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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Aug 21. 2018

디자인 비전공자도
UX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

Practical Studies UX 디자인 코스 참가 후기

나는 디자인 비전공자로서 디자인 기초 지식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뭐가 맞는지 판단이 안서다 보니 겁이 났었다. 게다가 여름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디자이너로 일해야 하는데,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산더미였다. 그러던 중 디자인 스펙트럼의 김지홍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디자이너들을 위한 교육 코스 Practical Studies 모집 글을 읽었다. 일정도 휴가 기간과 정확히 들어맞았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한국에서 보낸 6주 동안 원티드의 교육 프로젝트 Practical Studies에 참여했다.


코스는 UI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웹 코딩, UX 디자인이 있었다. 나는 Duoton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다영 님이 진행한 General UX Design 코스에 참여했다. 수업은 제품 및 시장 리서치, 문제 정의, 컨셉 도출 등의 UX 디자인 프로세스 실습부터, 컬러, 레이아웃, 타이포그래피 등 기초 시각 디자인 이론, 구글 머티리얼 디자인 가이드라인 리뷰, UI 라이브러리 제작, 프로토타이핑 실습까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3시간씩 진행되었으며,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개인 및 팀 프로젝트 발표 및 피드백이 진행되었다.



막연한 무언가에서

손에 잡히는 UX 디자인으로.


휴가 기간 내내 들은 이 수업 덕분에 아주 부지런하고 비싼 사람이 되었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었다. 일단 수업을 진행한 다영 님의 차분한 꼼꼼한 강의 덕분에 머리 속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디자인 지식이 차곡차곡 제 자리를 찾게 되었다. 또 무엇이 부족한지 알게 되었으며, 디자인 비전공자셨던 다영 님의 경험담에서 그러한 부족함을 채우는 법을 알 수 있었다. 디자인은 막연한 무언가도 아니고, 감으로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른 학문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것이었다.


우리 팀은 사진에서 맨 구석


프로젝트는 실제 마이뮤직테이스트, 카카오 모빌리티, 네이버 '한글한글 아름답게', 매트릭킹, 현대카드 라이브러리에서 과거 진행한 UX 케이스 중 개인이 희망하는 과제를 하나 골라서 개인 혹은 팀으로 진행했다. 나는 타국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보니 어떻게 디자인해야 외국인이 한글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지 관심이 생겼고, 포트폴리오로 남기기 수월할 것 같아서 네이버 '한글한글 아름답게'를 과제로 정했다. 나 외에도 4명이 이 과제를 선택해서 5명과 한 팀이 되었다.


우리는 외국인에게 한글의 아름다움을 직관적이고 즐겁게 알리는 모바일 캠페인을 만들었다. 외국인 사용자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한글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쉽고, 가지고 놀 수 있고, 공유하고 싶은 인터랙션을 더했다. 같은 팀 디자이너들과 호흡이 잘 맞아서 수업 시간 전에는 물론 끝나고도 만나고, 가끔은 새벽까지 일하면서 즐겁게 작업했다.


수업 중에 두 번 정도 실무에서 그 케이스를 진행한 디자이너 분께 멘토링을 받는 시간이 있었다. 실제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떤 고민이 있었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공유하고, 각 팀 혹은 학생마다 진행하는 방향이 어떤지에 대한 솔직하고 정성스러운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 팀은 실제 네이버에서 한글한글 아름답게 캠페인을 진행한 송병용 디자이너님을 만나 프로젝트 이야기도 듣고, 우리 디자인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도 받을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마지막으로 이 코스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지홍 님. 너무도 무더웠던 6주 동안 내내 일찍 와서 준비하고, 수업 중간중간 수강생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현장에서 체크하고, 스케치 뉴비를 위해 특강도 진행했는데, 수업이 우리 말고도 두 개가 더 있었으니 얼마나 바쁘고 정신없었을지. UDIS라고 하는 UX 디자인 스터디 운영진으로 일했던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대, 지홍 님의 밀착 관리가 없었다면 이렇게 매끄럽게 진행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Practical Studies 2기,

이렇게 진행하면 어떨까.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일단 월요일과 금요일 저녁 7시 반부터 10시 반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되는 수업은 직장인에게는 조금 힘들지 않았나 싶다.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또 3시간을 달린다는 게 말이 쉽지, 실제로는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나야 물론 반백수 상태라서 충분히 쉬다가 오는 거라 나쁘지는 않았다만, 직장인이었다면 꽤나 고생했을 것 같다.


그다음으로 프로젝트 진행하면서는 문제 정의, 컨셉 도출, 아이데이션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물론 짧은 시간 동안 UX 디자인 프로세스 전체를 다루면서 강의는 물론 워크샵과 프로젝트까지 진행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고, 초반에 시간을 더 투자하지 않은 내 잘못도 있다. 다만, 마지막 발표 준비 때 문제 정의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한참 방황하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생겼고, 그 덕분에 시간이 더 들어간 걸 생각해보면 앞단을 탄탄하게 다지는데 시간을 조금 더 투자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어서, 이미 해결된 케이스가 아니라 해결하는 중인 케이스를 프로젝트로 진행하면 어땠을까. 하이퍼 아일랜드 교육의 장점은 실제 기업과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렇게 진행한 프로젝트가 단순히 학생 과제가 아니라 실제 업무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실전에서 경험하면서 배우는 셈이다. 물론 Practical Studies는 하이퍼 아일랜드와 교육 기간도 다르고, 교육 방식도 다르며, 교육 목표도 달라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배울 점은 분명히 있다.


마지막으로 이 코스가 원티드와 어떤 관련이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머리 속에 디자인 스펙트럼과 다영 님은 남았는데 원티드는 없다. 첫날 원티드 담당자님 자기소개와 마지막 날 원티드 스티커(참고로 아주 예쁘다)를 받은 게 전부였다. 물론 교육과 채용은 조금 거리가 있지만, 원티드 이름이 걸고 하는만큼 원티드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면 어땠을까. 다른 브랜드처럼 원티드가 해결한 과제를 제공해서 수업에 참여한다거나, 혹은 다른 수업 수강생은 물론 채용하고 있는 회사들과 서로 네트워킹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거나.


아이데이션 워크샵이 한창이다



에필로그,

여전히 진행 중


사실 우리 팀은 아직도 프로젝트 진행 중이다. 6주 동안 같이 일하면서 팀워크도 좋고, 서로 자극도 되고, 욕심도 생겨서 받은 피드백에 아이디어를 조금 더 보태 비핸스에 올리고, 프로토타입도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도 카톡과 슬랙에서 아이디어와 레퍼런스를 공유하고, 매주 한 번씩 구글 행아웃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 원격으로 일하는 게 다들 적응이 안되어서 아직은 속도가 안 나지만, 추석 전에 완성할 거라 믿으면서 작업 중인 화면으로 글을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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