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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보너머 May 26. 2021

페미니즘 옹호하는 민주진영의 기득권 기성세대 남성들께

딱한 '스윗가이'들의 중년을 위로하며

※  겁에 질린 그들을 위로하며 한 진보너머 운영위원의 글을 소개합니다.


  혹시 이런 말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남페미는 사이언스', '스윗가이'. 바로 당신들을 지칭하는 말들입니다. 페미니즘의 분열적이고 폭력적인 행태에 적절한 제동을 가하기는커녕, 대개의 경우 침묵하고 회피하며, 갖고 있는 제도적, 문화적 권력을 저 불공정한 주장에 영합하는데 이용하는 당신들을 조롱하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당신들은 조롱받고 있습니다. 나아가 좀 더 매정하게 말하면 세월은 청년의 편이고, '성평등'이라는 가치와 달리 지금과 같은 방식의 페미니즘은 곧 시대정신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것입니다. 공정을 열망하는 우리 사회 대중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당신들의 세계는 곧 끝날 것입니다. 여러분의 지금 한마디 한마디는 흑역사로 박제되어 오래도록 조롱당할 것입니다.


  최근 온라인 상 청년세대에게 가장 뜨거운 화제인 '머니게임'같은 방송 본 적 없으시겠죠. 그 끝없는 진흙탕 공방이 지켜보는 이를 진절머리 나게 하지만 모든 문화콘텐츠가 그러하듯 우리 사회 현주소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거기서도 여러분 같은 분이 등장합니다. 성별로 나뉘어 소모적인 경쟁을 하던 와중에 여성에게 투항해 남성들 몰아내기에 앞장선 참가자입니다. 그 참가자의 결말? 바로 다음 화에서 여성들의 투표로 탈락했습니다. 곧 있을 여러분들의 미래입니다.


출처: 진용진 유튜브


  비난과 악담만 하고자 글을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쉽지 않지만 좀 더 선의로 해석해보겠습니다. 당신들이 좋아하는 '내재적 접근'을 해드리겠습니다. 겉으로는 '청년남성의 미개함'을 참담한 언어로 모욕하고 있는 여러분이지만, '너도 옳고 너도 옳구나' 좋은 사람 행세하는 여러분이지만, 겁에 질린 짐승마냥 벌벌 떨고 있는 그 내면을 모르지 않습니다.


  청년들은 의아해하며 이런 '오해'까지 하게 됩니다. 살아오면서 얼마나 성차별이란 성차별은 다해왔으면 저럴까, '남페미 진입은 룸살롱 좋아하는 순' 아닐까, '나는 살려줘, 나는 갱생했어, 나는 너네 편들고 있잖아' 절박하게 손 내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쯤에서는 진정성을 듬뿍 담아 안타까움마저 느끼게 됩니다.


  과거의 일들로 당신들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 없습니다. 긍정할 순 없지만, 누구나 그 시대의 주류적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이해합니다. 우리가 세종대왕이나 퇴계 이황 선생에게 성차별주의자라고 쏘아붙이고 격하하지 않듯 말입니다.


  지금 청년의 대다수는 룸살롱  돈도 없고 호스트바  돈도 없고 이성에게 함부로 하도록 배운 적도 없습니다. 그런 부적절한 행위가 아예 없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청년 세대  다수의 경험과 사고방식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그런 부정적인 인식과 행태를 해소하기 위해 함께 싸울 생각도 많습니다.) '여자라서' 어떻다는 낙인찍기에 무척 부정적이고 그만큼 '남성이기 때문에' 가해지는 가부장적 책임에도 질색합니다. 그런 청년들에게 당신들이  일은 자격도 없는 주제에 계몽하려 훈계한 일뿐입니다.


  두 가지 주문드립니다. 당신들의 성차별 '전과', 당신들이 동세대 여성에게 느끼는, 누나·누이에게 느끼는 부채감, 각자가 성심성의껏 해결하십시오. 당신들 대학 보내느라 사랑하는 누나·누이가 대학에 못 가고 공장에 취직했다면 금전으로든 따뜻한 말 한마디로든 지금 바로 행동에 옮기세요. 전혀 동의하지 않는 방식이지만, 국회의원이시라면 당신의 지역구를 동년배 여성에게 넘겨주시고, 대학교수 시라면 "구조적인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 시간강사에게 당신의 정교수 자리를 내어주면 됩니다.


  자신의 기득권은 조금도 잃을 생각 없으면서 오히려 그를 회피하기 위해 책임을 청년에게 떠넘기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달라진 세상에서 다짜고짜 할당제 운운하며 초경쟁 사회의 청년들 분노하게 하지 마시고, 각종 '스윗가이' 발언으로 스스로의 죄의식을 떠넘기지 마시고. 서두에 언급한 '머니게임'의 그 남성 참가자? 방송 후 후회하며 대중과 소통하고 지금 명랑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진보 엘리트의 오만을 뼈아프게 성찰하시기 바랍니다. 어디 세미나에서 주워들은 페미니즘을 몇 초 일찍 접했다는 이유로 일반 대중을 훈계하려 하는 당신들이, 전근대적 성차별적 사고를 갖고 있지만 시장에서 수십 년간 장사한 소상공인보다 지혜롭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고매한 세미나 몇 번 했다는 이유로,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든 출판시장에서 요즘 페미니즘이 화제라며 책 한 권 집어 들었다는 이유로, 매일 새벽 장사를 준비하며 삶의 고단함과 성실함의 미덕을 몸으로 체득한 그분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아니라면 계몽하고픈 그 오만한 욕망과 하루빨리 단절하시기 바랍니다. 주권자가 절박하게 열망하는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하시기 바랍니다. 정리해서 두 번째 주문을 덧붙입니다. 부디 닥치세요. 성별갈등의 해소를 요구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인정하세요.


  결국 이 혼탁한 성별갈등의 핵심에는 엘리트와 일반대중의 갈등이 있습니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기득권 정치권이 분열적 페미니즘에 투항했던 것은 다르지 않습니다. 범진보진영이 그에 조금 더 앞장섰을 뿐입니다. 그래서 사실 진짜 전선은 우리 사회 기득권과 비기득권을 가르는 곳에 있습니다. 곧 이 전선을 흐릿하게 하는, '더 많은 공정한 경쟁'으로 이끌어가려는 '우파 포퓰리즘'의 거센 파도가 몰아칠 것입니다. 최근 이준석 후보의 돌풍이 그 단초입니다. 공정이라는 이름의 '만만투'(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가 펼쳐지는 것이죠. 그런 세상이 아름다울 거라 생각하시지는 않을 거라 믿습니다. 청년들도 그런 세상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미 같은 반 친구와 피 튀기게 경쟁하며 그 초경쟁의 고단함을 몸으로 체득한 이들입니다. 단지 이준석 후보만큼 자신들의 문제의식을 정치권에서 유려하게 대변한 이가 없었기 때문에 열광할 뿐입니다.



  아재님들, 시간이 없습니다. 청년들은 가차 없이 손절합니다. 강제은퇴 당하기 싫으면 빨리 이성의 품으로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이 와중에도 저 독재와 부패에서 자유롭지 않은 이들을 긍정하지는 못하겠어서, 극혐 하는 당신들의 갱생을 바라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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