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自傳居) 여행 (1)

1부 제1화 여행의 시작

by JW



결핍이라는 이름의 가장 완벽한 자산


길 위에는 수많은 여행자가 있다. 어떤 이는 번쩍이는 최신형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고, 어떤 이는 잘 닦인 지도를 보며 여유롭게 미소를 짓는다. 그 화려한 풍경 사이로, 여기 한 남자가 서 있다.

그의 손에 쥐어진 것은 자전거도, 지도도 아니었다. 그저 어디서 주웠는지조차 가물가물한, 투박하고 차가운 쇠막대기 하나뿐이었다.



스스로를 빚어내는 시간


남자는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여행을 하며 자전거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바퀴가 없었기에 남자의 첫걸음은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질질 끌리는 소음이었다. 안장이 없어 길가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고민해야 했고, 핸들이 없어 바람이 부는 대로 몸을 맡겨야 했다. 그는 길 위에서 버려진 철사를 모아 바퀴를 엮었고, 나무 그루터기를 깎아 안장을 올렸다. 손에 쥐었던 쇠막대기는 휘고 구부려져 겨우 방향을 틀 수 있는 핸들의 모양새를 갖춰갔다.


그의 자전거는 형편없었다. 조금만 속도를 내면 삐걱거리는 소리가 온 길을 메웠고, 남들 눈에는 고물상에서 갓 나온 쓰레기 더미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이미 매끈한 타이어를 장착하고 쌩쌩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남자의 자전거는 자전거라 불리기조차 민망한 가련한 형상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페달을 밟았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그는 몰랐다. 다만 한 가지, '멈추지 않는다면 저 멀리까지 갈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만이 그의 유일한 동력이었다.



몸으로 만들어내는 여행


페달을 밟는 법 역시 누구에게 배운 적이 없었다. 그는 넘어지며 배웠다. 무릎이 깨지고 다리가 끊어질 듯한 통증을 느낄 때마다, 그의 몸은 비로소 페달의 무게와 체인의 리듬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그 고통의 끝에서 남자는 아주 귀한 것을 얻게 되었다. 바로 '길을 읽는 눈'이다.

책에는 나오지 않는 지식이었다. 돌부리가 많은 길은 어떻게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하는지, 물웅덩이는 어디쯤에서 미리 방향을 틀어야 하는지, 조금 돌아가더라도 어디에 내리막의 보상이 숨어있는지. 그는 몸이 먼저 알아버리는 감각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단순히 자전거를 타는 기술이 아니라, 삶이라는 거친 길 위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나아가게 하는 생존의 기지였다.



쇠막대기가 남긴 문장


어느덧 남자는 자신을 앞질러 갔던 이들을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여전히 좋은 자전거를 타고 있었지만, 남자의 낡은 자전거는 더 이상 그들에게 뒤처지지 않았다.

남자는 그 사실을 자랑하지도, 누군가를 조롱하지도 않았다. 그저 묵묵히 페달을 밟을 뿐이었다. 쇠막대기 하나로 시작한 이 여행은 여전히 초라하고 위태로워 보였지만,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오직 남자의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뼈대를 세우고, 스스로 바퀴를 굴린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고독하고도 찬란한 자유. 남자는 오늘 처음으로 확신했다. 이 여행은 결코 중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JW] 우리는 흔히 완벽한 장비를 갖춰야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진짜 여행은 결핍에서 시작됩니다. 손에 쥔 쇠막대기 하나를 어떻게 휘어 핸들을 만들 것인가 고민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누군가의 뒤를 쫓는 구경꾼이 아닌 '나의 길'을 가는 여행자가 됩니다. 스스로의 여행을 개척하는 당신의 손에는 지금 무엇이 들려 있나요?



1부 제2화 '남자의 자전거에 바퀴가 생기고, 안장이 생겼다. 모든것이 불완전하지만, 남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