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나쥬르입니다. 브런치 활동을 시작하며 자기소개를 간단히 드리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나는 그럭저럭 살지 않기로 했다
저는 현재 미국 북캘리포니아 산호세라는 도시에 살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테크 회사가 밀집되어 있어 소위 '실리콘밸리' 또는 '베이 지역 (Bay Area)'이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저는 이곳의 한 테크 회사에서 Customer Insights 리서처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 속의 책, <나는 그럭저럭 살지 않기로 했다 (by 리처드 브로디)>는 제가 약 8년 전에 미국으로 왔을 때 지인에게 선물 받은 책 제목입니다. 물론 책의 내용은 제가 미국에 유학을 온 이유와는 조금 상이하지만 (저자는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억대 연봉 회사를 그만둡니다), 이 책의 골자는
"바람직한 일 말고 내가 '바라는' 일을 하자
좋은 일 말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
해야 하는 일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내용이에요.
<나는 그럭저럭 살지 않기로 했다> 책표지에 쓰인 문구, "당신은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있습니까?"
저는 한국에서 초중고대학교를 졸업한 한국 토종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 10년 남짓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저는 유학을 결심하게 되고 유럽과 미국 사이에서 고심하다 결국 미국행을 결심했어요. 저의 유학 동기에 대해서는 생각이 정리되면 다음에 한 번 얘기해볼게요. 짧게 말씀드리자면 한국 사회에서 주어진 바람직한 일, 좋은 일, 해야 하는 일에 회의를 느끼고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무렵, 저의 유학 욕구에 불을 지핀 여러 사건(?)이 생겼고 그 계기들로 미국 유학을 결심하게 됩니다.
저는 2012년 8월 말에 미국 땅을 밟았고, 황량한 시카고 오헤어 (Chicago O'hare) 국제공항에 짐 두 개와 함께 도착합니다. 그때부터 저의 추억 가득하고 파란만장한 미국 생활이 시작되었죠. 시카고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에반스톤(Evanston)이라는 작고 아담한 도시에서 대학원 공부를 마친 후 취직해 지금 살고 있는 북캘리포니아로 이사를 오게 되었어요.
맞지 않은 옷을 입다 - Fake it until you make it
"졸업 후 꿈의 직장 (dream job)을 찾았어요...!"라고 말하면 정말 쿨하겠지만, 저의 미국 첫 직장은 제가 꿈꾸던 그런 직장은 아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나와 너무 어울리지 않은 옷을 꽤 오래 입고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물론 미국에서 일하게 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고 기뻤던 그때였지만, 취업비자(H1B Visa)를 스폰서 해줄 수 있는 회사를 찾아야 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상황과 조건을 타협한 직장과 보직을 선택하게 됩니다.
첫 직장에서 쌓았던 실력과 경력으로 이직했고,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음은 부인할 수 없지만, 또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던 직장이었습니다. 미국에 정착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취업비자와 영주권을 받았던 곳이라 현실적으로 감사했던 마음과 생채기를 내는 사건들이 아직도 메아리쳐 다시는 뒤돌아보고 싶지 않은 상충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곳이에요. 지금의 나였다면 그런 차별과 부당한 처사에 안이하게 대처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저를 독하게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저와 어울리지 않는 환경에서도 '될 때까지 해라 (Fake it until you make it)'라는 자세로 살며 배운 것도 많이 있었습니다.
7년 전 나에게 쓰고 싶은 쪽지,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은 쪽지
생각해보니 제가 지난 10년을 미국에 살면서 학생 때를 빼고는 별로 사진이나 영상이 남은 게 많이 없더라고요. 특히 첫 직장에서 일하며 취업비자와 영주권을 기다렸던 5년의 세월은 하루하루가 작은 전쟁을 치르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 일만 하고 살다 보니 특히 첫 3~4년간은 기록을 남긴 것이 별로 없더라고요. 지금은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겼고 그래서 이제부터는 저의 일상을 제대로 기록해보고 싶어요. 뭐 거창할 것도 없고 '나에게 보내는 쪽지' 정도?! 나중에 할머니가 돼서 쪽지를 열어보면 웃기기도 하고 재밌을 거 같아요.
미국에서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미국 회사에 취업하고 취업비자, 영주권을 취득하는 과정이었어요. 요즘엔 워낙 글로벌화된 세상이라서, 가족분이나 친척분들이 미국에 사신다거나 아니면 한 다리 건너 누군가를 소개받아 타지에서 자리를 잡을 때 도움을 받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외국에 연고를 둔 분이 주변에 없어서 유학이나 취업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자리 잡는 데 어려움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때는 정보 구하는 게 너무 힘드니까, 주변에 아는 언니나 오빠, 동생이 해외 유학이나 취업에 경험이 있어 바로바로 물어보고 고민 상담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죠.
그래서 제가 시행착오를 거쳐 미국에 자리를 잡으며 알게 된 미국 취업이나 해외 생활 정보를 공유하면, 5~6년 전 나의 상황에 놓여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SNS에서 '치어리더 지나쥬르'라는 별명을 쓰고 있는데요, '치어리더'라는 별명을 쓰는 것도 저와 같이 나 홀로 이민하신 분들이나 낯선 미국 땅에서 자리를 잡고 계신 분들께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예요.
혼자 해외 생활을 하면서도 그다지 외롭지 않게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저의 다양한 취미생활 덕분인 듯해요. 가끔 유튜브로 미국판 <나 혼자 산다>를 찍어볼까 생각할 때도 있어요. 한국에서는 영화감상과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미국에 와서는 댄스 피트니스에 빠져 몸치 탈출을 하고, 지금은 꽤나 그루브 탈 줄 아는 소위 'above average dancer'가 되었답니다. 그리고 식물 키우는 것도 좋아해서 그린이 친구들을 하나둘 입양하나 보니, 집안이 점점 정글이 되어가고 있네요.
자기소개와 함께 앞으로 브런치를 통해 공유하고 싶은 콘텐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어요.
저에게 미국 이민은 "나는 어떤 환경에서 더 행복감을 느끼고 성장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찾는 자아 발견 과정이었습니다. 몸소 체험한 미국 이민, 비혼의 삶, 외국어 공부, 해외 생활,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탱해 준 '기록의 힘'에 대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저의 경험이 해외 생활을 꿈꾸거나 일인 가구로 살아가시는 분들께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부지런히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할게요.
※ 이미지 출처: 리처드 브로디의 <나는 그럭저럭 살지 않기로 했다> 책 표지
※ 이 글은 뉴스/창작 콘텐츠 플랫폼, '헤드라잇'에도 게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