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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보너머 Jul 19. 2023

반미에 눈멀어 전근대적 권위주의를 숭배하는 유사 진보

<맹목적 반미(反美)에 눈멀어 전근대적 권위주의를 숭배하는 ‘유사-진보’에 대해>


민주화 이전 한국의 군사독재 정권을 그리워하는 보수파들이 전가의 보도로 ‘자유민주주의’를 들먹이곤 한다. 하지만 정작 당시의 군사독재 정권은 서구식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지금의 중국, 이란, 북한, 러시아의) 권위주의 체제에 더 근접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정작 한국의 ‘민주화’를 지향한 진보세력은 바로 그러한 권위주의 질서에 대항하며 진정한 의미에서의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한국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서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하려 했던 진보세력 내에서도 균열이 나타났다. 반미 이데올로기에 빠진 채 북한과 같은 권위주의 체제에 동정적인 사람들(ex. NL)이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는 나름대로 이해할만한 역사적 사정이 있다. 과거 냉전 시절 미국이 광주 시민을 학살한 군사독재 정권을 승인했기 때문에 여기에 배신감을 느낀 일부 진보인사들은 반미성향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시대적 변화를 읽지 못한 맹목적 반미주의는 진보가 그동안 금과옥조로 여긴 ‘민주화’, ‘시민적 자유’, ‘국민주권’이라는 본질적 가치마저 배반하는 이율배반으로 치달았다. 


중국, 이란, 북한, 러시아와 같은 권위주의 체제에 동정적인 유사-진보주의자들의 분열적 행태는 작금의 러시아 침략전쟁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스스로 진보라고 자칭하는 일부 인사들은 명백히 반민주주의 체제이며(ex 투표조작), 시민적 권리에 대한 반인권적 탄압을 불사하고(ex 야당 인사에 대한 공공연한 암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약소국의 주권을 짓밟는(ex 국제법을 무시한 침략전쟁) 데 거리낌 없는 푸틴-차르 체제의 러시아를 옹호하며, 정작 우크라이나 시민들에 대해서는 ‘자업자득론’을 설파하곤 한다. 저들의 궤변은 국권을 침탈당한 우리 국민에 대해서 ‘자업자득론’을 들먹이는 극우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의 지론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 유사-진보주의자들의 분열적인 행태는 중국이 자행한 소수민족 저항운동과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한 탄압 국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인권’, ‘민주화’, ‘주권’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에 대해서 ‘서구 제국주의 침략자본’의 사주를 받았다는 식으로 폄하하는 태도는 한국의 민주화 세력을 향해 "북한의 사주를 받았다!"라며 비난했던 지만원의 음모론적 인식과 다를 바 없다. 지만원이 518 민주화 운동을 북한의 사주를 받은 폭동으로 폄하하는 것과 정확히 동일한 방식으로, 한국의 유사-진보주의자들은 우크라이나의 유로마이단 혁명과 홍콩 민주화 시위를 미 제국주의 CIA 하수인들이 일으킨 폭동으로 규정하곤 한다.



국제관계에서 정의는 없으며 그저 힘의 논리를 따라갈 뿐이라는 작금의 푸틴 옹호론자들의 논리도 궁색하기 마찬가지이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일으킨 남미에서의 ‘더러운 전쟁’은 물론 국제법을 위반한 이라크 침략전쟁도 비판할 수 없다. 심지어 518에 대한 무력진압과 같은 한국 권위주의 정권의 폭주를 묵인해 온 미국의 태도 역시 문제 삼을 수 없으며, 국권을 침탈한 일제마저 비판할 수 없게 된다.


반서방, 반미라는 기치 아래 권위주의 정권의 폭주를 옹호하거나 이들의 잘못을 교묘하게 물타기 하는 유사-진보파들은 한국의 민주화 운동의 성과를 부정하는 극우파와 같은 논리를 공유한다. 푸틴 추종자들과 시진핑을 결사옹위하는 소본홍(小粉紅)들은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소극적 저항마저 서방세계의 조종의 결과물로 음모론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한국의 민주화 운동 역시 외부세력의 손아귀에서 놀아난 불행한 역사였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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