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김에, 책 쓰기>와 혼자 놀기의 진수

by 지니


류귀복 작가님의 신간 <태어난 김에, 책 쓰기>를 3일 만에 읽었다. 집중력이 많이 부족하기에 부끄럽지만 책 한 권을 좀 오랫동안 읽는 편이다. 일주일에서 한 달도 간다. 류귀복 작가님의 신간은 빨리 읽은 편이다. 흥미로운 마음으로 시작했고 내용도 쏙쏙 들어오며 무엇보다 쉽게 읽히는 장점이 있다. 중간중간 웃음코드가 섞이니 그야말로 진도가 빨랐다. 이런 책만 읽는다면 야 3일에 한 권, 한 달에 10권 1년이면 120권도 읽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의 저자(20대 중반)는 1년에 천권 정도를 읽는다고는 했지만. 지금 나의 실정으로는 한 달에 세 권도 감사하다. 그래도 저자가 이렇게 재밌게 내용을 구사해 주신다면야 한 달에 10권도 가능하지 싶다.


여하튼 이번 류귀복 작가님의 <태어난 김에, 책 쓰기>는 정말 후루룩 재밌게 읽어 내려갔다. 두 번째 읽을 땐 노트에 메모를 해 가며 읽어야지 싶다. 오늘의 글 주제는 혼자 놀기의 진수인데 이 글을 쓰기 위해 N사 메모 앱을 깔았다. 작가님은 초고를 쓸 때 N사 메모 앱을 이용한다고 하셨다. 바로 따라 해 보기. 메모 앱을 깔고 연 다음 작성해 보다가 여기까지 글이 전개되었다. 다른 메모 앱을 사용할 때 보다 깔쌈한 맛이 있달까. 그냥 느낌적인 느낌이 앞으로 이 메모 앱을 자주 이용할 것 같단 생각이 마구마구 든다. 아침 짬을 이용해 글을 작성했고 지금은 걸어가면서 글을 쓴다. 그늘로 걷다 길을 옮기니 햇살이 까꿍하고 반겨준다. 집 나오기 전엔 항상 도서관을 먼저 생각한다. 오늘은 어디 안 가고 도서관으로 바로 가는 거야 하고 막상 나오면 두리번두리번거리게 된다. 동서남북 어디로 향하면 잘 갔다 할까를 생각하다 도서관 방향의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린다. 몇 분이 지났을까 인근 분식점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어묵 먹고 가라고. 아침을 든든히 먹고 점심은 건너뛰고 저녁을 먹을 참이었는데 간식이라며 유혹을 한다. 보기 좋게 어묵 5개를 먹고 따뜻한 국물까지 맛나게 먹으며 배를 채웠다. 모르겠다. 한 시간 걷자 하며 무작정 길을 걷는다. 단골 카페 앞에서 걸음이 멈추었는데 쉬이 들어가질 못했다. 어느 날 확인차 3월 3일에 결제된 내역을 봤다. 두 가지 메뉴를 주문한 기억은 나는데 커피랑 음료 한 개 더였다. 그런데 14100원 이랑 4800원이 두 번에 걸쳐 찍혀 있었다. 4800원은 따뜻한 아메리카노 금액인데 한 개는 납득이 안 가는 금액인지라 사장님께 여쭤봐야 하나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발길이 옮겨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정처 없이 걸으며 생각난 게 1년 전 이사 왔을 때 나를 처음 반겨준 카페다. 그리로 고고. 이렇게 걸으니 40분이 지나고 있다. 운동도 합격(올 때도 걸어 올 예정), 첫 번째 단골 커피집 가기도 합격이다.


그래서 들어온 곳, 오늘은 라떼를 시켜본다. 원두가 워낙 맛있으니 라떼도 맛있을 거로 생각하며 라떼 한 잔. 동작도 어찌나 빠르신지 사장님은 1분도 안 되어 내어 오신다. 우유의 부드러움과 고소한 커피의 맛이 잘 어우러진다. 아 이 집, 라떼도 맛집이었구나? 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어본다. 요즘 집에 새로운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어머니 점심을 해결해주고 계신다. 그 시간을 이용해 잠시 자유시간을 갖고 있다.



<태어난 김에, 책 쓰기>는 도착하자마자 펼쳐서 좀 보았고 인근 호수공원 올라가는 길목의 베이커리 카페에서 읽었다. 점심시간 이후라 그런지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시끄러워 집중할 수가 없었다. 맛나게 생강차만 한 잔 들이켜고 책은 조금만 읽고 나왔다. 내려오는 길 바로 옆에 나의 최애 메뉴인 돼지국밥집이 있었다. 맛을 안 보고 지나칠 수 없다며 들어서니 넓고 깔끔한 분위기가 짠하고 나타났다. 키오스크로 순대국밥을 주문했다. 보통 돼지국밥인데 요즘엔 생각을 달리하여 순대도 먹고 고기도 먹고로 바뀌었다. 그 뒤로 항상 순대국밥이다.



뽀얀 국물은 내가 좋아하는 비주얼이다. 아, 곰탕 같은 이 느낌을 너무 사랑한다. 푹 우러났을 진국의 비주얼, 한 술 떠본다. 고소함과 깊이가 먼저 올라온다. 뽀얀 국물에다 부추를 올리고 새우젓으로 간을 한다. 돼지국밥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새우젓이다. 새우젓의 감칠맛이 더해지니 천국이 따로 없구나. 이름도 범상치 않다 했건만 국밥 맛은 더 범상치 않구나. 행복감에 사로잡혀 후루룩 후루룩 쩝쩝 맛나게 한 그릇을 비웠다. 순대도 어찌나 맛나던지 고기도 야들야들하니 부드러웠다. 여쭈어보니 항정살이라고 하셨다. 돼지국밥 너무 사랑하는데 인근에 맛집 한 군데가 추가되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배를 두들기며 살포시 걸어 내려왔다. 산책길로 내려와 <태어난 김에, 책 쓰기>를 읽으며 걸었다. 그리고 들린 곳이 아까 언급한 계산이 잘 못 된 것 같다던 단골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셨다.


여기서 책 좀 읽고 나와 집까지 걸으면서 또 읽었다. 읽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집 앞 도착. 집에 와서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또 읽기 시작한다. 이날 밤 잠들기 전에 또 조금 읽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다음날 시장에 오징어를 사러 갈 참이었다. 이동하면서 또 펼쳐 들었다. 시장 볼일을 보고(어묵이랑 순대만 먹고 장은 안 봤음. 비가 와서 들고 가기도 그렇고) 버거집으로 들어가 커피랑 감자튀김을 먹으며 또 읽어 내려갔다. 집으로 가는 동해선 열차에서 두 코스를 앉아온 뒤 버스로 갈아타고 왔다. 집으로 오자마자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고 얼마 안 남은 책을 펼쳤다. 에필로그를 읽으며 눈시울이 시큰거렸다. 작가님이 강조하신 부분, 제일 애정 가는 부분이라고 말씀하신... 과연 그랬다. 한번 손에 쥐니 놓을 수가 없다. 들고 다니며 짬짬이 이동하며 자기 전에도 잊지 않고 읽어 3일 만에 끝냈다. 서평이라 함은 내게 좀 어렵게 다가오지만 3일간 너무 재밌게 읽어서 혼자 이리 놀며 글 한 자락 펼쳐본다. 혼자였지만 재밌고 유익한 <태어난 김에, 책 쓰기>와 함께여서 사실 혼자가 아니었다. 살이 되고 피가 되는 책 써 주신 류귀복 작가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다음 책도 써 주실 거죠?


걸으면서 글 한 편이 뚝딱이다. <태어난 김에, 책 쓰기>를 읽고 난 후 글쓰기라 그런 걸까 글이 술술 써지는 건 우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