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깨우는 건 갈매기 소리다. 장자도 포구 앞에 갈매기들이 모여 산다. 풍랑주의보가 아니어도 굳이 그들은 먼바다로 나아가지 않는다. 밀물 때는 포구 앞 등대가 세워진 암초 위에 붙거나 물이 빠지는 썰물이면 모래펄을 오가며 가까이 날았다. 삼십여 마리 정도 되는 작은 무리는 물이 빠진 여의 등허리에 앉았다가 누군가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나오면 앞다투어 몰려든다. 간혹 수면 위로 올라온 갑오징어나 작은 물고기를 낚아채기도 하지만 드문 일이다. 갈매기들은 영악했다. 그들은 여객선과 유람선을 구분할 수 있었다. 유람선이 섬 주변을 지날 때면 승객들의 손에 들린 새우깡을 낚아채는 묘기 비행을 선보였고 아무리 뱃고동이 요란해도 실속 없는 여객선 주위로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또한 그물을 보러 나가는 빈 배와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배를 가려낼 줄도 알았다. 걷어 올린 낭장망 그물에서는 작은 잡어들이 자주 버려졌고 그물을 매어둔 로프가 수면 위로 건져지면 해골새우라고 불리는 작은 벌레들을 포식한다. 더러 방파제 난간에 앉았을 때도 가까이 접근하는 관광객의 카메라를 피하지 않는다. 그저 적당한 거리만큼 유지하며 호시탐탐 무언가 기대하는 눈치를 감추지 않는다. 사람의 손에서 던져지는 과자 부스러기가 정당한 대가의 모델료라는 사실을 깨달은 지 이미 오랜 듯싶다. 세월을 두고 경험으로 체득한 생존방식이겠지만 그들은 21세기 사람들의 입맛에 스스로를 길들이는 선택을 하고 있다. 공산품 과자들과 음식물 쓰레기들을 통해서 인간이 더 이상 갈매기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치챈 지 오래다.
그에 반해 바다가마우지들은 훨씬 신중했다. 그들을 보려면 배를 타고 조금 나가야 했다. 장자도 포구 앞 등대섬 바깥쪽 제법 큰 여에 대여섯 마리가 모여 있기도 하지만 사자바위를 지나 대장도를 끼고 돌면 20여 미터 높이로 솟아 있는 ‘가마우지 섬’을 만날 수 있다. 아예 섬 이름이 ‘가마우지 섬’이다. 그 섬을 바라보고 있으면 ‘섬’이라는 한자 ‘도島’가 산봉우리山 위에 새鳥를 얹혀 만들어진 이력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이 그곳에서 언제부터 살아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절벽의 사면을 따라 하얗게 얼룩진 똥의 흔적으로 미루어 무리의 규모와 시간을 짐작할 수 있다. 얼핏 세어도 이십여 마리가 넘는 가마우지가 날개를 펼치거나 둥지를 틀고 앉아 있다. 거위나 큰 오리 정도 덩치에 흰색 멱 부분만 빼고 전체적으로 검은 광택을 가졌다. 물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그들은 자맥질로 사냥을 한다.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달려서 물속에서도 제법 날쌔다. 물가 주변에 서식하는 새들의 깃털은 기름이 많아 물에 잘 젖지 않지만 기름이 적은 가마우지의 깃털은 잘 젖는다고 한다. 깊이 잠수하기에 유리하도록 진화한 것이지만, 젖은 몸과 날개를 말리기 위해 자주 날개를 활짝 펴고 있어야 한다.
마을 안쪽 빈집에 제비 한 쌍이 집을 지었다. 자식을 따라 뭍으로 나간 집주인이 가끔 찾아오지만 별로 아랑곳하지 않는다. 제비가 지킨다고 해서 빈집에 도둑들 일은 없겠지만, 제비 가족 덕분에 집은 비었어도 허해 보이지 않는다. 청소가 성가셨던 탓인지 주인은 둥지 아래 턱받이를 해두었다. 곁에 낡은 둥지의 흔적으로 보아 올해가 처음은 아닌가 보다. 혹여나 강남 갔던 제비가 박씨라도 물고 오지 않았을까 싶은 기대도 없지 않았겠지만, 그저 무탈하게 돌아온 것만으로도 반갑다. 세 마리 새끼를 키우느라 제비 부부의 일상은 한가롭지 못하다. 번갈아 먹이를 물어다 먹이고, 주변 경계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기둥을 타고 오르는 구렁이는 없겠지만, 언제든 새끼를 노리는 맹금류의 출현을 대비해야 했다.
텃밭 주변에서 참새 무리는 늘 수선스럽다. 감나무 그늘에서 뛰쳐나와 복숭아 가지로 옮겼다가 이내 텃밭과 골목의 경계를 이룬 낮은 담장 위로 옮겨간다. 사람 발길이 뜸한 눈치면 텃밭 한구석으로 몰려가 종종걸음으로 벌레를 뒤지다가 작은 인기척이라도 있으면 화들짝 탱자나무 울타리 속으로 숨어든다. 작은 섬마을이지만 마을 뒷산에서 산비둘기 울음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따금 덤불에서 푸드덕 꿩이 날아오르기도 하고, 짝을 부르는 섬휘파람새 노래가 멀리 들리기도 한다.
제비 가족이 이사를 준비하는 7월 중순이면 장자도의 여름도 깊어진다. 솜털을 벗고 둥지를 나온 새끼들의 깃털은 윤이 난다. 집 앞 전깃줄이 새로운 자리다. 아직은 어미가 물어다 주는 벌레를 기다리지만, 비행 연습으로 날개 근육이 단단해지면 머지않아 슬슬 먹이 사냥에도 나서야 한다. 겨울 철새인 가마우지 무리는 이즈음에 고군산 바다를 떠난다. 몇 해 전 그들의 여행을 우연히 배웅한 적이 있었다. 어느 일요일 아침이었다. 교회 종소리가 울린 지 얼마지 않아 하늘 가득히 새카맣게 몰려드는 새들의 소란이 일었다. 그들은 대장봉 너머 북쪽 하늘에서 수십 마리씩 삼각편대를 이루어 남하했다. 좌우로 펼친 편대의 정렬은 다소 들쭉날쭉했지만, 머리 위로 지날 때는 웅웅 바람 소리가 일었다. 반 시간 남짓 고개를 땔 수 없었다.
길들일 수 없는 야생의 본능에 따라 철새들은 죽음을 각오하는 먼 여행을 서슴치 않는다. 그들이 떠난 섬에 텃새들은 남아서 겨울을 날 것이다. 눈밭을 헤치며 참새들이 작은 풀씨들을 찾는 동안에도 갈매기들은 느긋하게 음식물 쓰레기를 뒤질 것이다. 사람의 일상에 맞춰 더러는 적당한 거리를 두어가며 바람 찬 겨울 바다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뭐든 할 것이다. 섬에서 살아온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