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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나 Feb 19. 2023

윤성빈을 숭배하라  

강렬한 에너지를 가진 몸에 대한 존경, 비욘세에 대한 추억에 대하여  

요즘 남자 동료들 사이에서는 윤성빈을 '모시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 피지컬100에서 그의 몸을 보고 나오는 반응들이다. 적어도 한 3년 간은 닭가슴살만 먹고 피나게 운동해야 윤성빈의 한쪽 팔 근육 정도를 얻을 것 같은 모습이거나, 아예 다시 태어나야 할 정도의 외관을 가졌거나 할 것 없이 다들 윤성빈이 되겠다고 난리다. 


그렇다. 윤성빈은 누가 봐도 존멋이다. 브라운관 너머 보이는 근육이 저 정도면, 실제로 보면 압도될 것 같다. 피지컬100 출연진들도 그가 위풍당당 등장하면 "수컷의 왕 같다", "짐승 같다" 탄성을 내뱉는다. 헬스장에서 거울에 비친 모습에 취해가며 만든 근육이 아니라 오랜 세월 스켈레톤을 통해 다져진 근육이라서일까, 윤성빈 근질에 대한 칭송은 다른 이들에 대한 평가와 사뭇 다르다. 윤성빈은 고대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의 이상적인 몸, 특정비례와 균형까지 완벽한 몸을 이 시대 한국에서 현현했다. 숭배하라! 


문제는 나도 남자 동료들처럼 윤성빈을 롤모델(그에 다다를 수 없다는 점에서 '자극제'가 더 맞는 표현인 것 같다)로 삼을 수 없다는 점이다. 생명력을 폭발하듯 내뿜는 윤성빈의 몸을 본받겠다고 깝치다가는 그 과정 중에 근육이 찢어질 것이고 잘해서 결론에 이르렀다 해도 그다지 멋있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어떤 식으로 윤성빈의 강함, 생명력에 다다를 것인가. (왜때문에 엄청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음)


그러고 보니 떠오른 게 비욘세다. 그녀의 섹시한 몸은 여성이 가질 수 있는 한계치를 넘나들지만, 이른바 '여성적'이지는 않다. 많은 남자들을 홀리는 몸을 가졌지만, 그렇다고 그 어떤 남성과도 함께 할 필요가 없다는 듯한 힘도 내보인다. "이 강하고 섹시한 몸은 온전히 내 것이고, 내가 통제할 것이고, 당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저 숭배만 하도록!"라고 외치는 것 같다. 게다가 까무잡잡 매끄러운 피부까지, 웬만한 외부 환경에도 거칠 게 없어 보인다! 그나저나, 그녀는 요즘 어떻게 지내나. 


사라진 것은 하얗고 야리야리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분위기다. (나이에 따른 영향이 크겠지만) 적어도 내 주위 여성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청순미'를 추구하는 자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어떻게든 강해지려고 하고,  에너지를 뿜어내는 몸을 추구한다. 세월이 변한 건가, 한때는 비욘세의 허벅지가 너무 굵다며 별로라는 얘기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탄탄하다면야 굵기가 대수요! 하는 애들이 많다. (물론 그저 굵기만 하다면 큰 문제다) 피지컬100의 인기는 어떤 몸을 추구할 것이냐와 관련해 바뀐 분위기를 반영한 것일 수도 있겠다. 


윤성빈 짤만 잘라서 보느라, 피지컬100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거기 나오는 여성들의 정보는 별로 없다. 비욘세 언니 같은 건강함과 당당함, 강함을 담지한 몸을 찾아보고 나도 한국말하는 롤모델을 만들어야겠다. 일단 이 글을 마무리하고 스쾃 백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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