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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Jun 20. 2021

마켓 5.0에 관한 단상

마케팅 구루 필립 코틀러의 신작, 『마켓 5.0』리뷰

1. 마케팅의 미래는 무엇일까? 광고회사 주니어 시절, 애드테크의 발전으로 수집 가능한 소비자의 데이터가 풍부해지고, 수집한 데이터의 분석이 빠르고, 정교해져서 원하는 타깃 소비자에게 원하는 시점에 의도한 메시지를 정확한 매체로 전달해줄 수 있게 된다면, 마케팅은 크게 1:1 마케팅 혹은 브랜드 마케팅, 두 가지로 나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자는 개인 맞춤형 광고를 전달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성과를 즉각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직접적인 매출 증대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다이렉트 마케팅에 가깝다. 후자는 다수의 인지도 상승을 목표로 하는 마케팅으로 TV나 옥외 매체 같은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채널에 단순 노출 효과를 기대하는 브랜드 캠페인, 매스 마케팅에 가깝다. 6년이 흐른 지금, 나의 예측은 얼마나 맞았을까?



2. 마케팅 구루, 필립 코틀러가 새로운 저서 『마켓 5.0』으로 돌아왔다. 본 책은 머신 러닝과 멀티버스를 필두로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이 마케터의 일과 마케팅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MZ세대의 등장과 디지털 격차, 부의 양극화가 마케팅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되는 현상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기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어떤 마케팅 전술을 펼쳐야 하는지 등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다루고 있다. 

마켓 5.0은 '고객 여정 내내 가치를 창출, 전달, 제공, 강화하기 위해 인간을 모방한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마켓 5.0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인간 마케터의 능력을 모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AI, NLP, 센서, 로봇공학, 증강현실, 가상현실, IoT, 블록체인 등이 모두 차세대 기술에 해당한다. 이런 기술의 조합이 마켓 5.0을 가능하게 해 준다. p28



3. 『마켓 5.0』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그 어느 때보다 각 분야 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대학교 때 필립 코틀러의 『마켓 3.0』을 읽을 때만 해도, 마케팅은 마케터만의 고유한 영역이었다. 마케팅이 기업 매출에 왜 중요한지,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왜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했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중국과 미국에서의 마케팅 성공으로 역대급 매출을 찍었고, 신발 하나를 사면 하나를 기부한다는 전혀 새로운 콘셉트의 탐스는 CSV의 대표 사례가 되어 모든 수업에서 다뤄졌다. 


광고 회사에 다니던 시기에는 디지털 기술과 디지털 광고가 시장을 뒤집어엎고 있었다. 당장 내가 속해있던 팀만 해도 AR, VR과 같은 최신 디지털 기술을 캠페인을 만들었고, 기존 광고, 마케팅의 효율에 대해 의문을 품으면서 정교한 소비자 타기팅이 가능한 애드테크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 논했다. 디지털 기술의 점점 더 중요해졌고, 그로스 해킹과 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한 이해는 어느새 필수가 되었다. (이 내용은 『마켓 4.0』에서 다뤘다고 한다)


미래스러워서 가져온 제네바 모터쇼 사진 


지금은 B2B SaaS 프로덕트 flex을 만드는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기본 소양은 프로덕트의 성공, 매출 증대, 고객의 성공을 위해 프로덕트 설계는 물론 앞단의 전략, 고객 경험, 업데이트까지 360도로 고민하는 것이다. 디자이너라고 디자인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기술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데이터, 비즈니스, 마케팅에 대한 이해도 높아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결국 마케터든, 광고인이든, 디자이너든 필립 코틀러가 『마켓 5.0』에서 다룬 내용을 알아야만 하는 시대에 온 것이다. 

제품이 범용화 되면서 기업은 제품을 둘러싼 모든 접점을 혁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제 기업은 제품 자체보다 제품과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방식에 더 주목할 수밖에 없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열쇠가 제품이 아니라 고객이 제품을 어떻게 평가하고, 구매하고, 사용하고, 추천하느냐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고객 경험은 기업이 본질적으로 더 많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제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됐다. p204

* HR Platform flex는 조직 내 사람과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과 회사의 성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여기를 방문해주세요.



4. 나의 예측은 얼마나 정확했을까? 1:1로 개인화된 맞춤형 마케팅 혹은 대규모 마케팅을 할 것이라는 큰 방향성은 어느 정도 맞은 것 같다. 다만, 코로나19가 디지털 환경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MZ세대라는, 이전과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세대의 등장으로 구체적인 마케팅 전략과 전술은 나의 예상을 훌쩍 넘어서 더 다채롭고 풍부해졌다. 그리고 이런 전략의 핵심에 총체적인 고객 경험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또한 여전히 기술 위에 마케터 혹은 인간의 공감력, 크리에이티브, 직관, 진정성이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5. 마켓 5.0은 이전 시리즈에 비해 전문 지식을 많이 요구하지 않고, 추상적인 개념보다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있어서 난이도가 높지 않은 데다가, 번역도 매끄럽게 잘 되어 있어서 일반 사람들에게 접근성이 높다. 여기에 요즘 비즈니스의 거시적인 트렌드도 잘 정리되어 있고, 매출을 이끌어낼 수 있는 최신 마케팅 전략을 제시하고 있어서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개인적으로 마케팅을 공부하는 대학생이라면 학교에서 배우는 마케팅에 더해 마케팅 업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확인하고, 마케팅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볼 수 있는 근거와 신호를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 본 리뷰는 매주 새로운 책을 소개하는 북스레터 에그브렉의 리뷰 이벤트를 통해 받은 도서로 진행했습니다. 책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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