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건이 다루어지는 과정과 문제점에 대해서
작년 박원순 시장의 사망 사건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그가 성범죄 피의자로 고소당했다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당사자의 사망으로 인해 수사가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종결되어 진실을 알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박 시장의 사후에 이루어진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와 서울시 직원 성폭행 사건 재판부의 판결은 여론을 박원순이 죄를 인정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쪽으로 기울게 만들었다. 본 서평은 손병관 기자의 ⟪비극의 탄생⟫을 통해 박원순 사건을 다시 돌아보고자 한다. 과연 그에게 제기된 혐의가 어느 정도 신뢰 가능한지,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성범죄가 다뤄지는 방식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보겠다.
(1) 추행 방조와 묵인
고소인은 2020년 7월 22일 2차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 직원 20명에게 피해를 호소했으나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는 시장실이 있는 서울시청 6층에 근무했던 직원들과 접촉했다. 손 기자는 고소인과 같은 공간에 근무했거나, 얼굴이 자주 마주쳤을 인물들을 중심으로 취재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취재원들 모두가 고소인의 피해에 대해서 낌새조차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 김주명(2017년 3월~2018년 7월 비서실장)
"고소인이 불편해하는 낌새를 못 느꼈고, 심지어 (비서실장을) 그만두는 순간까지도 몰랐다."
△ 오성규(2018년 7월~2020년 4월 비서실장)
"2019년 11월 14일 안부를 묻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은 이후 내가 고소인에게 연락을 한 적도, 고소인이 내게 연락을 한 적도 없다."
△ 박 전 시장의 핵심 참모 A 씨
"하루 한두 번은 시장실에 들어갔는데, 지금 같은 얘기가 나올 줄은 까맣게 몰랐다."
△ 고소인의 직속 상관 B 씨
"고소인이 얘기를 하지 않아서 그런 사실을 몰랐다. 고소인이 근무하는 동안 데스크에서 함께 일했던 여비서 2명은 계속 바뀌었다. 당사자가 요청하면 바꿔주는데 피해자는 공식적으로 얘기한 적이 없다."
△ 별정직 공무원 C 씨
"고소인이 박 시장과의 관계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한 적이 없다. 반대로 내 앞에서 자랑한 기억은 난다."
△ 서울시 관계자(6급 이하 공무원 인사 담당)
"2월에 시장실로부터 (비서를 고소인으로 충원해달라는) 그런 요청을 받은 바 없다."
<서울시청 6층 사람들 "성추행 방조? 난 들은 적 없다">, 손병관, 오마이뉴스, 2020. 7. 31.
(2) 전보 불승인
고소인이 주장하는 '전보 요청 불승인'은 어떨까? 손병관 기자는 이를 취재하기 위해 일반직 인사 담당이었던 김 변호사(김재련 변호사와는 다른 인물)를 만나게 된다. 김 변호사의 주장에 따르면 박 시장이 고소인의 전보를 유보한 것은 맞다. 하지만 매사에 신중한 박 시장에게 인사 유보는 특별한 일이 아니었고, 심지어 2018년 11월 29일 고소인의 전보를 시장이 승인했다. 문제는 고소인이 전보를 가게 되면 7급으로의 승진이 불분명해진다는 점에 있었다. 이에 고소인은 승진을 한 뒤에 인사인동을 하겠다며 비서실에 남기를 스스로 결정한다.(<서울시 전 인사 담당 비서관이 밝힌 '2019년 1월 전보 무산'의 전말>, 손병관, 오마이뉴스, 2020. 10. 6.)
위 내용에 대해서 대리인 김재련은 고소인이 시장실 동료 및 친구와 주고받은 메세지를 공개하여 반박한다.
18. 8. 3. " 저 진짜로 나가려고 했는데, 우울증이나 정신병 걸릴 것 같아요"라는 문자를 000비서관에게 보냄.
18. 11. 5. 이런 체력으로 지내는거 저도 더 이상 힘들것 같아 최대한 전보예정이니 두달만 힘내주시고(동료에게 보낸 문자)
18. 12. 11. 울며 겨자 먹기로...K(김 변호사)님이 자꾸 우겨서...괜한 탈출기대를 했죠(동료에게 보낸 문자)
19. 6. 17. '저 이번엔 꼭...전보할 것 같은데 시장님 조금 불편해 하시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워요'(비서관에게 보낸 문자)
19. 6. 19. "이번에 옮기려고 인사과로, 4년이나 했으니, 근데도 붙잡아서 좀...맘이 무겁지만"(친구에게 보낸 문자)
그러나 고소인의 문자 내용만으로는 전보 요청의 동기가 박 시장의 성희롱 때문인지 혹은 장기근무와 업무강도로 인한 염증 때문인지 알 수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동료 및 상급자들이 피해자의 전보 요청을 박 시장의 성희롱 때문이라고 인지하였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나마 의심이 드는 지점은 "울며 겨자 먹기로...K님이 자꾸 우겨서...괜한 탈출기대를 했죠"라는 문자다. 이에 대해서 김 변호사(K)는 본인이 7급 승진 최소 연한을 잘못 계산해서 승진과 전보가 모두 가능하다는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소인은 승진을 위해 스스로 비서실에 남는 것을 택했다고 해명한다. 덧붙여 김 변호사는 "승진 안 되더라도 본인이 원하면 인사과에 보내주겠다"고 말하며 고소인에게 선택권을 주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손병관 기자는 김 변호사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추가 진술을 확보했다. 일반직 공무원인 I는 고소인이 "나가고는 싶지만 승진하면 나가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일반직 공무원 U는 "승진 앞둔 공무원 입장에서는 근무하던 부서에서 평점 받은 뒤 부서를 옮기는 게 유리하게 때문에 김 변호사의 설명이 맞다"고 말했다.
(3) 폭로 기자회견 만류와 증거 인멸
폭로 기자회견 만류와 증거 인멸에 대한 혐의도 증거가 많지 않다. 한국여성의전화와 성폭력상담소는 서울시 직원이 고소인에게 기자회견을 만류했다고 주장했는데, 정황상 이는 전직 서울시 직원인 김주명을 가리킬 가능성이 크다. 김주명은 고소인에게 보냈던 메시지 전문을 공개했는데 주된 내용은 '진영 싸움에 휩쓸리지 말라는 것'과 '박 시장의 장례 마지막 날인 오늘만큼은 기자 회견을 삼가 달라'는 것이었다.
'증거 인멸' 주장에 대해서는 수행비서관 A가 "오히려 피해자가 텔레그램 메시지를 삭제했다"고 반박했다. A는 고소인이 피해를 호소했다고 경찰에서 지목한 직원 중 한 명이다. 누가 증거 인멸을 시도했는지는 수사기관에서 A와 고소인의 핸드폰을 대조해보면 쉽게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손병관 기자는 말한다.
(1) 셀카 밀착
피해자의 '1차 진술서'에는 "(시장이) 본인에게 얼굴을 맞대거나 속옷 상의 끈과 허리, 엉덩이 위쪽에 손을 올렸으며 매번 거의 안는 자세로 사진을 찍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손병관 기자는 시장실 여직원 P, 수행비서관 A, 별정직 D의 진술을 인용한다.
경찰: 고소인이 진술인에게 셀카 찍을 때 (시장이) 접촉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알린 사실이 있나?
P: 없습니다. 이건 적극적으로 피해자와 대질하고 싶습니다. 너무 황당한 얘기인데요. 접촉하는 게 이상하다는 얘길 했으면, 굉장히 얘기가 길어졌을 거고 심각하니까 기억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극의 탄생⟫, 손병관, 왕의서재, p. 112.
기자: 시장이 피해자와 단둘이 셀카 찍으면서 이상한 행동을 했을 가능성은 없나?
A: 시장이 먼저 찍자고 한 적도 있었고, 고소인이 먼저 찍자고 한 적도 있었지만 내 앞에서 그런 행동을 보인 적이 없다.
같은 책, p. 113.
D: 박 시장은 술자리에서도 그런 식의 실수나 성적 접근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같은 책, p. 114.
결국 경찰과 인권위 모두 고소인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지 못했으며, 심지어 피해자는 시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셀카 찍는 일들을 한 달 동안 못한다고 생각하니 너무너무 아쉽고 슬프다"고 말했다.
(2) 무릎 입술 접촉
"(박 시장이) 피해자 무릎의 멍을 보고 '호' 해주겠다 하고, 무릎에 입술 접촉하는 행위를 했다."
⟪비극의 탄생⟫ p. 133에서 재인용.
대리인 김재련은 7월 13일 기자회견에서 위의 내용이 포함된 '범행 사실 개요'를 발표했다. 하지만 계약직 공무원으로 시장실에서 근무했던 C(여성)는 정반대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C는 스스로 국가인권위에 나가 자신의 경험을 진술했다.
C가 박 시장의 영상축사를 촬영할 때의 일이다. 촬영팀은 C까지 총 3명이었고, 촬영을 준비하는 작업 중에 고소인이 들어와 시장에게 뭔가 보고하면서 "저 다쳤어요"라고 말을 꺼냈다. 박 시장은 "왜 그래요? 어쩌다가 다쳤어요?"라고 답했고, 고소인이 "여기 호 해달라"고 말했다. 차후에 고소인의 성추행 주장을 본 C는 '어, 이건 분명히 고소인이 먼저 해달라고 한 건데 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할까'라는 의문을 가졌다고 한다.
경찰에서도 무릎 입술 접촉에 대한 피해자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지 못했고, 인권위도 보도자료에서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
(3) 내실에서 포옹 강요
2020년 8월 13일 한국여성의전화-성폭력상담소 공동 입장문에는 이러한 대목이 있다.
"시장은 시장실 내 침대가 딸린 내실에서 낮잠을 잠. 그런데 시장의 낮잠을 깨우는 것은 여성 비서가 해야 했음. 일정을 수행하는 수행비서가 깨워 다음 일정으로 가면 효율적이나 여성 비서가 깨워야 기분 나빠하지 않으신다며 해당 일이 요구됨."
⟪비극의 탄생⟫ p. 233에서 재인용.
그러나 수행비서관 A는 "잠 깨우는 일에 남녀 구분이 어디 있었겠냐"며 반문했다. 잠을 깨우는 일이 고소인만의 업무가 아니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또한 고소인은 박 시장이 '내실에서 안아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한 다른 이의 증언은 전무했다. 국가인권위도 "피해자 주장 외에 행위 발생 당시 이를 들었다는 참고인의 진술이 부재하거나 휴대전화 메시지 등 입증 자료가 없는 경우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 혈압 체크 및 성희롱 발언
박 시장에게는 고혈압이 있었다. 고소인은 여성단체 공동 입장문을 통해 "시장의 건강 체크를 위해 아침, 저녁으로 혈압을 잼. 가족이나 의료진이 하는 것이 맞다고 의견을 냈으나 여성 비서의 업무로 부여됐다"고 밝혔으며, 박 시장으로부터 "자기(고소인)가 재면 내가 혈압이 높게 나와서 기록에 안 좋아" 등의 성희롱적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손병관 기자가 만난 시장실 직원 중 이런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손 기자는 또한 수행비서관 A에게 여비서들이 '이런 업무는 남자가 했으면 좋겠다'고 한 적이 있는지 물었고, A는 "성별에 관계없이 업무를 공유하고, 급하면 아무나 하는 거"라며 이를 부인했다. 그리고 "여성단체에서 '혈압 체크는 의료진을 시켰어야 했다'고 하는데 혈압 재는 게 간호사 불러야 할 정도로 전문적인 일인가요?"라고 말하며 의문을 표했다.
(2) 마라톤 및 성희롱 발언
2020년 7월 16일 오후 5시경 발표된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공동 입장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시장이 마라톤을 하는데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 '평소 1시간 넘게 뛰는데 여성 비서가 함께 뛰면 50분 안에 들어온다'며 주말 새벽에 나오도록 요구".
⟪비극의 탄생⟫ p. 153에서 재인용.
손병관 기자는 진상을 알기 위해 일명 '박원순 마라톤' 기획자인 전직 비서관 G를 취재했다. 하지만 G는 시장이 마라톤에 나오라고 고압적인 태도로 말한 적이 없으며, 실제로 본인이 속한 방의 직원 중 절반은 마라톤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마라톤 현장에서 성희롱성 발언을 몇 번 듣긴 했지만, 마라톤에 동참한 팬클럽이나 동호회 회원들의 발언이었지 박 시장이 성희롱성 발언을 하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3) 결재 시 심기 보좌와 성희롱 발언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공동 입장문에는 결재받을 때 비서에게 "시장님 기분 어때요? 기분 좋게 보고하게..."라며 심기 보좌, 혹은 '기쁨조'와 같은 역할을 사전에 요청했다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또한 결재받으러 오는 이들이 비서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시장실을 방문한 국회의원 등이 "여기 비서는 얼굴로 뽑나 봐" 등의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러나 손병관 기자는 이러한 행위들이 박 시장의 과오로 지적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부적절한 행위라 해도 이는 시장이 아니라 결재를 받으러 온 서울시 간부 등 방문객들의 문제이며, 집무실 안의 박 시장이 이를 속속들이 알았을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손 기자는 여성단체에서 '기쁨조'와 같은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한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4) 샤워 시 속옷 심부름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의 저자 이라영은 공식화된 '속옷 챙기기' 업무가 남성 중심 공직사회 속의 관행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수행비서관 A는 박 시장이 직접 '속옷 챙기기' 업무를 시킨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며, 남자 비서관도 동일한 업무를 행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단순히 속옷을 갖다 놓는 일이 '성인지 감수성 부족'으로 비판받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5) 텔레그램 문자와 속옷 사진 전송
2021년 1월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1부 조성필 부장판사는 이른바 '4월 사건' 가해자인 서울시 직원 Z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박원순이 서울시장 근무 1년 반 이후부터 야한 문자와 속옷 차림의 사진 등을 보냈고, (피해자는) '냄새가 맡고 싶다', '몸매가 멋있다', '사진 보내달라'는 등의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당사자가 아닌 별개의 사건에서 박 시장의 언행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이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2021년 1월 25일 국가인권위원회도 "박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낸 것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또한 인권위는 "피해자로부터 들었다거나 메시지를 직접 보았다는 참고인들의 진술이 있었다"고 밝혔다.
손병관 기자는 목격자 중 한 명인 B와의 인터뷰를 통해 좀 더 자세한 정황을 들어볼 수 있었다고 한다. 한창 미투 운동과 안희정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던 시기에 고소인은 B를 남몰래 불러서 고민을 털어놓았다. 고소인은 박 시장과의 메시지 내역이 남들에게 오해를 받을까 봐 불안하다고 말하며 B에게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B가 훑어본 결과 "잔디 냄새 좋아 킁킁"과 같은 내용이 눈에 띄었고, 별다른 이유 없이 밤에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그리고 러닝셔츠 입은 사진을 시장이 보냈으나, 다른 지인들에게도 보낸 적이 있어서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고 한다.
손병관 기자도 말했지만 박원순의 유무죄를 판가름하는데 가장 쟁점이 될 사안은 이 메시지 부분이 아닐까 싶다. B는 고소인과 시장이 워낙 허물없이 편하게 지냈기 때문에 딱히 거슬리지 않았다고 말했으며, 고소인 본인도 B에게 "안희정 사건으로 시끄러운데 다른 사람들이 보면 오해할까 봐 걱정된다. 시장이 나를 손녀딸처럼 예쁘게 생각한다는 것을 나는 아니까 괜찮은데."라고 말했다. 또한 서울시경 관계자는 "(고소인 스마트폰에서) 직접적인 증거로 쓸만한 것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맥락에 따라 박 시장의 메시지는 성희롱으로 인정되거나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에 해당될 수 있어 보인다.
수도권의 다른 판사도 “솔직하게 말하자면 우리 성폭력 전담 판사들은 어떻게 보면 형사소송법을 어기고 있다”며 “원래 무죄 추정인데 사실 인정부터 양형까지 워낙 비판을 받으니까 아무래도 피해자 쪽으로 기운다. 극적인 반전이 없는 이상은 유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판결이 만약 오판이라면 피고인의 인생은 어찌 되겠느냐”고 했다.
<성범죄 사건 담당 판사들 "솔직히 재판하기 어렵다">, 이범준˙유정인˙윤은용, 경향신문, 2012. 11. 25.
헌법상 보장되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성범죄 재판에서 흔들린다는 사실은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혹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폐기된 것이 아니라, 성범죄 재판에선 조절될 뿐"이라는 허울 좋은 핑계를 늘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과 한정합헌 결정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가지듯이, '의심될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이 위협받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최용문 변호사는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담은 책 ⟪유죄추정의 원칙⟫을 저술했다. 그는 고소인의 진술만으로 유죄판결이 가능한 성범죄 재판이 일종의 '원천봉쇄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18도7709 대법원의 판례를 보면 성범죄 재판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유추할 수 있다.
첫째,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될 것.
둘째,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을 것.
셋째,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하지 않을 것.
저자는 첫째와 둘째 기준은 고소인이 이야기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예방하지 못하므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소설가들이 일관적이고 모순 없는 작품을 써 내려가듯이 고소인이 진술을 지어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사법부는 진술의 비일관성과 모순성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저자는 셋째 기준이 입증 책임을 피고인에게 전가한다는 측면에서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기소자인 검사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공개하지 않기에 피고인이 고소인의 동기나 이유를 증명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최용문 변호사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이러한 경향이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만약 박 시장이 살아서 재판을 받았다면 유죄 판결을 받았을 확률이 99%라고 단언한다.
"왜 원고가 거짓말을 하겠는가? 만약 이 사건이 조작된 것이라면 원고 측 변호사들은 피고인 신 교수를 위해 무료 변론이라도 하겠다."
서울대 성희롱 사건의 피고였던 신 교수의 기록.(⟪비극의 탄생⟫ p. 286에서 재인용.)
서울대 성희롱 사건의 원고 측 변호인이었던 박원순은 "왜 원고가 거짓말을 하겠는가?"라고 말하는 편에 서있었다. 그러나 2020년에 피고 측의 처지에 놓이게 될 뻔한 박원순에게 당시의 변론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을 것이다.
독일의 형법 전문 변호사인 알렉산더 스티븐스는 ⟪증거 없는 재판⟫이라는 책을 통해 '자유심증주의' 자체를 겨냥한다. 성범죄 재판에서 피고인의 진술이 유리하게 받아들여지는 세태에 대한 비판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그는 자유심증주의 아래에서 물증 없이 증언만으로 판결을 내리는 것은 '주사위 던지기'로 유무죄를 가리는 일과 같다고 주장한다.
그는 독일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 한 가지를 소개한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에는 '진술분석 심리학'에서 진실에 가깝다고 여기는 요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진술분석 심리학은 너무 피해자에게 유리하고 깔끔한 진술은 오히려 진실일 확률이 떨어진다고 판단한다. 실제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에는 중첩되는 내용, 내면의 감정상태, 자책감, 심지어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언까지 나타난다고 한다. 그리고 해당 사건의 검사는 피해자의 진술 중 이와 같은 요소들을 꼼꼼히 기록해놓았고, 이를 통해 피해자의 주장이 진실일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반전은 피해자가 무고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다. 피해자는 굉장한 기억력과 함께 거짓말에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피해자는 1년 전 다른 지역에서도 무고죄를 저질렀으며, 이 사실이 피고인의 어머니에 의해 밝혀졌다. 만약 피고인의 어머니가 없었더라면 피고인은 유죄판결을 피해 갈 수 없었을 것이다. 검사나 판사는 피해자의 이름을 검색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증인은 생각할 수 있는 증거방법 중에서 단연코 가장 불안정하고 가장 신뢰할 수 없고 결국에는 가장 불공정한 증거방법이다. 물론 모든 증인들이 의식적으로 거짓 진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쨌든 거짓 진술을 한다! 우리 인간들은 누구나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거짓말을 알아차리지는 못한다. 당신이 제아무리 판사, 진술분석 심리학자 또는 포커게임을 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소용없다. 서로 맞서는 두 개의 진술 중에서 어떤 진술이 '진실'인지 결정하는 것은 주사위를 던지는 것과 다름이 없다.
⟪증거 없는 재판⟫, 알렉산더 스티븐스, 바다출판사, p. 254.
'여성의전화'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박원순 사건을 두고 '이런 사건에는 무고가 없다'는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손병관 기자는 이러한 발언에 대해 전 의원이 "어느 정도 지위에 오른 사람은 반드시 성추행을 범한다"는 '대자연의 법칙'이라도 발견한 것인지 의문을 표한다. 알렉산더 스티븐스가 말했듯이 거짓 진술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무고 가능성이 없는 사건은 이 세상에 없다. 특히 박원순 사건에서도 대부분의 혐의는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하며, 많은 부분이 주변인의 진술과 충돌한다. 이 상황에서 무조건 피해자의 진술에 신뢰성을 더 부여하는 일은 그야말로 '주사위 던지기'와 다름없을 것이다.
'피해자다움'개념은 페미니즘 진영으로부터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다. 성범죄 피해자가 우범 지역을 배회했다는 이유로, 야한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과거에 성경험이 풍부했다는 이유로, 성매매 업소에 종사했다는 이유로, 정신질환 병력이나 전과가 있다는 이유로, 성폭력 당시 음주 상태였다는 이유로 성범죄 피해 사실을 부정당했던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범행 다음날 피의자와 데이트를 즐겼다면 우리는 이 경우에도 피해자의 행동에 어떠한 의문을 제기해서는 안되는가? 분석철학자인 최성호 교수의 ⟪피해자다움이란 무엇인가⟫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최성호 교수는 광의의 피해자다움과 협의의 피해자다움을 구분 짓는다. 광의의 피해자다움은 피해자를 '이상적인 피해자 내러티브'에 부합하지 않으면 피해자의 진술을 쉽게 무시하도록 만든다. 반대로 협의의 피해자다움은 피해자의 호소를 더욱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만드는 유용한 도구다.
협의의 피해자다움은 반드시 범행 시각 이후의 행위를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피해자가 우범 지역에 있었다거나, 야한 옷을 입었다거나 하는 사실은 피해자다움을 판단하는 요소가 될 수 없다. 이해가 쉽도록 상해죄 피해자를 예로 들어보자. 상해죄 피해자가 상해를 당한 뒤 곧바로 병원에 가는 일은 피해자답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상해를 당한 뒤 철인 3종 경기에 참가하는 일은 피해자답지 않은 행위다. 마찬가지로 성범죄 피해자가 피해를 당한 뒤에 경찰서에 가는 일은 피해자다운 행위이며, 피의자와 데이트를 하는 일은 피해자답지 않은 행위다. 최성호 교수는 이를 분석철학적으로 풀어낸다.
V. 시점 t 이후 A의 행위 S는 범죄 C에 대하여 피해자답다 iff [A가 C의 피해자이다]라는 가설 하에서 A의 행위 S는 [A가 C의 피해자가 아니다]라는 가설하에서보다 더 잘 설명되고 이해된다.
⟪피해자다움이란 무엇인가⟫, 최성호, 필로소픽, p. 35.
범행 시점(t) 이후에 피해자의 행위(S)가 피해자다운지(V) 판단하는 조건은 그 행위가 'A가 C범죄의 피해자라는 가설' 하에서, '피해자가 아니라는 가설'보다 더 나은 설명력을 가지는지 비교해보는 것이다.
물론 피해자의 행위가 피해자다운지 판단할 때는 항상 반증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예컨대 성범죄 피해자가 피의자와 다음날 데이트를 했지만 이것이 협박에 의한 것이라면 피해자의 행위는 피해자답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최성호 교수는 피해자다움에 대한 판단은 충분한 정보가 주어진 후에 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과정만 잘 지킨다면 피해자다움은 우리를 '최선의 설명에로의 추론(inference to the best explanation)'으로 이끌 수 있다.
박원순 사건에서도 고소인에 대한 문제제기는 전부 '피해자다움 요구'로 매도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손병관 기자는 "나는 피해자의 전형적인 행동이나 이미지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사람들의 이목을 두려워한 피해자가 마치 피해를 당하지 않은 사람처럼 행동하는 일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진실의 단초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이 같은 세태를 한탄했다.(⟪비극의 탄생⟫, 손병관, 왕의서재, p. 304-305) 따라서 박원순 사건에서도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것이 무조건 부당한 일인지 숙고해보아야 한다.
성폭력 피해를 정당하게 인정받으면서도 엉뚱한 일이 성폭력으로 부풀려지거나 애먼 사람이 누명 쓰는 일도 없으려면,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피해자 중심주의'가 아니어도 여성의 성폭력 피해가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대안이 있다.
⟪성폭력 2차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 논쟁⟫, 최미진, 책갈피, p. 47.
사실 '피해자 중심주의'는 세계적으로 모든 나라의 여성운동에서 쓰이는 개념도 아니거니와, 이 개념을 사용한 미국의 피해자학에서조차 피해호소 여성의 인식과 감정을 중심으로 사건을 진상을 판단하고 해결한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 '피해자 중심주의(victim-centered approach)'는 피해자 치유의 과정에서 피해 여성의 회복을 돕고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따뜻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같은 책, p. 49-50.
성폭력 '2차가해'라는 개념은 단지 앞에서 언급한 실제로 부적절한 행위들만 가리키는 게 아니라, 주로 '피해자 중심주의'를 성역화하기 위한 방호벽으로 사용돼 왔다. 피해호소인의 말은 어디까지나 입증과 판단을 거쳐야 하는 진술임에도, 합리적 의문을 던지며 진상 규명을 하려는 노력도 '2차가해'로 규정되곤 했다. 이처럼 피해호소인의 주장에 무조건 동의하지 않으면 '2차가해' 논리에 따라 '성폭력' 가해자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진상조사를 통해 "1차가해"가 실제로 존재했는지를 규명하고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기도 전에 먼저 '2차가해' 비난을 하는 경우도 흔했다. '피해자 중심주의'에 따르고 성폭력 개념을 무차별적으로 확대하면 피해호소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생겨날 수밖에 없고, 그 가운데는 "성폭력 2차 가해자"도 여럿 생겨나게 된다.
같은 책, p. 55.
'피해자 중심주의'와 '2차 가해'는 페미니즘 진영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이다. 이번 박원순 사건에서도 고소인 측은 진상을 밝히려는 일체의 노력을 '2차 가해'로 치부했으며, 김재련 변호사는 "2차 가해를 하는 사람들에게 침묵하는 것도 2차 가해"라고 말했다.
이렇게 남용되는 개념에 대해서 반성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권김현영, 정희진, 이선미, 최김하나, 엄혜진, 전희경 등. 모두 '피해자 중심주의'와 '2차 가해' 개념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낸 사람들이다. 특히나 노동자 연대의 여성문제 담당 기자인 최미진은 ⟪성폭력 2차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 논쟁⟫을 통해 이러한 개념들 없이도 여성운동을 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박원순 사건을 다루는 데 있어서도 '피해자 중심주의'나 '2차 가해'의 명목으로 진상을 규명하는 일을 막아서는 안된다.
반대로 강간으로 수사를 받거나 기소된 사람은 모욕당해도 된다고 여기는 것도 곤란하다. 체포된 범인이나 용의자를 카메라 앞에 노출시키는 '범죄자 행진(perp walk)'이나 현재 수사 선상에 오른 용의자의 이름을 누설하는 관행이 과연 사법 체계의 정의구현에 긍정적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할 때다.
⟪강간은 강간이다⟫, 조디 래피얼, 글항아리, p. 280.
그러나 강간으로 수사를 받거나 기소당한 사람도 익명으로 처리하는 방법은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강간이란 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기소가 완료될 때까지 쌍방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편이 더 공정하지 않을까? 언론에서 사건을 재판하는 것이 과연 공공의 이익에 어떤 도움이 된단 말인가?
같은 책, p. 290-291.
박원순 사건은 강간 사건이 아니다. 또한 정치인이자 공무원이었던 피고인의 신분상 익명으로 사건이 처리되기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조디 래피얼의 주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손병관 기자는 ⟪비극의 탄생⟫ 중 한 챕터를 할애하여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잘못된 관행을 꼬집는다. 예컨대 '4월 사건' 담당 재판부의 판단에는 "피해자가 2019년 1월경 다른 부서로 이동했는데도 다음 달인 2월에 박 시장이 성관계 얘기를 했다"는 대목이 있다. 그러나 사건을 취재 중이던 손 기자는 피해자가 시장실을 떠난 것이 2019년 1월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법원은 뒤늦게 날짜를 '2020년 1월'로 수정했지만, 언론사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이미 '2019년'으로 기사를 내보낸 뒤였다. 속보 경쟁을 하느라 정확한 사실은 뒷전이었던 셈이다.
언론의 실책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2020년 7월 9일 박원순의 성추행 피소 사실이 MBC와 SBS 뉴스를 통해 알려졌는데, SBS 보도에는 MBC에 없는 내용이 있었다.
"(피해자는) 또, 본인 외에 더 많은 피해자가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박 시장이 두려워 아무도 신고하지 못한 가운데 본인이 용기를 냈다는 겁니다."
⟪비극의 탄생⟫ p. 228에서 재인용.
하지만 이후의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변호사는 고소인과 본인 모두 다른 피해자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SBS는 명백한 오보를 저질렀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방심위가 개입하고 나서야 실수를 인정한다. 결국 SBS는 방심위의 '주의'를 받았지만 추가적인 해명이나 후속 보도는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공직자에게 혐의가 제기되었을 때 수사나 재판을 익명으로 처리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언론은 자극적인 속보 경쟁보단 정확한 정보를 보도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래피얼이 말했듯이 언론을 통해 여론 재판이 이루어지는 행태는 사법 체계의 정의 구현과 공공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박원순이 살아서 재판을 받았다면 그는 어떤 판결을 받았을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 혹은 본인이 변호를 맡은 서울대 성희롱 사건처럼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법관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은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세간의 비난과 다르게 손병관 기자도 박원순의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는다. 그는 페이스북에 "나는 박원순의 성추행을 부정하지 않았다. 정확한 입장은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신만이 안다’이다. 그래서 책 부제에도 ‘진실’이라는 관용어가 아닌 ‘진상’을 썼다."라고 밝혔다.
박원순에게 허물이 있었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설령 그가 무고하다 하더라도 그는 생전에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페미니즘에 스스로 걸려 넘어진 실책이 있고, 서울시장이란 중직에 있으면서 죽음으로 도피하며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 혹은 '비례의 원칙'이다.
사람은 누구나 죄를 저지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죄에 합당한 벌을 받는 것이다. 초연결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는 누군가의 폭로에 쉽게 흥분하고 분노한다. 이러한 정념은 피의자의 인생에 대한 완전한 부정과 엄벌주의를 향해 손쉽게 나아간다. 손병관의 책 ⟪비극의 탄생⟫은 박원순이 결백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현재 그에 대해 쏟아지는 언론과 정치권의 비난의 정도가 적절한 것인지는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