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지나x테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쥬르 Mar 16. 2023

<구해줘! 인공지능> 1탄 - 챗GPT

위협인가 조력자인가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다. 불과 5년 전 '상상력만으로' 써 내려간 미래 시나리오와 트렌드 리포트에서만 볼법했던 기술들이 상상 그대로, 아니 그보다 저 멋지고 무서운 모습으로 구현되고 있다. 또한 한편에서는 플랫폼, 인공지능 산업이 호황기를 맞고 있지만, 또 한편에서는 인문학, 글쓰기, 필사 바람이 분다. 전자의 세계에서 일하는 나는 SF 소설에서나 나법한 미래 세계에 사는 게 아닌가 가끔 착각하지만, 일을 마치고 나면 19세기로 돌아가 종이책을 읽고, 연필로 사각사각 일기를 쓰고, 북클럽에서 읽고 있는 책을 필사한다.

미드저니로 만들어본 미래 사회 vs. 19세기 서재 이미지   © 지나쥬르 via Midjourney


챗GPT(ChatGPT)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챗GPT와 관련된 콘텐츠가 뉴스, 각종 SNS, 유튜브, 심지어 글쓰기 강의 플랫폼에서도 쏟아지는 것을 매일 목격한다. 이쯤 되면, ‘떠들썩했다’고 과거형으로 써야 할 것 같다. 또한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AI 아트 프로그램을 활용해, 작품 활동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더 이상 인공지능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내 앞에 펼쳐지고 있다.


직장에서도 배울 것이 넘쳐나는데, 업무 외 시간에서도 끊임없이 진화해야 하는 세상이다. 투덜대면서도 시대에 뒤처질까 싶어, 챗GPT를 활용하고 미드저니 사용법을 익히고 있다. 세간의 소문만 들었을 때는 당장 인간의 직업을 다 앗아갈 것처럼 위협적으로 느껴졌지만, 직접 사용해 보니 유용한 점도 있었고, 틀린 사실을 너무도 당당히 말하는 등 생각보다 맹하고 시시한 부분도 있었다.



1. 도와줘! ChatGPT


출처: https://openai.com/blog/chatgpt

챗GPT, 무서운 녀석이라 생각했다. 인간의 직업을 모두 앗아가 끝내 디스토피아를 가져올 녀석이라고. 한 친구는 챗GPT의 위력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실제로 어떤 회사에서 챗GPT로 웬만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며 법무팀을 통째로 날려버렸다고 말했다. "그거 카더라 통신 아니야?" 의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소름 끼쳤다. 분명 무서운 면이 있긴 하다. 특히 방대한 양의 정보를 긁어모아 '수 초 내에 척 갖다 바치는' 요약본과 참고 자료 제공에 뛰어나다. 나는 챗GPT를 다음과 같이 활용하고 있다.


1) 리서치 업무


업무를 하다 보면 특정 회사에 대해 1~2시간 내 조사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소위 'quick turn project'라고 한다. 우선 챗GPT에서 “Can you briefly introduce xyz company with some numbers?”라고 명령어를 치고 머릿속에 개요를 다운로드한다. 하지만 챗GPT가 저장하고 있는 데이터는 2021년까지 수집한 게 다라서 한계가 있다. 회사의 최근 매출액, 직원 수, 주요 업종, 제품군 등 자료는 구글 검색이나, IDC, Gartner, AlphaSense 등 리서치 플랫폼에서 최근 데이터를 확보한다. 한 동료는 “이러저러한 정보를 얻고 싶은데, 어떤 자료를 보는 게 좋을까?” 궁금할 때,  정보의 다양한 소를 물어보는 데 적합하다고 귀띔해 주기도 했다.


챗GPT가 주는 정보를 무조건 믿어버리면 곤란하다. Microsoft 사가 만들었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이 챗GPT를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실례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최근 캘리포니아 폭우로, 보스의 집 나무가 이웃집으로 쓰러졌다고 한다. 이에 대한 피해보상 여부를 챗GPT가 알려줘서(변호사 고용하면 피차 복잡해지니) 양측 모두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정보가 틀렸다면? 그런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챗GPT로 전반적인 정보를 다운로드하고, 구글 검색으로 더블 체크하거나 신뢰 있는 리서치 기관의 자료로 다시 한번 사실을 검증하는 게 좋다.


2) 영작 다듬기


가끔 긴 이메일을 쓸 때, 협력사 담당자에게 쓴소리해야 할 때, 민감한 주제에 대해 부드럽게 얘기하고 싶을 때, 챗GPT에게 영작 감수를 요청한다. 몇 번 써보니, Grammarly 보다 훨씬 더 실용적인 면도 있다. 그런데 챗GPT는 인터넷상 방대한 정보를 모아 이메일을 쓰다 보니, 가끔 지나치게 예의 바르거나 문장이 쓸데없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실무에서는 주요 사안일수록 이메일을 길게 쓰지 않는다. 요점만 불릿 포인트로 정리하지. 임원으로 올라갈수록 'hello, best regards, thank you very much' 다 생략하고 요점만 담긴 이메일로 소통하는 경향이 있다. 챗GPT가 긴 이메일을 답으로 내놓는다면, 취사선택은 사용자의 몫이다. 그간의 회사 짬밥을 바탕으로 인간의 판단이 개입되는 것이다. 이쯤 되니, 챗GPT는 가끔 유용한 툴 정도로 활용할 수 있겠다 싶었다. 두려움이 조금 가시기 시작했다.


3) 개인적 용도 – 글쓰기


나는 보통 글쓰기 전, ‘주제나 키워드’를 이미 가지고 개요를 짜서 쓰는 편이다. 하지만 사실 검증을 필요로 하는 글을 쓸 때, 또는 목차를 짜기 전, 방대한 자료 조사가 필요할 때가 있다. 인터넷 검색과 더불어 관련 분야 책을 읽어보기도 하는데, 내가 시중에 나온 그 많은 책을 읽었을 리 만무하다. 글감이 언제 떠올랐느냐에 따라 주어진 시간이 달라지겠지만, 보통 주중에 글감을 정하면 내게는 주말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이 주어진다. 이틀 만에 검색해 글을 뚝딱 써내기 힘들 때도 있다. 특히 빠른 자료 조사가 필요하다면 챗GPT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지난번 <바퀴벌레와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에피소드를 쓰다, 몇몇 독자님께 혐오감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걱정이 몰려왔다. 그래서 다른 소설에서는 바퀴벌레 에피소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빠른 검색을 했다.


“바퀴벌레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해 봐.”라고 명령어를 치니, <1984>, <메트로 2033>,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바퀴벌레가 나오는 에피소드를 공유해 주었다. 질문을 어떻게 구사하는가에 따라 당연히 다른 답이 나오며, 토씨 하나 안 틀린 질문에 조금 다른 답을 줄 때도 있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해도 짜증 내지 않고 성실하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건 맘에 든다. :) 로봇이니까 이게 가능하겠지.


바퀴벌레가 등장하는 다른 작품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지만, 역시 개인의 경험은 누구도 베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의 고유한 경험이 있기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지나와 로치와의 배틀’ 에피소드를 완성할 수 있었다. ㅎㅎ


소설 속 에피소드를 공유해 달라는 명령어에 대한 챗GPT의 답변



2. 챗GPT, 위협인가 조력자인가?


챗GPT를 잘만 활용하면 리서치에 들어가는 시간을 대폭 절약할 수 있다. 아직 개떡 같은 질문을 찰떡같이 소화하는 단계는 아니므로,


1) 일단 '질문을 명료하게' 잘해야 하고

2) 사용자가 영어를 잘한다면 더욱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구글 번역이 필요 없을 테니)

3) 챗GPT의 답을 빠르게 읽고 소화하는 문해력과 2차 검증을 거치는 등 판단력도 필요하다.   


챗GPT의 등장으로 많은 분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듯하다. (영상 참고) 인터넷의 탄생과 비슷한 여파를 가지고 올 거라는 사람도 있고, 그래봤자 인간의 뇌를 따라올 수는 없을 것이라는 식으로 의견이 분분하다.

출처: <감성대디 Dennis> 유튜브 - 썸네일은 다소 자극적이지만 실제 내용은 유용합니다! :)


한 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챗GPT가 답을 출력하는 이유는 우리가 '명령어'를 입력했기 때문이다. '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설문조사, 데이터 분석에서 자주 쓰는 업계 용어인데, '쓰레기 같은 데이터를 넣으면, 쓰레기 같은 결과가 나온다' 이다. 한 마디로, 챗GPT에게 똑똑하게 질문하면 원하는 답을 순식간에 얻을 것이요, 엉뚱하게 질문하면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여러 차례 질문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출력된 답에 대한 2차적인 검증도 필요해 보인다.


현재 챗GPT는 텍스트 위주의 답변을 주는 단계라, 데이터를 가지고 스토리텔링과 시각화를 해야 하는 내 직업이 얼마나 타격을 받을지는 모르겠다. 물론 챗GPT가 계속 업그레이드를 계속하며 초강력 울트라 파워를 발휘할 수도 있겠지만, 직접 사용해 본 결과, 아직 인간의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 더 많아 보인다.


미드저니 이야기와 함께 <구해줘! 인공지능> 2탄에서 to be continued……




※ 이미지/영상 출처: 지나쥬르 미드저니, openai.com/blog/chatgpt, 유튜브 <감성대디 Dennis>, <조승연의 탐구 생활>


※ 어제 이 글을 완성하고 발견! <조승연의 탐구 생활>에 올라온 챗GPT 영상이 흥미로워 공유합니다.

출처: <조승연의 팀구 생활>, AI가 인간을 대체한다고? 뇌과학자가 분석한 챗GPT의 모든 것


※ 이 글은 뉴스/글 컨텐츠 플랫폼, '헤드라잇'에도 게재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재택근무 2년 차, 첫 출장을 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