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의 미세먼지

만사가 귀찮은 건 탁한 공기 때문이야

by 진초록


“오늘 공기 맑다!”

하늘이 청명하게 드러난 날이면 반가운 마음에 저절로 나오는 말이다. 어릴 때는 이런 말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맑은 공기가 너무나 당연해서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언젠가부터 황사가 도시를 뒤덮고, 미세먼지에 더해 초미세먼지까지 등장하면서 우리는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코로나 이전부터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돌이켜보면 여러모로 힘든 시기를 지나왔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알림이 연일 울려대는 그 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코로나가 우리의 삶을 덮쳤다. 한때 오후 6시 이후 사적 모임을 2인까지만 허용한다는, 지금 생각해도 기묘한 규제까지 경험했다. 그래, 통행금지에 가까운 그 규제는 차치하더라도, 무엇보다 숨을 마음껏 쉬지 못했던 시간이 정말 답답했다. 마스크 안에서 얕은 숨만 쉬다가 마스크를 벗고 깊게 숨을 마셨을 때, 공기가 쏟아져 들어오는 그 순간의 해방감은 잊기 어렵다. 자유가 거창한 게 아니라 그냥 ‘숨 한 번 크게 들이마시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코로나는 끝났지만, 공기질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창문을 열기 전 늘 공기질부터 확인한다. 공기 맑은 날은 더 이상 기본값이 아니라 ‘운 좋은 날’에 가깝다. 그래서 하늘이 물청소를 갓 마친 듯 선명한 날이면 괜히 기분이 들뜨고 서둘러 등산이라도 가야 할 것 같아 마음이 바빠진다.


한번은 한국에 거주 중인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질문은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많은 이들이 “공기가 나빠서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다”라고 답했다. 슬픈 현실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도 공기가 탁한 날이면 공기 깨끗한 나라로 떠나고 싶으니까, 외국인으로서는 그것이 더욱 민감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쾌청한 날이 ‘쉽게 만나기 어려운 날’이 된 현실이 안타깝다. ‘오늘 공기 맑다!’라는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청명한 날이 일상이 되기를 바란다.




입춘이 지나고, 며칠째 먼지 섞인 공기를 마셔야 하는 요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위장이 예민해진 것도 모두 탁한 날씨 탓을 해본다.

내가 오늘 조금 덜 다정한 것도, 덜 상냥한 것도, 만사가 귀찮은 것도 다 이놈의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그러니 오늘은, 조금 무뚝뚝해도, 늘어져 있어도 괜찮다고. 꿍얼꿍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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