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바람이 불었다
봄이 죽고 화장한 고운 가루 손바닥에서
아쉽게 흘러내리다 날아오른다
미세먼지 가혹한 그 날의 기억은
폐부 속을 파고 들어 마른 기침 배어내고
흐르던 땀은 이내 식어 날리 듯 사라지기에
그렇게 생각했다
아침일지도 모른다
어젯밤 눈물의 이유는 망각되고
부은 눈 탓하며 단장 중이다
알지도 못하는 매캐한 커피향
심장을 충동질하고
섹스 없이도 가쁜 숨을 선사한
혀 끝의 카페인 그 절정을 감탄 중이다
뜨거운 밤의 기억인가
여는 창문으로 빛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이
달리던 호흡을 달랜다
열아홉이었던 것 같다
봄의 죽음이 노래하게 할 줄을
겨울의 척박함에도 비닐하우스 속 뜨거운 열정이 될 줄을
온몸을 스며들던 그 때의 바람이 입김되어 감싸
한 호흡기로 호흡하고 뒤엉킨 내 안에서
시인을 꿈꾸던 한 아이가 잉태될 줄 알게 된 것이
[작품출처 - 자기성찰자, 또는 죽음과 남자 by 에곤 실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