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날을 나누고 싶어 사진만 투척하고 갔다가 다시 왔어요
*사진만 덜렁 올렸다가 사진은 사진이고 글은 글이어서 새로 첨부하여 올립니다*
요즘 제가 봄을 찍고 다녔어요. 며칠 계속 흐렸는데 오늘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에요. 벚꽃도 점점 만개로 치닫고 있습니다. 하얀 벚꽃 사이로 보이는 파아란 하늘은 저를 황홀하게 하네요. 그래서 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영상을 남기나 봐요. 여하튼 이번 봄처럼 봄이 좋았던 적도 없었던 것 같아 스스로 놀랐습니다. 아, 풍경 속으로 퐁당 잠기고 싶습니다. 제가 바라본 시선의 봄은 어떨지요. 요즘 제가 새 사진을 찍고 다닙니다. Jin 작가님의 새 사진을 보고 저도 따라 해 봤습니다. 그럼 사진 속으로 한 번 떠나보시죠.
집 인근 공원으로 발길이 먼저 닿습니다. 여긴 앞전 글 ‘잠이 솔솔 와요’에서 언급된 장소 햇살 좋은 벤치가 있는 곳입니다. 며칠 전만 해도 꽃망울이 조금 터져 나왔을 뿐이었는데 오늘 보니 거의 다 폈습니다. 내일이면 정말이지 화알짝 만개할 듯 보입니다. 오늘내일이 피크라고 하네요. 주말엔 비 소식이 있어서 말이지요.
며칠 제가 다닌 봄은 날씨가 흐렸어요. 언제 맑은 하늘과 벚꽃을 찍어보지 했는데 오늘 딱 그 소원을 들어줍니다. 흐린 날에 찍은 봄 이야기들도 만나 보시죠. 비슷한 사진들이 많지만 이걸 골라내는 것 또한 작가의 몫이지요. 버릴 건 버리고, 살릴 건 살리고가 참 어려운 작업이에요. 그렇게 쓰인 제 폰에는 만개가 넘는 사진이 있답니다. 정리를 해야 폰이 제 기능을 하고 더 좋은 사진들을 남길 수 있을 텐데 사진첩만 봐도 참 욕심이 많은 사람이구나 합니다. 그런데 은근 사진첩 정리가 어렵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제가 사는 곳에는 공원이 참 많습니다. 일일이 세어보지는 못했지만 솔마루 공원, 윗골 공원, 구목정 공원, 물빛 공원, 중앙 공원, 죽향 공원, 소두방 공원, 추모 공원, 물너울 공원, 근린공원 1호, 2호가 있습니다. 이 공원들 중 가 본 곳도 있고 아직 안 가본 곳도 있는데 한 번씩 다 가보는 것이 목표랍니다. 지금은 시간이 되고 날도 좋으니 한 곳씩 다녀보려 합니다.
곳곳이 공원이다 보니 하나씩 발견하는 재미가 있더군요. 어제 만난 공원은 죽향 공원, 나무누리 공원입니다. 나무누리 공원 주변에서 동네 산인 ‘망월산’ 입구를 만납니다. 알아뒀으니 다음을 기약합니다. 공원 따라 길 따라 올라가다 내려가다를 반복하다가 벤치에 앉아 책을 보며 휴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사실 한 손에는 책을 펴 들고 걸으면서 읽었거든요. 사람이 없는 구간에서는 소리 내어 읽기도 하고요. 이 행위 자체가 저에겐 힐링이 되더라고요. 혼자 있는 시간이 좋은 이유이기도 하죠.
요즘 저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답니다. 길을 가다 새소리가 나면 주변을 둘러보고 새가 눈에 들어오면 무조건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작은 새들의 움직임을 따라 찍는 것도 흥미롭고 재미가 있더군요. 사진 찍기에 한계를 만났을 땐 가끔 영상도 찍습니다.
이번 봄은 제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세세하게 세심하게 봄 풍경들과 마주했던 적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이죠. 며칠간 똑같은 시간대에 똑같은 장소를 거닐며 사진을 찍고 봄 풍경들과 대화를 나누며 행복한 한 때를 보냈어요. 막 터져 나오기 시작한 꽃망울들을 보며 설렘과 기도가 절로 나오더군요. 조금씩 피어날 아이들에 살포시 응원도 해주고요.
사실 가보지 않은 길을 마주했을 때 그 설렘과 새로움이 저를 살게 하더군요. 이렇게 좋은 곳에서 살고 있었다니 주변을 다 돌아보지 않고 아는 체한 제가 부끄러워지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산 안에 둘러싸여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파트 단지들이 다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갈 곳이 많고 구경할 곳도 많으며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많으니까요. 지금껏 제가 살아온 곳, 거쳐간 곳들이 다 아름답고 멋진 곳이었어요. 바다와 산이 함께 공존하는 해운대, 조용하고 시골스럽던 언양, 운치가 한도를 초과한 울주군 진하, 그리고 광활한 울산, 아기자기한 정관(알고 보면 넓은) 모두가 좋았습니다. 이쯤 되면 제가 풍경을 따라다니는 걸까요, 풍경이 저를 따라다니는 걸까요 아리송합니다.
이 풍경들이 없었다면 제가 버티고 여기까지 살아 나왔을까 궁금해집니다. 예쁜 풍경들이 존재했기에 지금 저도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꽃, 나무, 자연을 특정한 사람들만 좋아할 거라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가령, 할머니들만이 빨갛고 알록달록한 꽃들에 열광한다, 꽃놀이를 간다 등. 알고 보니 저에게 그런 여유가 없었던 거더라고요. 이제는 누구보다 꽃들과 자연에 진심인 사람이 된 것 같달까요.
걷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나는 걸 느낍니다. 걸으며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담고 그러기를 반복하다 보면 보는 눈도 담는 눈도 성장한달까 그런 것이 느껴져요. 걸으면 어느새 머릿속이 비워지는 기분이 들고 그 속에 새로운 무언가가 자리를 틀어요. 인간에게 두 다리로 걷는다는 건 최대의 축복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눈과 귀로 소통하고 그걸 언어로 순화시키는 작업은 더 축복이고요. 머릿속이 복잡하시나요. 잠시 하던걸 멈추고 공원 한 바퀴 어떠신가요.
시선에 들어온 풍경을 그냥 지나치지 못해 그걸 기록해서 남기고 싶은 마음에서 사진을 찍는 것 같아요. 그걸 타인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이기도 하고요. 내가 바라본 시선으로 담은 사진이 원하던 대로 나올 수도 있고 더 못할 때가 있고 더 좋을 때가 있어요. 사진을 찍으면서 인생을 배웁니다. 다 원하는바 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말이죠. 저대로 딱 담을 거야 하고 찍어보면 아닌 때가 많죠.
봄은 신비로운 계절임을 봄 소풍을 통해 깨우칩니다. 봄에서 만물이 깨어남과 동시에 세상과 조금씩 소통하고 싶어 하는 자연의 움직임이 느껴졌습니다. 미세한 떨림, 작은 소리들엔 소망과 희망의 물결이 일었습니다. 절대 크게 얘기하는 법이 없었다는 데 감동이 되더군요. 조용히 타일러주는 신사 같기도 했지요.
여하튼 이번 봄은 제게 큰 영감과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마음껏 즐기고 친화할 수 있어서 좋았고 자연과 대화하며 마음속 언저리에 남아있는 슬픈 감정, 힘들었던 마음들이 치유되는 시간이 되기도 했고요. 흐르는 눈물이 그걸 말해주네요.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 들에 핀 풀꽃들이, 사랑스러운 개나리가, 보석같이 빛나던 밤하늘에 벚꽃이 알려주었어요. 자연은 그렇게 말없이 다가와 주었습니다.
그렇게 봄은 살아왔던 날들을 위로하고 살아갈 날을 응원합니다. 조용히 말없이 기품 있고 아름답게. 그래서 저도 봄을 닮고 싶습니다. 봄을 배우고 싶습니다. 봄을 닮겠습니다, 배우겠습니다. 더 간절히, 더 조용하게, 더 기품 있게, 너그럽게 제 자리를 지키고 싶습니다.
이 글은 언제 끝날까요. 마냥 봄이 좋아 사진 투척만 하고 도망간 꼴이었는데 다시 와서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정답은 없다고 봐요. 마음 가는 대로가 맞겠지요.
화알짝 만개한 꽃들로 시작해 막 피어나기 시작한 꽃들로 마무리되는 희한한 에세이지요. 이 또한 정답이 없지요. 마음 가는 대로. 이렇게 달려오다 보니 거의 70장의 사진들과 함께한 글의 여정이 막을 내리는 시점에 도달했어요. 글은 정말 그런 거네요. 쭈욱 적어 내려오니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이 정말 최고의 힐링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역시 사람은 글을 써야 해. 글쓰기는 나를 살게 하는 또 다른 힘이라며.. 이 글을 마쳐봅니다. 마저 남은 사진들 보시며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