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自傳居) 여행 (3)

1부 제3화 아기 안장을 달다

by JW

제3화. 아기 안장을 달다


혼자만의 길에서 누군가의 세상이 되는 일


어느 날, 남자의 자전거에 안장이 하나 더 생겼다. 처음부터 계획했던 일은 아니었다. 자전거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고, 길을 고르는 눈도 제법 날카로워졌을 즈음이었다. 남자는 평소처럼 자전거의 체인을 닦다 문득 깨달았다. 이제 이 여정을 혼자만의 것으로 둘 수 없다는 사실을.

그렇게 작고, 조금은 불안해 보이는 아기 안장이 자전거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두려움이라는 새로운 무게


남자는 망설였다. 자신의 자전거가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일 때는 넘어져도 그만이었다. 무릎 좀 깨지고 다시 일어나 툭툭 털면 그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안장에 앉은 아이는 아무런 방어 기제 없이 남자의 등만을 믿고 있었다.


아기를 태운 첫날, 자전거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물건이 되었다. 이전과 똑같은 길이었지만, 남자는 단 한 뼘의 속도도 함부로 낼 수 없었다. 자전거의 아주 미세한 흔들림조차 아이에게는 거대한 지진처럼 전달될 것만 같아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남자는 더 자주 멈춰 섰다. 예전 같으면 가볍게 타고 넘었을 작은 돌부리 앞에서도 그는 자전거에서 내려 아이를 살피고 길을 골랐다.


아이는 아무런 불평도, 요구도 없었다. 그저 안장에 앉아 남자의 넓은 등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침묵이 남자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누군가의 안전을 오롯이 책임진다는 것, 그것은 속도를 포기하는 대신 깊이를 얻는 과정이었다.



자전거의 중심이 이동하다


아기 안장은 자전거의 물리적인 중심뿐만 아니라, 남자의 삶의 중심을 바꿔놓았다. 페달을 밟는 힘의 배분도, 핸들을 쥐는 손의 악력도 모두 아이의 리듬에 맞춰 재조정되어야 했다. 남자는 처음 여행을 시작했을 때처럼, 새로운 자전거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을 느꼈다.


어떤 날은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조금 가다 멈추고,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안장을 고치는 일의 반복이었다. 그럴 때면 남자는 처음 쇠막대기 하나를 들고 황무지에 서 있던 그때를 떠올렸다.

그때와 지금의 결정적인 차이는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제 이 여행은 멈출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생의 숙명이 되었다. 남자는 자전거 옆에 서서 석양을 바라보며 깨달았다. 자신이 만드는 것은 더 이상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아이가 처음 만나는 세상의 창이라는 사실을.



무게가 동행이 되는 순간


무게는 여전했다. 아니, 아이가 자랄수록 무게는 더해질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남자는 그 무게를 '부담'이 아닌 '동행'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고른 숨소리가 남자의 페달질에 새로운 박자를 부여했다.

남자는 다시 안장에 앉았다. 아이의 안전벨트를 단단히 확인하고, 핸들을 꽉 쥐고, 아주 조심스럽게 페달을 밟았다. 이전처럼 빠르게 앞서가는 사람들을 추월할 수는 없었지만, 남자는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게 땅을 딛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남자의 자전거 여행은 더 이상 혼자만의 모험이 아니었다. 그것은 누군가의 우주를 싣고 달리는 가장 조심스럽고도 위대한 항해였다.




[JW]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아기 안장'을 답니다. 그것은 자녀일 수도, 사랑하는 연인일 수도, 혹은 끝까지 책임지고 싶은 소중한 꿈일 수도 있습니다. 그 안장이 생기는 순간 우리의 자전거는 무거워지고 속도는 줄어듭니다. 하지만 그 무게 덕분에 우리는 비로소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웁니다. 당신의 자전거에 지금 동행하는 이가 있나요?


1부 제4화 '남자의 자전거는 빨라지고 앞서가던 사람들을 추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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