럴 수록 점 점 더 자신이 없어졌다. 자꾸 틀 안에 상황을 구겨 넣고 있었다. 뭘 해봐야 나만 더 상처받을 것만 같아 문제의 항아리 주변을 맴돌며 뚜껑을 열어보지도 못한 채 또 며칠이 흘러갔다.


어느날 우연히 우리 목사님이 쓰신 책을 읽다가  인용하신 '셀프 핸디캡'이란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벼룩을 유리병에 넣어 두었다가 꺼내 놓으면  그 이상 점프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유리병 높이만큼만 뛴다는 것이다.

내가 가두려하는 것은 무엇일까..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나의 시각과 나의 경험으로 모든 것을 본다면 한계가 분명하지만, 하나님의 관점과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능히 못할 일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즈음 감사하게도, 성경과 설교 말씀을 통해 용기의 메세지를 받고 있었다.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빌 4:13)'

실제로 그러했다. 불가능한 일을 행하게 해주신 주님이 특별히 이번 해 마지막 나에게 하시는 말씀을 외면할 수만은 없었다. 그리고 정말 다시 한번 믿어보기로 하고, 계속해서 그 문제를 두고 기도드렸다. 두려움으로 인해 막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고, 용서나 긍휼, 사랑의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이 그 다음 문제였다. 기도하며 느낀 것은 여전히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함의 주된 요인이 바로 나라는 사실이었다. 표현할 수 없는 불편함은 내 안에 보이지도 않는 자존심을 향했고, 당장이라도 갈기 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져 주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을 채워주는 것입니다. 자랑과 사랑의 차이를 아십니까? 인문학을 하나님께 라는 책에서 그것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 자랑은 다른 사람에게 없는 것이 내게 있다는 것이고, 사랑은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내게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진다는 사명이 있고, 책임이 주어진 것입니다. 사람은 잘 변하지도 못하고, 어느날 갑자기 변하는 것도 아닙니다. 연습을 통해서 서서히 바뀌어 가는 것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한번 두번 양보하면서 연습이 되고, 어느날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들이 세상에서 소금처럼 산다는 것은 결국 져 주는 것이고 양보하는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변할 수 있습니다. 주님의 기쁨은 이런 사람들의 몫입니다.


 늘 접하는 사랑'의 의미가 너무나 다르게 느껴졌다. 예수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것- 사랑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껏 어떤 시선으로 바라본 것일까. 둘 혹은 셋 이상이 서로 좋은 감정을 느끼는 것,  아니면 받거나 줄때 느끼는 감정. 그러나 서로 좋을 때 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었다. 단 한번도 사랑과 용서를 연결시켜 본 기억이 없었다. 나에게 둘 사이의 거리는 지구의 끝과 끝 즈음 있을지 없을지 모를 연결고리 정도. 평생 가본 적도 해볼 이유도 없는 머나먼 이야기였다. 이렇듯 사랑할 수 있는 이유보다 사랑할 수 없는 이유와 핑계가 더 많았다.

그러나 알고 있는가. 지구는 둥글고 바다는 막힌 곳없이 어디든 통한다는 사실을.  

순간, 할 수 없다로 완료 시키는 것이 적절치 않음을 알게되었다.

'..할수 있거든이 무슨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히 하지 못할 일이 없느니라 하시니'(막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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