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부호들이 끊임없이 명상을 하며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시각화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조승호 회장님도 원하는 것을 100번씩 썼다고 하고, 켈리최도 자신의 성공을 위해 아침마다 시각화했다고 한다.
그런 내용들을 들을 때마다 진짜 그런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저렇게들 공통적으로 시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호기심으로 시각화를 시도했지만 내 안에서는 '설마'하는 의심과 왠지 모를 꺼림칙함이 있어서인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뭔가 과학적이지 않은 느낌이었다고 해야 하나? 맹목적 믿음을 요구하는 것 같은 이런 현상에 동조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너무 어처구니없게 이런 내 뒤통수를 때리는 사건이 있었다. 이제껏 내가 믿을 수 없다 여겼던 현상에 대해 어떤 깨달음 같은 것이 훅 다가온 것이다.
그것은 어이없게도 어쩌다 보게 된 유튜브 동영상 하나 때문이었다. 그것도 무의식 주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돌싱글즈 리뷰 장면이었다.
거기서는 이제 막 호감을 표현한 남녀 (예영과 정민)이 애정 표현과 관련해 이야기하면서 공공장소에서도 뽀뽀하고 키스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아직은 그런 스킨십에 관해 이야기하기 부끄러워하는 듯했지만 둘의 얼굴엔 설렘을 그대로 보여주는 홍조가 만연해 있었다.
그리고 이후부터 그 둘은 거의 연인이 되어 있었다. 서로가 커플임을 공공연히 보여줄 수 있는 행동들에 주위 사람들은 '둘은 싱글 빌리지를 떠나라'는 말까지 하게 되었다. 그때 심리분석가가 이런 말을 한다.
"그 둘이 키스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이미 그 둘은 키스한 것이나 다름없다. 왜냐면 그런 대화를 하며 서로가 키스하는 상상을 했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아하 모먼트'를 경험했다. 우리가 상상하는 내용은 뇌에서 시물레이션 반응을 일으킨다. 뇌에서는 상상하게 했을 때 혹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을 때 실제 그런 일을 경험했을 때와 유사한 반응이 나타난다. 운동선수들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이유도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움직임이 힘든 노인을 대상으로 '동사 (action word)'를 말하게만 해도 그 행위와 관련된 근육들 및 신체 움직임이 훨씬 나아졌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그 단어들을 말하면서 그 이미지가 자동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뇌과학 연구 결과들을 수없이 많이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크릿이나 시각화등에서 이야기하는 내용들과 연관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믿고 확언을 하라 하고 쓰라는 말들이 너무 맹목적으로 들렸다. 그러나 뇌과학 입장에서 보면 아침 확언, 100번 쓰기, 시각화는 모두 같은 행위이다. 결국 뇌에 그러한 상황을 상상하게 함으로써 시물레이션을 일으키고 그것을 달성할 때의 자기 모습을 무의식에 프로그래밍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우리의 무의식은 그 상상한 상황을 현실화할 수 있는 정보들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누군가를 의심하면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계속 눈에 띄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냥 단순히 인지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지식들은 우리네 삶에 크게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특히 나 자신을 설득할 수 있어야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겐 지식이라는 것이 더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이런 Aha moment들이 감사하다. 깨달음을 얻은 후에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게 해 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