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디자인 스쿨 하이퍼 아일랜드 유학 이야기 #11
8개월 동안 브런치와 디자인 매거진 CA에 하이퍼 아일랜드 글을 연재하면서 학교에 관한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궁금은 한데 인터넷에 정보는 부족하고, 한국인 졸업생도 없다 보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저도 똑같이 고민했기 때문에 그 마음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동안 받은 질문과 그 답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간단한 질문부터 어려운 질문까지 정말 다양한 질문을 받았고, 나름 최선을 다해 답했는데,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개인적인 질문은 제외했고, 혹시 틀린 정보가 있을까 봐 학교 담당자와 한 번 더 확인했습니다. 읽다가 다른 궁금증이 생기시면 아래 댓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어디서든 편하게 물어보세요. 물론 담당자에게 직접 물어보시는 게 더 정확합니다. 여기를 누르시면 학교 지원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A. 앞으로 살면서 무엇을 무기로 삼을지 직접 해보면서 본인에게 잘 맞는 옷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막연하게 디자이너가 하고 싶다 정도의 생각을 갖고 왔는데, 정작 해보니 그래픽 디자인은 죽어도 안 맞더라고요. 그런데 마침 제가 디자인도 조금, 기획도 조금, 코딩도 조금 한 데다가 대학교 때 심리학 공부한 게 있어서 그게 인터랙션 디자인 분야로 연결이 되었고, 하면서도 제 스스로 너무 재밌어해서 앞으로 한 5년은 이 쪽으로 파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A. 일단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제가 해외에서 통하는지 확인해보고 싶었거든요. 해보니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두 번째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보다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있다 보면 주변 사람 신경 쓰느라 제 기준이 아니라 다른 사람 기준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되는데, 여기에서는 내가 재밌어하는 게 뭔지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마지막은 하이퍼 아일랜드 네트워크죠. 전 세계에 강력한 네트워크가 생기다 보니 어느 나라를 가도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A. 충분히 성장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이 성장하기 더 좋은 조건 같아요. 디자이너 친구들이 전략이다, 서비스 기획이다 헤매는 동안 하드 스킬만 제대로 연습하고, 모르는 건 그 친구들 붙잡고 물어보면 그 누구보다 잘 가르쳐주거든요. 수업도 평가도 없지만, 이게 학교가 아니라 사회라고 생각해보면, 성장은 자기가 얼마나 자기 스스로에게 기대하고, 그 기대치를 얼마나 만족시키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성장이라는 단어를 별로 안 좋아하지만, 제가 뭘 원하고, 어디까지 왔고,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A. 각 모듈은 인더스트리 리더가 전체적인 뼈대를 구성합니다. 인더스트리 리더는 주로 업계 시니어 디자이너입니다. 브랜딩 모듈의 경우 서비스 디자이너 출신, UX 모듈은 스포티파이, 페이스북에서 일하다 온 프로덕트 디자이너, 익스피리언스 디자인 모듈은 인터랙션 디자이너가 맡았었습니다. 각 모듈마다 팀에 멘토가 배정됩니다. 학교가 스톡홀름에 있다 보니 주로 스웨덴 디자인 에이전시에 다니는 디자이너입니다.
A. 제가 지금 듣고 있는 인터랙티브 아트 디렉터 프로그램은 크게 브랜딩-UX-익스피리언스 디자인-비즈니스-인턴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과정은 6주 동안 팀마다 실제 클라이언트에게 브리프를 받아서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그 사이사이에 다양한 강의와 워크숍이 진행됩니다. 스포티파이, H&M, Doberman, Work&Co, 유명 회사나 디자인 에이전시의 실무자가 스피커로 옵니다.
A. 커리큘럼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이 과정에서 개인이 얼마나 챙겨가는지에 달려있습니다. 저는 학교 다닐 때부터 선생님 혹은 교수님 말 안 듣고, 수업 안 가고, 제가 하고 싶은 공부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하이퍼 아일랜드가 잘 맞았습니다.
A. 대학원이 학문 연구 위주라면, 하이퍼 아일랜드는 철저히 실무 위주입니다. 논문이나 페이퍼 쓰고, 연구하는 일보다 실제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배우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학위가 필요하다면 맨체스터에 있는 석사 과정을 들으시면 됩니다. 이 과정은 보통 대학원처럼 논문 씁니다.
A. 패스트 캠퍼스는 하드 스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포토샵, 코딩, 등 툴을 주로 배웁니다. 하이퍼 아일랜드는 소프트 스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피드백, 팀워크, 프레젠테이션, 퍼실리테이션, 워크숍, 프로세스 등을 배웁니다. 브랜딩, UX 리서치, 인터랙션 디자인, 프로토타이핑, UX 디자인, 피지컬 컴퓨팅, 비즈니스 등 하드 스킬도 물론 배웁니다만 공부할지 말지는 개인 선택입니다. 한 번 시도해보고, 잘 맞으면 계속 공부하면 됩니다.
A. 20대 초반도 있고, 40대도 있지만 대부분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입니다. 국제 학생은 나이가 조금 더 있습니다.
A. 매년 한 명에서 두 명 정도 있었고, 저희 반에는 저 말고도 한 명 더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조금 늘어나지 않을까요?
A. 정말 다양한 일을 합니다. 과거에는 디지털 광고 학교로 알려져 있었지만, 지금은 서비스 디자인, 경험 디자인, 프로덕트 디자인, 모션 그래픽 쪽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스포티파이, 볼보, 이케아, H&M, 허스크바나 등 스웨덴 회사로 가는 사람도 있고, 페이스북, 구글 등 글로벌 회사로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Doberman, frog, IDEO, Designit, Above 같은 디자인 에이전시나 R/GA, AKQA, ustwo, Mediamonks, Instrument 같은 광고 에이전시로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창업하는 사람도 물론 있죠. The Pop up agency, Your Majesty, SeriousBusiness, Methodkit 등이 대표적입니다.
A. 먼저, 하이퍼 아일랜드 Job Board라는 게 있습니다. 하이퍼 아일랜드 학생에게 관심 있는 기업이 채용 정보를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여기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하이퍼 아일랜드 교육 과정에서 업계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이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이퍼 아일랜드는 강력한 네트워크로 유명합니다. 재학생과 졸업생을 위한 비공개 페이스북 그룹과 메일 계정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정보 공유, 질문, 멘토링, 채용 등 활발한 교류가 일어납니다. 이렇게 다양한 기회들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개인이 선택하기 나름입니다. 저는 브랜딩 모듈의 인더스트리 리더 회사에 찾아가서 같이 커피 마시다가 인턴을 구했습니다.
A. 이미 경력이 있으신 경우 디지털 미디어 크리에이티브(DMC)는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너무 길어요. 대신 디지털 데이터 스트래티지스트(DDS)나 디자인 리드(DL) 프로그램 추천합니다. 모션 그래픽에 관심 있으시다면 모션 크리에이티브(MC) 프로그램도 좋습니다. 디자인 리드는 제가 듣고 있는 프로그램인데, 모두 디자이너가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교육 과정도 짧아서 금전 부담도 적습니다. 대부분은 디자이너 혹은 아트 디렉터 경력자고요, 카피라이터나 마케터도 종종 있습니다. 다른 과정보다 인원도 많고 국적도 다양해서 국제 학생이 적응하기 좋습니다.
A. 첫 달 파운데이션 기간은 다른 과정 학생들과 같이 진행합니다. 그 외에 중간중간 크로스 프로그램 브리프라는 걸 진행합니다. 여기서는 다른 과정 학생들과 팀을 만들어서 1주일 동안 클라이언트 브리프에 대한 솔루션을 만듭니다. 아래 영상은 그 사례입니다.
A. 프로그램마다 조금씩 다른데, 크리스마스 기간과 퍼스널 프로젝트 기간이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학교 안 가고 쉬거나 자기가 집중하고 싶은 분야 프로젝트하면 됩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휴가 때 한국 다녀왔고, 이번 주가 퍼스널 프로젝트 기간이라 리옹에 디자인 콘퍼런스 들으러 갔었습니다.
A. 2017년 인터랙티브 아트 디렉터 프로그램 기준 1700만 원 들었습니다. 지금은 조금 올라서 1900만 원 정도 됩니다. 크리스마스 전에 지원하면 할인 혜택이 있고, 학비를 한 번에 납부하면 5% 할인해줍니다. 학교에서는 Adobe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계정, 구글 드라이브 계정, InVision 1년 이용권, Lynda.com 계정을 제공합니다. 학교에는 간단한 다과, 점심, 저렴한 가격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있습니다.
A.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스톡홀름에 있는 하이퍼 아일랜드는 대학원이 아니라 직업학교입니다. 디자인 스쿨이지만, 디자이너 경력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닙니다. 1년 이상 경력을 요구하는데, 한 곳에서 쭉 일할 필요는 없습니다. 학생 대부분은 디자이너나 아트 디렉터 출신이지만, 카피라이터, 마케터도 있고, 대학교 갓 졸업하고 온 친구도 있습니다. 본인이 능력 있고, 준비되어 있다는 걸 증명하면 됩니다.
A. 북유럽 학생의 경우 학비가 무료입니다. 그러다 보니 경쟁이 치열합니다. 국제 학생의 경우 상당한 학비라는 관문이 있다 보니 지원자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또한 지원하는 순서대로 면접을 보기 때문에 빨리 지원하시는 게 유리합니다. 담당자와 확인해보니, 자리로 경쟁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이 하이퍼 아일랜드에서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A. 하이퍼 아일랜드는 디자인 스쿨입니다. 영어 실력으로 학생을 뽑지 않습니다. 영어를 잘하면 물론 좋습니다만 상대와 대화하고 자기 생각을 영어로 전달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스웨덴은 영국 영어를 사용하고 있고, 영어권 국가보다 이해하기 쉬운 영어를 구사합니다. 영어 성적은 따로 요구하지 않습니다만, 인터뷰에서 확인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인지는 학교 담당자와 화상 통화 한 번 해보시면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준비하는 방법은 수준에 따라 다릅니다. 저는 업무에서 종종 영어를 사용하다 보니 기본적인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업무 외에는 전화 영어, 1:1 영어 회화, 그룹 스터디, 영어 예능을 보면서 스피킹 위주로 준비하고 5분 이내의 짧은 프레젠테이션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A. 하이퍼 아일랜드에 제출하는 포트폴리오는 내가 이런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데 사용됩니다. 학교 담당자와 대화를 시작하게 만드는 역할이죠. 학교 담당자가 보고 부족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직접 물어볼 겁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리고 완벽하게 만드는데 시간 투자할 필요 없습니다. 보여주고 싶고,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충분히 들어갔다 싶으면 마무리하세요. 그다음 학교 입학 담당자에게 이 정도면 충분한지 직접 물어보거나, 학교 웹사이트에 바로 제출하세요. 포트폴리오는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A. 스웨덴은 비영어권 국가 중 영어 구사 능력이 가장 높은 국가입니다. 스웨덴어를 배우지 않아도 일이나 생활에 문제가 없습니다.
A. 마음가짐에 따라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이퍼 아일랜드는 선생님이 학생에게 지식을 주입하는 전통적인 교육 기관이 아닙니다. 학생 스스로 나서서 무엇을 배울지 찾고, 직접 해보면서 배우는 곳입니다. 결과물에 초점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과정을 배우는 곳입니다. 위계도 없고, 진행 속도도 말도 안 되게 느립니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답답합니다. 저걸 뭐 저렇게 하고 있어, 누가 총대 매고 그냥 좀 하면 안 되나 싶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할 거라면 굳이 이 먼 스웨덴까지 와야 했을까라고 반문하며 참아내야 합니다. 기존에 했던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서 여기에 온 거니까요. 생각해보면 이 속도가 정상 아닐까요?
추가로 스웨덴은 많이 심심합니다. 겨울에는 해가 2시 반이면 지고, 10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춥습니다. 사람들도 쌩하니 지나가고, 서로 관심도 없어 보입니다. 흥과 정이 넘치는 한국사람에게는 조금 힘든 환경입니다. 그러나 적응하면 여기도 사람 사는 곳입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처음만 어렵지 친해지고 나면 그 누구보다 정이 넘치는 사람들입니다. 노는 문화도 한국과 달라서 그렇지 하나씩 관심 갖다 보면 그 나름의 이유와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이 아주 아름다워요.
A. 비용은 개인차가 있습니다. 생활비는 월세가 보통 60 ~ 100만 원 사이, 식비, 교통비, 통신비 포함 70 ~ 80만 원 정도 듭니다. 학생 할인 혜택이 많아서 잘 이용하면 저렴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Blocket.se에서 중고 상품을 구매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 하이퍼 아일랜드 지원하기 : http://bit.ly/2oCIgh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